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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화가 난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걸까. 어느 쪽이든 다음에 떨어질 낙엽을 기다리자.
가만히 서 있는데도 물결을 따라 이리저리 출렁인다. 물 위를 걷는 듯 걸음마다 새롭다.
살아 있는 것을 본 떠 만들었기에 너는 그 이상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는데 갈 수도 없는 곳을 바라보고 있구나.
소담스레 피어난 풍경들 속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그 웃음을 새긴 벽 앞에서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모양새는 달라도 뿌리가 같은 이들. 굳게 다문 입들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조용히. 마음과 걸음을 함께 가다듬으며 나아가는 길.
소나무 사이로 줄줄이 들어선 비석의 글자를 보려면 거리를 좁혀 허리를 숙일 것.
동백섬 어느 바위 위에 세워진 인어상 하나. 비늘이 마르고 닳도록 그곳에 있으면 갈라져 다리가 생기기라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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