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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별안간 만나는 반가운 추억 한 조각. 신호가 바뀌는 시간이 더디어 진다.
이름의 유래라던 울창한 대숲 어디 가고 동백나무 잎사귀만 흔들린다. 이곳 사람들의 입에서 너는 이제 동백섬이구나.
곁에 아무도 없음이 기쁜 순간도 있다. 홀로 마주하여 더 황홀할 먼 등대와 섬들.
성벽을 유지하고 있는 돌 하나하나가 처음부터 저리 둥글진 않았을 터. 누군가의 각오가 없었다면 이곳을 지킬 수 있었을까.
추억이 빼꼼,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다가서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을 끝내 감출 수 있을까.
풍경의 한 자락에 누워 잠든다는 것이 어떤 일일지. 오가는 이 없어도 평안할 영원한 안식.
비석 주위에 쳐진 단단한 경계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봐주기를 원하지만 다가오기는 바라지 않는 듯.
빈 자리 없이 꾹꾹 다져진 마음들로 차곡차곡, 무너진 돌담이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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