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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밟아도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듯 조각이 나 있다. 코 받침도 똑 부러졌지만 분명 너의 잘못은 아니다.
다리인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다리가 아니라 둥근 문이었구나.
벽에 아무 그림이나 그린다고 해서 벽화는 아니다. 벽을 지나치지 않고 잠시 멈추어 서서 바라보게 했다면 몰라도.
오래된 집들에서는 종종 숨바꼭질이 벌어지곤 한다. 올려다보니 문득, 모퉁이에 소담스레 꽃이 피어 있다.
죽은 이와 함께 묻힌 것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은 것들. 본래의 의미를 잃고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은 것들.
물을 잔뜩 먹여 칠한 구름이 번지 듯 떠가고 잘 익은 벼는 붓 끝으로 촘촘히 찍어 발라 잎사귀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흐린 시야 너머로 산등성이가 붉게 타오르는 게 보였다. 하얀 구름이 짙어질 정도로 눈부신 오늘이 떠오르고 있다.
탑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다가가선 안 된다는 듯 조금씩 경계를 확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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