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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빛나는 등껍질이 오랜 시간 이곳을 비춰 왔을 터. 만선에 취한 이들을 이끄는 등대처럼.
'지혜'라는 이름을 이곳에 선사한 것이 저 향교일까, '지혜'의 이름을 가진 고장이기에 저 향교를 지었을까.
발소리를 죽여 엿보는 단아한 삶의 단면. 가지런하고 맑은 것들이 이루는 조화에 숨을 죽이는 것을 잊는다.
머리 위를 가득 채우기에는 아직 서툰 그늘. 팔을 뻗으려 열심인 모습에 그저 웃을 뿐이다.
모든 이별은 흔적을 남긴다. 계절을 배웅한 자리에 남은 쓸쓸한 것들.
먼 길을 달릴 준비를 마친 상상. 결국, 어디까지 가 닿을 것인지 가만히 눈을 감아 본다.
한 사람의 손 끝에서 어찌 이리 다양한 빛깔이 필 수 있는 것인지. 정갈하고 정성스러워 젓가락 드는 일을 잠시 멈추어 본다.
몇 번의 계절과 몇 번의 풍경이 흘러갔을까. 여전히 그 자리에 허리를 꼿꼿이 세운, 그래서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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