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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차분한, 흰, 맑은. 겨울의 빛깔을 수식하기에 가장 알맞은 단어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흙먼지와 돌이끼 사이를 흘렀음에도 어찌 저리 맑을까. 쉬이 물들지 않는 일이란 언제나 경이롭다.
전용 도로가 생긴다는 건, 그곳으로만 다니라는 걸까. 길 위에 서면 늘 생기는 불안.
길을 걷다 어느 한 집 벽면에 그려진 벽화가 걸음을 멈추게 했다. 단지 그뿐인데도 호흡이 정돈된 기분이다.
서툴게 보인다 하여 서툰 것은 아니다. 저만큼 삐뚤빼뚤, 그리고도 가지런한 손길.
추억이 빼꼼,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다가서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을 끝내 감출 수 있을까.
빼곡이 들어찬 초록 빛깔 사이로 집 한 채가 웅크리고 있다. 모든 것이 하나의 풍경인 듯, 참으로 조용하다.
활짝 열린 문 너머로 마당에 비친 너의 그림자가 보인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서성였을 너의 그림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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