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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타는 가을, 이라는 눈에 익은 수식어. 하지만 그런 말이 곱게 어울리는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잔물결을 따라 둑이 저만치 이어져 있다. 저 편에 마음을 두고 왔는지 자꾸만 눈길이 간다.
여기, 돌로 쌓은 산 그림자가 있다. 올리치듯 내리치듯, 산세를 따라 고요히 구부러지는 겸손함.
길을 따라 그렇게 쌓인 건 줄 알았더니 이 길을 걷던 사람 수 만큼 네가 놓였던 거야.
소설 속 바로 그 메밀밭에서 피어난 감성들이 서랍 속에서 곱게 낡아가는 보내지 못한 편지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늘 아래 웅크린 또 하나의 그늘. 주변을 메운 솔향에 속내까지 시원하게 비친다.
하늘을 내려다보니 하얀 구름이 떠다닌다. 물결 하나 일지 않으니 오늘의 날씨는 맑음.
빼곡이 들어찬 초록 빛깔 사이로 집 한 채가 웅크리고 있다. 모든 것이 하나의 풍경인 듯, 참으로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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