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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다가가선 안 된다는 듯 조금씩 경계를 확장해 나간다.
하늘의 빛깔과 물 빛깔, 땅의 빛깔이 한 시야에 고요히 담긴다. 뒤섞인 듯, 끝내 뒤섞이지 않을 듯 묘한 풍경이다.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은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그 울림이 고스란히 가슴으로 옮겨져, 눈부신 풍경을 마주하면 입술 틈새로 새어나온다.
아무도 오르지 않는 좁은 계단 굽이굽이 그림자만 기웃거린다.
몇 번의 계절과 몇 번의 풍경이 흘러갔을까. 여전히 그 자리에 허리를 꼿꼿이 세운, 그래서 아름다운.
붉게 타는 가을, 이라는 눈에 익은 수식어. 하지만 그런 말이 곱게 어울리는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곳을 지나는 것은 사람 뿐만이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 보라. 몇 개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
빈 집을 돌아가니 뒤집힌 장독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담은 만큼 쏟아낼 필요도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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