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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아래가 잘 보이지 않아 실망하려던 찰나 해가 기울자 발 아래에 드러나는 풍경이 그야말로 절경이더라.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하였던가. 국악당 앞의 선명한 색채들에서 금방이라도 힘찬 가락이 울려나올 듯 하다.
장독 밑에 핀 이름 모를 꽃이 오늘따라 유독 궁금했는데 멀거니 서서 보고 있으니 이름을 몰라도 웃을 수 있더라.
어느 틈에 채워질까. 채워지지 않은 여백에 채워진 모습을 상상해 본다.
오롯이 홀로 있을 때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것이 있다. 무언가에 가려지고 나서야 오히려 더 잘 보이는 것이 있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사라지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
우리가 무언가를 보기 위해 가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닿기엔 너무나 먼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너는 수면 위로 길게 드리워 내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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