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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끄트머리가 구부러져 있을까. 읽히는 것과 보이는 것, 상상하는 것의 사이에서 고민해 본다.
눈을 밟을 때마다 생각한다.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인가, 아니면 시린 결정이 으깨지는 소리인가.
약간의 경사인데도 몸을 가누기가 어렵다. 시선에 균열이 가자 어디에 발을 내딛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이렇게 가지런한 죽음들 앞에서 어찌 숙연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저마다의 빛깔로 낮은 숨을 쉬는 그 모습에 덩달아 숨결이 잦아든다.
바위가 만들어내는 이곳의 고요함은 저마다의 무늬를 지니고 서서히 침식해 간다.
넘어서서, 너머에 닿는 일. 내다볼 수 없음에 몇 번이고 다시 망설이고야 마는.
뿌리와 껍질을 바구니에 모아 진열해 놓은 곳이 있다. 자연이 키운 것 중에서 버릴 것 하나 없다.
눈이 부신 것이 단지 빛깔 때문이랴. 숨을 죽여 다가 서는 걸음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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