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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닿기 위해 수많은 문들과 길들을 지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눈에 익은 벽들과 몸에 익은 배려.
바다로 나아가 맞는 일출보다 멋진 것이 있을까. 조용히 해를 기다리는 바다 위의 아름다운 집.
한 줌씩, 또 한 줌씩 풍경이 비워져 나간다. 덮인 눈 아래로 무엇이 바뀌어 새로운 계절을 채울까.
어떤 좋은 구경거리가 기다리고 있는지. 두 개의 그림자가 총총히 걷고 있다.
아래로 한껏 내려간 눈꼬리가 눈물이 지나간 자리처럼 깊게 패여 어느새 주름이 되었다.
누군가 토막 내어 쌓아 뒀을 나무 더미 사이로 껍질이 벗겨지는 소리가 났다.
혹여 조금 더 깊이 보일까 종종걸음으로 다가서던 중 눈이 마주쳤다. 나보다 먼저 발을 담근 쨍한 금송화 몇 송이.
화려한 불빛이 수면을 적시며 차츰 번진다. 그럼에도 수면은 아직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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