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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안에서 바짝 마른 장작이 깊은 어둠 속에서 먼지와 부대끼고 상 위에 아무렇게나 덮인 천이, 가려지지 않을 세월을 어수룩하게 비껴가고 있다.
가끔은 몸을 낮추어 볼 것. 꼿꼿한 허리로는 볼 수 없던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보일 듯 말 듯, 얄궂은 눈높이에 괜스레 눈길이 멈춘다. 저도 모르게 발뒷꿈치가 들썩이는 보드라운 담장길.
멀고도 가까운, 혹은 가깝고도 먼. 그런 수식어를 붙여야만 설명할 수 있는.
머리 위로 둥실 떠오른 것이 무엇인지 알아챈 순간부터 설레기 시작하는 마음.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어 발돋움을 해 보는 것이 나만의 이야기일까.
위로, 그리고 아래로 무엇을 길러내고 있을까. 햇살 아래 쉼터와 제 몸 아래 그늘을 모두 마련하는 따뜻한 잎새.
디디고 선 자리가 출항 준비를 마쳤다. 날렵한 돛의 모양새를 보아하니, 꽤나 순조로운 항해가 될 터.
선선한 바람이 팔을 훑고 지나간다. 잔뜩 여물어 고개를 숙인 벼가 물결 치며 바람을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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