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를 보고, 듣고, 겪다
- 경상북도 고령군 -
따스한 햇살과 함께 하는 여행이 그리울 무렵 남도에는 본격적인 꽃잔치가 시작됩니다. 경북 고령에 깃든 철의 왕국이라 불렸던 대가야의 이야기를 알고 계신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역사보다도 긴 520년여의 세월 동안 그 명성을 떨쳤던 대가야의 고장입니다. 철의 왕국을 건설하고,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가야금까지. 그들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경북 고령으로 기왕 나선 걸음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좋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 미션은 ‘대가야를 오감으로 느껴라!’입니다.
개화실 꽃이 피어나는 마을, 개실마을. 그리고 마을을 포근히 둘러 싼 춤추는 나비를 닮았다는, 접무봉. 이 마을에는 어떤 이야기가 꽃피고 있을까?
“나즈막한 돌담장과 묵직한 나무 울타리들 사이로 난 굽이진 골목길은 우리나라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 같아요.”
“가야의 역사 뿐 아니라,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대를 이으며 살아오고 있는 개실마을에서는 자연체험, 농촌, 역사체험 등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단다.”
가야금의 대가 우륵의 고장이자, 초기 신라와 어깨를 견주던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대가야의 유적이 숨쉬는 이곳에는 우륵박물관이 떡하니 자리해 있다.
“박물관의 입구 한편에 있는 우륵 동상이 건장하게 서있어요!”
“그 맞은편에도 가야금을 제작했던 금장지비석이 있구나. 가야금 재료인 오동나무를 납작하게 깎아서 촘촘히 세워둔 모습이 꽤 인상적이야.” “박물관 바로 옆 마을에 조성한 우륵의 집도 빼놓지 말아요!”
우륵박물관은 가야금을 창제한 악성 우륵과 관련된 자료를 발굴ㆍ수집ㆍ보존ㆍ전시하여 국민들이 우륵과 가야금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륵을 찾아서` 전시실에서는 뭘 보고 왔니?” “우륵이 살았을 당시 대가야의 정황을 보여줬어요. 또 전시실 `악성우륵`에서는 우륵이 어떻게 자라서 음악을 접했고 어떻게 가야 12곡을 만들게 됐는지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졌죠.”
“그야말로 우륵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로구나.”
정정하니, 울리는 가야금의 소리를 따 정정골이라는 옛 이름으로 불리었던 가얏고. 우륵의 가야금 소리를 따라 걷는 가얏고 마을의 길을 따라가볼까?
“요즘에는 잘 들을 수 없는 가야금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지니, 정말 옛 가야의 악성 우륵이 왜가야금을 사랑했는지 알 것만 같아요.”
“그래, 가얏고 마을에서는 가야를 대표했던 가야금과 우륵의 뜻을 이어 가야금 공방, 문화관, 체험관 등을 통해 가야금 문화를 적극 발굴, 보존, 재조명 하고 있단다.”
고아동 벽화고분 속에는 약간의 연꽃그림이 남아있다고 한다. 회가 떨어져버려 거의 사라져버린 벽화 속에 여전히 피어있는 연꽃의 주인은 누구일까?
“대가야의 유일한 벽화고분이라니, 역사적 가치가 엄청나겠어요! 밀폐 되어있어서 직접 들어가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워요.”
“처음 도굴된 채 발견되어, 보수공사와 학술조사를 거친 후 보존하고 있는 것이란다.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것이니, 너무 아쉬워 할 일은 아니란다.”
대가야 왕릉전시관을 비롯한 대가야박물관은 고령에 흩어져 출토된 대가야 유물들을 한 자리에 전시해놓았다. 대가야의 찬란한 유산에 입이 떡 벌어진다.
“순장 문화라니, 조금 무서워요. 살아있는 사람을 함께 묻는 문화가 왜 대가야의 풍습으로 굳어진 걸까요? 현대 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옛 사람들은, 죽음은 곧 다음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 믿었단다. 이 세상에서 살던 그대로 다음 세상에 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하니, 너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단다.”
실물 크기로 재현되어있는 순장무덤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잔디가 피어있지 않은 왕릉이 낯설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궁금하다.
“이렇게 큰 건물이 실제 무덤과 같은 크기로 만들어진 것이라니, 이 무덤의 주인은 힘이 정말 강력한 왕이었나봐요.”
“그래, 그의 무덤을 그대로 재현해 직접 들어가 순장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든 곳이란다. 매장 모습과 문화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으니 얼른 들어가보자.”
신비의 왕국, 대가야. 5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쌓아온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잊지 않으며 그들이 즐긴 문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대가야박물관이다.
“프로그램이 정말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네요. 저는 대가야 용사 체험구역을 가장 해보고 싶어요. 빨리 가요!”
“그래, 활도 만들어보고, 칼, 투구, 갑옷까지 직접 볼 수 있다고 하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구나.”
대가야 문화축제의 슬로건은 ‘1500년의 기다림’입니다. 찬란하게 피어났던 대가야의 문화를 잊고 지낸지 1500년. 일제시대, 한국전쟁 등의 아픈 역사를 겪으며 함께 상처 입었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살려내기 위한 고령의 노력이 느껴지는 체험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낙동강변의 비옥한 토양과 가야한 줄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을 배경으로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고령! 여러분의 오감을 모두 채워줄 고령으로 이번 주말 여행을 떠나시는 것은 어떤가요?
검은 황금을 따라서
- 강원도 태백시 -
산업발달의 상징이었던 시대의 석탄은 그야말로 노다지가 따로 없었다. 검은 황금을 캐던 광부들은 힘든 줄도 모르고 더 깊고 어두운 막장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마치 꺼지지 않는 불처럼 활활 타오르다가 불이 꺼지고 식어버리자 타다 남은 재처럼 남겨진 곳이 탄광촌이 되어버렸다. 광부의 흔적은 검은 재로 덮여버리고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버렸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이번 미션은‘꺼져버린 탄광촌에서 살아남은 불씨를 찾고 돌아오라’입니다.
인류에게 불은 기적과도 같았다. 1960년 경제개발 5개년의 산업발전으로 황금기를 이룬 태백은 검은 황금을 캐기 위한 사람들의 꿈으로 탄광도시를 이루었다.
“급속도로 발전했던 산업의 중심에는 불을 품은 돌, 석탄이 있었단다. 할아버지가 청년이던 시절이었지. 할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은 모두 석탄을 캐기 위해 태백으로 몰려들었단다.”
“그때는 석탄이 정말 보물선의 보물처럼 귀한 것이었었나 보네요.”
검은 황금을 캐기 위해 부풀었던 꿈은 목숨을 내 맡길 만큼 간절했던가. 검은 기침 내 뿜으며 일하던 그들의 막장이 무너지며 그들의 억장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비속어로 흔히 쓰이는 말인데, 이곳에서도 ‘막장’이란 단어가 쓰였나 봐요! 신기하죠?”
“시쳇말로 황당한 결말을 가진 드라마나 이야기를 그렇게 잘 못 쓰고 있지만, 원래 ‘막장’의 뜻은 이야기의 끝이나 이렇게 광부들이 일하는 일터를 막장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더 깊은 어두운 막장으로 간다는 뜻에서 잘못 파생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쉬워.”
시커멓게 쌓여버린 세월의 흔적이 ‘후’ 하고 불면 털어나가는 탄가루와 같을까? 마을 곳곳 검게 그을린 건물들이 화려했던 시절을 대신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건물들이네요. 사람이 전혀 살지 않은 것 같은데요?”
“여기 탄광촌은 석탄과 함께 마을의 흥망성쇠가 함께 했던 곳이란다. 1970~1980년대 까지는 어느 마을보다 사람이 북적였고 산업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지. 건물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것을 보면 마을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모여 있었는지 알겠지?”
수고 많았심더, 내일 보입시더. 그래, 자네도 살아 있느라 수고 많았네. - 퇴갱2 中
“광부들의 삶이 한 눈에 그려지는 듯해요. 여기 꽤 감동적인 구절이 있어요. 할아버지 생각이 나는데요?”
“그러니? 어디보자. 살아서 나왔다는 안도감에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다. 광부들이 하루하루 얼마나 위험하고 고된 삶을 살았는지 느껴지는 구절이구나.”
탄광갱도가 무너지고 아침에 본 햇살을 다시 볼 수 없다고 느낀 순간. 토끼 같은 자식들을 더 많이 안아줄걸, 혼자 아이를 키울 아내의 손을 한번만 잡아줄걸, 생각해본다.
“이곳에서는 아까 우리가 지나온 광부들의 삶을 좀 더 실감나게 볼 수 있는 곳이란다. 인형으로 만들어 놓았는데도 꽤 생생하지?”
“네, 아까 굉음을 내며 탄광이 무너지고 연기가 나는데 실제로 무너지는 줄 알고 심장이 철렁했어요. 실제 그 속에 있던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쌓여있는 연탄만 보아도 추위가 싹 달아나며 마음까지 따뜻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저 시뻘겋게 타고나면 하얗게 식어버리고 마는 연탄재, 그 타오르던 불씨를 기억하자.
“지금은 연탄을 쓰는 곳이 많지 않지만 옛날에는 대부분 연탄을 쌓아두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단다. 연탄재가 다 타고남아 하얗게 재가 되고나면 한쪽에 쌓아두는데 동네 아이들과 그것을 차고 다니며 놀았지. "
"그러면 할아버지는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 못하게 했단다. 광부들이 목숨 걸고 캔 피와 땀이자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목에 낀 검은 탄가루를 씻어내는 데는 그저 돼지비계가 제일이다. 연탄재에 올린 돼지고기로 광부들은 검은 눈물과 시름을 남몰래 씻어 보낸다.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이 뭐였는지 기억나니?”
“그럼요. 돼지비계찌개잖아요.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광부들은 목에 탄가루를 벗겨내기 위해 돼지고기를 먹어주어야 한다고요. 그러면 기침도 덜 나고 목도 한결 부드러워 진다고요. 돼지고기는 저도 참 좋아하는데. 할아버지를 닮아서 인가 봐요.”
‘한 밑천’챙기기 위해 혹은 그저 가족들과 굶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그들은 어둡고 깜깜한 막장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채.
“탄광촌 사람들에게 석탄은 희망이었단다. 막장에서 나와 내리쬐는 햇빛을 보고 안도하는 것. 임금 받으면 그길로 자식들 입에 넣어줄 돼지고기 사들고 가는 것."
"그야말로 꺼지지 않는 불꽃과 같았지. 어둡고 깜깜한 곳에 두려움과 무서움을 무릅쓰고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희망 그거 하나만 보고 말이야.”
자신의 삶을 하얗게 불태우는 연탄재와 같은 삶을 살았던 광부들의 생생한 생활상에 가슴 한편이 저릿하게 아려옵니다. 검게 변해버린 동네를 두고 떠나버린 사람들과 깊고 깊은 막장에서 탄을 캐던 광부들은 검은 기침을 내뱉다 결국엔 폐병에 걸러 사르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잿더미의 흔적만 남은 탄광촌을 둘러보며 광부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들의 삶에 잠시 고개를 숙이는 것, 그것이 꺼져가는 탄광촌에 다시금 자그마한 불씨가 피어오르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싱그러운 일탈, 블루로드
- 경상북도 영덕군 -
맑고 푸른 바다(Beach),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들(Legend), 가보고 싶은 관광지(Utopia), 일상생활의 탈출구(Exit)… 각 단어의 앞 글자를 조합하면 ‘Blue’가 됩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경북 영덕에는 걷는 내내 푸른 동해가 함께하며 그 비경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는 동해 블루로드가 있습니다. 강구항을 출발해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이 해파랑길을 걸으면 그야말로 답답한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탈출도 가능할까요? 팍팍한 도시를 벗어나려는 자, 이곳에서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만끽하라! 이것이 바로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끝없는 해안선을 따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색적 트레킹코스 영덕 블루로드는 4개의 코스마다 다양한 볼거리와 특색 있는 풍경이 갖춰져 있다. 어떤 코스를 밟아볼까?
“블루로드 백미 구간이라면 단연 여기 아닐까? 특히 코스가 끝나는 끝지점인 축산항 죽도산은 세종시와 같은 위도의 정동쪽에 위치한 데다 풍광도 가히 일품이라지?”
“그렇다면 오색향연의 빛의 거리, 창포말등대, 야생화 군락지 등이 끝내준다는 해맞이공원부터 한번 도보여행을 시작해볼까?”
해맞이공원은 치유의 공원으로도 알음알음 소문이 나있다. 이곳에 가면 정말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행복도 얻을 수 있게 될까?
“좌우로 설치된 빛의 거리는 자연 속에서 천지 발광하는 LED 빛의 천국이로구나. 달빛, 조경 빛, 루미나리에 등 공원이 발광하는 무대가 이토록 화려할 줄 누가 알았겠어!”
“집채마한 이 시비는 눈을 뗄 수 없게 하는구나. 주인은 누구일까? 여기 기록을 보니 이것이 변반산 봉수대까지 조성되어 있다는데, 이곳이야말로 답사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음이야.
해맞이공원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작은 어촌마을인 창포리 물양장으로 향한다. 이곳 창포리에선 반가이 오신 손님들을 그냥 보내는 법이 없다는데?
“잠깐, 이곳은 지금 축제가 열리고 있나? 꽤 시끌벅적한 걸?” “어쿠스틱 밴드가 두드리는 맑은 젬베소리와 귀에 익은 기타공연에 모두가 박수갈채를 보내며 즐기고 있어.”
“영덕 칠보주와 대게를 맛볼 절호의 찬스야! 이 도보여행에 지친 몸도 잠시 쉬게 해주자.”
대게발이 등대를 감싸고 있는 창포말등대부터 ‘푸른대게의 길’이 시작된다. 등대 안쪽 나선형계단을 올라 등대의 중간쯤 올랐다면 해안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난간을 잘 부여잡으라고!” “걱정 마! 바다를 시원스레 볼 수 있는 이 전망대가 나는 참 마음에 들어!”
“사방에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하얀 포말로 덧칠해 놓은 해안선, 창공을 나는 갈매기와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코가 뻥 뚫리고 숨통이 제대로 트이는 기분이야!”
등대를 빠져 나와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운이 좋을 땐 거친 바닷바람과 싸워 이긴 야생화의 미소를 보게 된다는데?
“수선화를 시작으로 패랭이꽃, 해국, 벌개미취 등 야생화 15종, 30만 본의 꽃이 가을까지 피고 진다는데, 이제 철이 지났나 봐. 야생화가 그리 많지가 않으니 뭔가 아쉬운데?”
“뭐 어때! 하늘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조각품을 감상해도 좋고, 시를 음미하며 눈을 지그시 감아도 좋다고. 스피커에 귀에 익은 클래식음악이 흘러나와 흥을 돋우잖니.”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해맞이공원에서 석리어촌마을을 거쳐 축산항까지 해안길만 걸어도 동해트레일의 진수를 맛보기에 충분하다는데, 그 이유는 뭘까?
“여기가 원래 해안 간첩을 막기 위한 군 초소길이었다지?” “맞아. 하지만 철조망을 걷어내면서 이제는 관광객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었어. 옥빛 바다와 하얀 포말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은 생태탐방로가 또 있을까?”
“오랜 세월동안 사람의 손때가 덜 탔기에 길에서 사색과 명상을 즐기며 걷기에 그만이야.”
기암절벽 아래 작은 해변을 지나면 죽도산과 마주하게 된다. 이 산길을 돌아 나오면 바다와 함께 내려다보이는 축산항. 이곳에서 우리를 반기는 것, 과연 뭘까?
“영덕 사투리로 ‘미주구리’라고 불리는 이놈, 참 싱싱하다! 횟감 한 마리 떠 달라고 하자!” “대게활어타운 가서 시원한 물회로 먹는 건 어때?”
“아~ 그것도 좋지! 매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려 술안주로 곁들이면, 캬~! 뼈째 입에 넣고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이어서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준다지?”
기암괴석의 바윗길, 해송아래 흙길, 파도가 넘실대는 백사장길, 포근한 어촌마을길까지 흥미진진한 코스가 이어져 걷는 내내 함박웃음이 가시지 않을 것 같다. 계속 가볼까?
“깎아지른 절벽에 만들어진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전망대와 파도처럼 넘실대는 다리까지. 이 모든 걸 동해바다를 끼고 걸으며 만나볼 수 있다니.”
“해파랑길에 놓인 보석 같은 풍경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데 어떻게 멈추겠어! 파란 바다와 초록의 소나무 세상에 뿌려놓은 듯한 이 블루로드, 스트레스가 전부 날아가는 것 같아!”
길은 사람들이 걸어온 발자취입니다. 그 길과 길이 쌓여 역사가 됩니다. 경북 영덕의 블루로드 위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있고 추억이 깃들어 있어 더욱 좋습니다. 영덕 블루로드, 그 이름처럼 걷는 내내 푸른 동해가 함께합니다. 청정바다를 끼고 만들어진 블루로드를 걸으며 삶을 사색하고, 기분 좋은 바닷바람을 맞는 그 자체로 지친 몸과 마음의 치료제가 됩니다. 아름다운 길을 찾아 행복한 여행을 찾고 있다면, 푸른 바다를 보며 걷는 영덕의 블루로드 도보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논개의 흔적을 찾아 떠난 주촌민속마을
- 전라북도 장수군 -
주촌마을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그렇다면 나라를 위해 온몸 바쳐 투신한 논개는요? 전북 장수 주촌마을은 의암 주 논개의 생가를 중심으로 나라와 남편을 위해 왜장의 목을 끌어안고 천 길 낭떠러지로 몸을 던진 그녀의 충절을 기리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민속마을입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집은 익숙하고 정겨운 느낌을 풍기고 근처에 함께 둘러보기 좋은 도깨비 박물관은 장수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역사와 재미가 공존하는 주촌마을에서 ‘논개를 만나고 돌아오라’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시골마을 장수. 산 넘어 산을 또 하나를 넘으면 그림 같은 풍경에 소담한 마을하나가 나온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넘실거린다.
“산새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네요. 장수는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인 것 같아요. 얼마나 더 가야 주촌마을이 나올까요?
“곧 도착이란다. 저기 보면 얇은 판돌로 지붕을 엮은 집들이 보이지? 언뜻 보면 기와처럼 보이지만 돌을 얹은 지붕은 주촌마을의 독특한 특징이란다.”
나라를 위해 투신한 충절의 여인인지, 남편의 복수를 위한 여인의 절개인지 말들이 많지만 그녀가 남강으로 뛰어내리기 전 깨물었을 입술만큼 붉은 그 마음에 귀를 대본다.
“학교에서 논개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 “그럼요. 임진왜란 때 왜장을 끌어안고 진주 남강에 투신한 논개도 모를까봐서요?”
“그럼 논개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알고 있니? 양반가의 자손이 관기가 되기까지의 과정 말이야. 꽤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단다.”
주촌마을의 입구에는 크게 의랑루가 자리하고 있다. 작은 연못과 함께 자리한 의랑루에 서면 저 멀리 논개상이 손에 잡힐 듯 아스라이 보인다.
“이곳이 의랑루구나. 생가지 입구를 알려주는 곳이지. 의랑루 사이로 논개상이 보이니? 의랑루를 지나 논개상까지 가기 전. 바로 네가 서있는 곳이 단아정이란다"
"논개가 어릴 적 또래들과 노닐덧 곳이라고 하는 구나. 논개의 지극한 충심과 효심의 얼을 기리기 위해 단아정이라는 이름을 붙인 거라고 한단다.”
의랑루 사이로 보이던 논개상 앞에 다다랐다. 굳게 다문 입술과 결연한 표정이 당시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허나 그녀의 손에서 작은 떨림이 전해진다.
“가까이에서 보니 꽤 긴장이 되는 것 같아요. 아마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 마음 때문 인 것 같아요.”
“그렇구나. 동상의 표정을 자세히 보렴. 단정하게 쪽진 머리와 굳은 의지를 말해주는 입술 그리고 무엇보다 가지런히 내려놓은 손가락에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지 않니?”
세 개의 문을 지나 논개 사당에 들어서면 괜스레 엄숙한 마음이 들며 긴장감이 흐른다. 그런데 따뜻한 눈빛으로 관광객을 맞는 영정은 왠지 모를 따뜻함을 감돌게 한다.
“이곳은 논개의 영정을 모셔놓은 사당이란다. 어떠니?” “동상으로 본 것 보다 훨씬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옅은 미소를 띈 붉은 입술을 보니 아까 아빠가 말씀하셨던 그 떨림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요.”
“제법이구나. 손가락 마디마다 끼워있는 옥가락지도 잘 봐두렴.”
주촌마을 가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비로소 논개생가를 만날 수 있다. 예스럽고 소박한 생가는 후손들에 의해 복원되어 지금까지 그 얼이 함께 흐르고 있다.
“생각보다 작고 아담하네요. 어쩐지 더 정감 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니? 사실 지금 이 생가지는 후손들에 의해 복원된 것이란다. 원래 생가는 수몰되었고 후손들이 논개의 얼을 이어가고자 마을을 조성하면서 복원하게 된 것이지. 단정하게 쌓아진 돌담벽이 초가집과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주촌마을의 또 다른 명물은 도깨비 전시관이다. 주촌마을에 도깨비 전시관이 들어선 이유를 도깨비들은 알고 있을까?
“아빠, 제가 가장 기다리던 공간이에요. 바로, 도깨비 전시관! 벌써부터 조금 으스스 한 것 같은데요?”
“녀석도, 참. 주촌마을의 도깨비들이 내는 퀴즈를 풀어야 나올 수 있다니 정신 바짝 차리는 것이 좋을 거야!”
주촌민속마을은 논개의 생가지로 더 이름이 나있다. 그곳에서 역사를 다시금 되새겨보고 그 안에서 소소한 재미까지 만들어 나가는 것은 어떨까?
“자, 오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
“조용한 시골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정겨운 돌담을 따라 조용히 걷기도 하고 역사를 되새기는 시간도 가져보고요. 교과서로만 배웠던 내용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박물관이랄까요?”
낮은 자세의 초가집이 소박해보이만 예스러운 장수 주촌마을. 야트막한 돌담 사이로 느껴지는 따뜻하고 정겨운 풍경은 어린 시절의 논개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약하고 여렸던 한 여인이 결연한 행동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되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괜스레 마음 한 편이 저릿해집니다. 그녀가 보여준 충절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의 본보기가 되어주고 고된 전쟁에서의 성공을 바라는 한줄기 희망이 되었을 것입니다. 소소한 공간들로 만들어진 주촌마을에서 여러분은 논개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올 것인가요?
세상을 바꾸는 어머니의 힘
- 경기도 고양시 -
SNS의 강자로 떠오른 고양시인 만큼, 고양시에 가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고양 600년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덕양산 행주산성에서 있었던 행주대첩입니다. 고양시에 가면 행주산성은 물론, 이 행주대첩에 관련된 이야기와 축제들도 만나 수 있답니다. 그런데 권율장군의 이름보다 더 유명한 것은 바로 긴 치마를 짧게 잘라 입고 돌을 던져 조선군을 승리로 이끈 부녀자들입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고양시에서, 나라도 지켜내는 어머니의 힘을 느껴라!’
임진왜란 때 7년 간 조선 군대를 총 지휘한 명장인 권율장군. 이곳, 행주산성은 행주대첩, 진주대첩, 한산도 대첩의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산성이 일어났던 곳!
“맞아! 중학교 때 배웠는데 잊고 있었네. 여자들이 한복 치마를 스스로 짧게 잘라 입고 무기가 될 돌덩이들을 정상까지 날랐던 것이 승리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들었어.”
“세상에, 여자가 무거운 돌을 들고 산 정상까지 갔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워. 웬만한 각오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겠는 걸? 우리는 지금 돌을 들지 않았는데도 벌써 숨이 차잖아.”
대첩문을 들어서자마자 근엄한 장군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행주산성을 승리로 이끈 인물, 권율장군! 산성 아래를 굽어보는 장군의 눈빛에 숨이 막힌다.
“와, 저 늠름한 눈빛을 좀 봐. 두 손으로 칼자루를 꼭 쥐고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무엇이든 지켜낼 수 있을 것처럼 든든해 보여.”
“장군의 뒤를 좀 봐. 관군과 의병, 승병들의 모습도 보이네! 아, 저기 부녀자들의 모습도 있어. 모두 힘을 합쳤기에 우리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거겠지?”
고양시 동산동 창릉공원에는 ‘동산동 밥 할머니 석상’이라는 석상이 하나 있다. 이름이 무척 재미있는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아, 행주대첩에는 숨은 영웅이 하나 더 있다고 들었어. 동산동에 살던 할머니 한 분이 왜군들 몰래 냇물에 석회가루를 풀고는 그것을 조선군의 쌀뜨물이라고 속였다는 거야. 배가 고팠던 왜군들이 그 석회 물을 먹고는 배탈이 나서 사기가 크게 꺾여버렸대.”
“지혜가 대단한 분이셨구나. 동산동 밥 할머니에 대해 더 알고 싶은걸?”
이 할머니의 공적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부녀자들을 모아 여성 의병대를 조직하고, 행주대첩에 참가하도록 이끈 것도 바로 이 전설 속의 할머니라는 사실!
“그 할머니는 부녀자들이 싸울 수 있는 계기를 북돋워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군인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부상병을 치료해 주기까지 했대. 그래서 전쟁이 끝난 뒤에 인조가 이 할머니에게 벼슬까지 내려 주었다던데? 동산동 밥 할머니는 조선 최초의 여성 의병장이래.”
“군인들 모두의 정신적 지주 같은 분이었겠네. 어머니의 힘이 느껴져.”
충장공 권율 도원수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충장사 입구. 이곳에는 삼도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 길에는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고 한다.
“잠깐, 발걸음을 조심해! 우리 아버지한테 들은 적이 있어. 이 특이하게 생긴 길의 이름은 삼도라고 해. 길 한가운데만 색깔이 다르지? 삼도의 가운데 길은 신이 다니는 길이라, 신도라는 이름이 붙어 있대. 꼭 신도를 지나가야만 한다면 가벼운 목례를 해야 한다고!”
“깜빡할 뻔 했네. 나도 알고 있어. 우입좌출의 법칙도 있으니,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하지?”
충장사를 다 살펴보았다면, 행주산성 산책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보자. 동산동 밥 할머니와 여성 의병대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이 들 것 같은데?
“어휴,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대단해. 아직도 정상에 도착하지 못했잖아. 지금은 계단이 만들어진 아름다운 산책길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정비도 안 된 돌길이었을 텐데.”
“맞아.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에 이 길은 더욱 험한 길이었겠지. 어머니들은 가족들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에 죽기 살기로 이 길을 올랐을 거야. 무거운 돌덩이를 지고 말이야.”
행주산성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백운대, 노적봉, 나한봉, 문수봉, 보현봉이 보인다. 이 중 왼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것이 바로 노적봉. 노적봉에 숨은 이야기를 들어볼까?
“아까 동산동 밥 할머니가 냇물에 석회가루를 풀고 그것을 왜군에게 쌀뜨물이라고 속였다고 말했지? 그 때 왜군에게 ‘저것이 바로 조선군의 산더미 같은 군량미다’라며 보여주었던 것이 바로 저 노적봉이야. 노적봉을 볏짚으로 감싸서 쌀가마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해.”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굉장한 분이야. 어머니다운 모습이 엿보이는 대단한 지혜인데?”
산을 내려가며, 행주 농악놀이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행주대첩의 승전을 기리는 이 놀이에도 어머니들만의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는데?
“행주대첩제, 행주문화제와 같은 행사가 산성에서 펼쳐지면 어김없이 행주 농악놀이가 등장하는데, 농악놀이의 마지막에는 어머니들이 행주치마를 입고 ‘행주치마 놀이’를 펼친대.”
“나, 왠지 반성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야. 내가 여자라서 못 한다고 생각했던 일이 많았는데, 여길 둘러보고 나니 그게 전부 내 엄살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너도 그러니?”
한 가지를 더 알려드리자면, 행주치마의 유래 또한 이 행주대첩에서 시작됩니다. 어머니들이 짧게 잘랐던 그 치마가 바로 우리들이 알고 있는 행주치마의 모양이랍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행주산성에서 어머니의 힘을 느꼈다면, 오늘 저녁에는 우리를 지켜 주시는 어머니의 어깨를 한 번 주물러보는 건 어떨까요? 어머니들이 나라도 지킬 만큼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바로 가족들이니까 말예요.
소담한 절집으로 봄마중을
- 충청남도 논산시 -
봄 하면 꽃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러한 봄꽃만큼 화사한 것들이 충청남도 논산에는 많습니다. 쌍계사 대웅전 꽃창살이 그렇고, 볕이 든 사랑채의 풍경이 또 그렇습니다. 건물도 늙습니다. 논산 쌍계사 역시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대웅전에서 잘 늙은 온화한 꽃문살을 만나면 그 모습마저 닮고 싶어집니다. 빨리 봄 느끼고 싶어 안달이라면 훌쩍 다녀와도 좋을 쌍계사. 봄마중 하면 으레 생각하는 남도보다도 찾아가는 길도 부담이 덜합니다. ‘가야곡면 불명산 소담한 절집으로 봄마중을 떠나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대웅전은 국가지정보물이다. 이곳의 꽃창살 덕을 톡톡히 본 듯싶다. 하지만 꽃창살과 어우러진 단청 또한 문창살만큼이나 고상하고 우아한 멋이 있다.
“건물 양쪽 측면에도 '꽃'은 피었어. 각각의 출입문 위에 모란 당초무늬를 잎과 줄기까지 꼼꼼하게 새겨져 있잖아.”
“기둥도 눈여겨봐도 꽤 흥미로워! 대웅전 기둥이 되는 나무들이 여느 절집과 비교해 아주 우람하지만 고색창연한 색바람이 묵직한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해.”
‘꽃’을 잔뜩 본 후 마루에 앉아 볕을 쬐면 겨우내 굳었던 근육이 슬그머니 풀어진다. 잠깐만 앉아 있어도 ‘봄이 왔구나’ 느껴질 정도다.
“지나치게 넓지도, 좁지도 않은 마당과 잘 꾸며놓은 연못의 조화에 눈이 즐거워져. 담장과 솟을대문이 없어 절이 한눈에 다 들어오기 때문인가. 주변에 배롱나무, 향나무도 가득하고.”
“초여름 배롱나무 꽃이 피면 더 예쁘다는데, 요즘에도 볕 좋은 날 오후 풍경은 그에 못지않다지? 그래서 하동에 있는 쌍계사와 비교해서 호젓함은 이곳이 더 낫다고 봐, 나는.”
색바람이 묵직한 세월을 대변하듯 얕은 숨을 내쉬는 대웅전. 누각 2층 바닥을 지붕 삼아 걷다 보면 특이한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나무문에 피어난 대웅전 어간문이 부처님께 꽃 공양이구나. 거기에 꽃살문이 연화장 세계의 정점을 찍고 있어. 가만. 일주문조차 없는 이 도량은 찢어진 북 하나 덩그러니 올린 2층 누각이 대문 역할을 하고 있어.”
“그래도 일주문인 셈이니 합장하고 돌계단을 따라가자.”
넓은 마당 가운데 놓인 두 개의 돌길을 곧장 향하면 야트막한 담장 아래서 고양이가 우리보다 먼저 봄마중을 하고 있다. 이곳은 왠지 온기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돌들이 서로 몸을 포개고 꼭대기에 저마다 부처님의 미소가 올려놓았어.”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 봐봐, 하나는 논산 관촉사나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같아. 단지 돌 한 개는 몸을, 다른 하나는 용상을, 나머지는 갓처럼 보일 뿐이지.”
“누구 정성인지는 모르지만 도량 곳곳에서 부처님 숨결을 느끼게 해주는구나.”
‘숨 쉬는 대웅전’에서 꿈틀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생에서 맺은 인연과 더 정을 나누고 싶다는 기도객들의 소망처럼 대웅전 기둥 하나가 유독 반질반질하다. 어떤 사연일까?
“유난히 검게 물들어 윤이 나는 저 나무기둥, 마음이 쓰이지 않니? 대웅전 기둥 하나하나가 굵고 희귀한데 저 기둥만 검잖아?”
“저 기둥은 대웅전 기둥 중 유일한 칡덩굴 나무라지. 게다가 윤달이 든 해에 안고 돌면 죽을 때 고통을 면한다고 전해지니 신기하지 않아?”
안내판을 보니 쌍계사의 숨 쉬는 이 대웅전이 보물 제408호란다. 창건연대는 고려시대로 추정되나 알 수 없고….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또 한 번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여기를 좀 봐봐. 현재 공주 갑사에 있는 ‘월인석보목판(보물 제582호)’이 원래 쌍계사에서 보관했던 것이라고 적혀 있어.”
“월인석보?” “그건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판목이야!”
대웅전 옆에는 관음보살좌상이 있다. 불성이 있는 누구라도 이곳 쌍계사를 한 번만 다녀가면 깨끗한 용상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는데, 정말 다가갈수록 놀라운 모습을 보인다.
“스님도 기도객들도 저 깨끗한 관음보살을 거울삼아 마음을 닦고 있는 듯하지. 우리도 좀 가까이 다가가서 보자.”
“옷 주름 등이 때를 입었지만 용상만은 하얗게 빛이 나고 있어. 용상만큼은 비에 젖지 않을 것 같아. 어떤 사연인지 궁금해 죽겠어. 우리 주지스님에게 차를 청해볼까?”
쌍계사는 고졸한 맛이 있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전설이 깃든 역사성이 돋보이는 절이고, 중창불사가 일어나 한동안 다듬고 가꾸어질 여지가 무궁한 절입니다. 절에는 입구의 부도전과 중심인 대웅전 그리고 명부전이 돋보이는 건 그 역사성일 겁니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이 절에서 유명한 세 가지, 즉 대웅전의 꽃창살과 이 절이 지닌 여러 가지 전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명부전에 들어 지장보살을 위시하는 용상입니다. 특히 대웅전은 겨울이 오기도 전에 봄을 보여줍니다. 온화한 고찰과 함께하는 봄마중, 지금 채비를 서두르세요.
소원을 말해봐
- 강원도 삼척시 -
우리나라 사람들은 둥근 달을 보거나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 마음속에 담아왔던 소원을 빌곤 합니다. 그래서 새해가 밝으면 가족의 안녕을 빌기도 하고 한 해의 계획을 다짐하며 저마다 소원을 풀어놓습니다. 떠오르는 일출이 아름답고 게다가 소원까지 들어준다는 삼척으로의 여행은 탁 트인 동해바다를 끼고 달리는 새천년해안유원지의 ‘소망의 탑’에서 소원을 빌 수 있는 연말연시 최적의 장소입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소원을 말해봐!’입니다.
넓게 펼쳐진 새천년해안도로는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로도 손꼽힌다. 탁 트인 동해바다를 달리며 마음속 근심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새로운 소망을 채워 넣는다.
“동해안 절경을 여기보다 더 잘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주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데?”
“탁 트인 동해바다를 끼고 달리는 4km의 새천년도로는 달리면 가슴에 품고 있던 고민이나 근심이 바닷바람에 씻겨 날아갈 수 있을 거야. 이곳에서 보는 일출도 아름답다는데?”
1999에서 2000으로 바뀌며 밀레니엄이라는 새로운 한 세기가 시작됐다. 단순히 1년이 흘렀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소망이 한 곳에 뿌려졌다.
“새천년이라니, 1년 동안 새천년이 정말 오는지 몇 번이고 되새겨 봤는데, 아마 그 당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랬을걸!”
“맞아, 나도 그때 기억나. 그땐 사람들이 다른 때 보다 더 많은 소원을 빌었던 것 같아. 그래서 이곳 새천년해안도로와 소망의 탑이 더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끝이 맞닿은 탑신은 소원을 비는 손 모양을 하고 있다. 탑 몸체에는 3만 3천명의 소원이 담긴 돌들이 차곡차곡 모여져 있다. 탑 층마다 담긴 의미가 다 다르다던데?
“잘 보면 단마다 소원이 조금씩 달라. 1단은 영원한 사랑을 기약하는 신혼부부의 소원이 2단은 시험 잘 보게 해달라는 귀여운 메시지가, 3단은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들의 소망이 각각 적혀있는 것 같은데? "
"작은 돌들 사이로 글을 새겨 넣은 사람들의 마음들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 소망과 소망이 맞닿아 더 큰 소망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아.”
‘우리 가족 건강하게, 내 꿈을 이루게 해주세요.’ ‘2주년 결혼기념일, 앞으로도 행복하게~’
“돌탑에 새겨진 소망들이 비슷비슷 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조금만 더 엿볼까?”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하고 꿈을 이루게 해달라는 소망도 보이는 것 같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영원히 지내는 것. 어쩌면 평범하고 소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기도 해. 마음으로 이 소망들에 축복을 빌어보자.”
한 세기 전의 모습을 추억할 수 있도록 돌탑 아래에는 타임캡슐이 묻혀 있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이 머무는 공간에는 어떤 소망이 깃들어 있을까?
“옛날에 봤던 영화가 생각난다. 소나무 아래에서 서로를 추억하기 위한 타임캡슐을 묻었었지. 그땐 타임캡슐 묻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었는데.”
“타임캡슐 한번쯤 안 묻어본 사람이 있었을까? 한 세기 전의 자료들이 묻혀 있다니 느낌이 좀 남다른 것 같아.”
태양이 원형으로 비추며 소망의 문으로 가득 찰 때 비로소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신비의 문으로 들어선다.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소망의 문에 들어서니 왠지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기분이 이상해. 많은 사람들의 소망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럴까?”
“그래?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도 꽤 낭만적이라고 하던데, 소망의 문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어떤 느낌일까?”
소망의 문에서 동해의 일출을 바라보며 종을 세 번 치고 소원을 기도하면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신비의 종이다. 자, 소원을 빌어볼까?
“우리도 소망을 빌고 가봐야겠지? 자. 일단 종을 세 번 치고, 소원을 기도할게.”
“무슨 소원 빌었어? 무슨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 “아직은 모르겠는데? 그런데 왠지 기분이 좋은 것이 정말로 이루어 질 것 같은데?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는 비밀이야!”
소원을 비는 모든 이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어디 그렇겠는가? 그거 그 순간의 간절한 마음이 모여 빛을 발하는 것이겠지.
“그런데 정말 이곳에서 소원을 말한다고 소원이 이루어질까?”
“물론 믿거나 말거나 아니겠어? 그래도 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다면 특별한 기적이 이루어지지는 않을까? 간절한 마음들이 이렇게 단단하게 모여 있으니까 말이야. 기분 좋은 바람과 이글거리는 태양, 그리고 간절함이 맞닿았을 때 일어나는 작은 기적 같은 것!”
새천년이 열리는 2000년을 기념해 조성된 새천년해안도로에서 탁 트인 동해바다의 해안절경을 즐길 수 있는 삼척. 많은 이들의 소망이 담긴 소망의 탑에 가지런히 자신의 소망을 얹어두고 오는 길은 잊지 못할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좋은 기가 모여 있다는 소망의 탑은 지리적 의미보다 저마다 다른 소망이 모여 있지만 그 바라는 마음의 간절함이 모여 좋은 기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음속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가 있다면 시원한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소원을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홍성5일장에서 찾은 보물
- 충청남도 홍성군 -
소리꾼 장사익 선생의 노래 <시골장>, <국밥집에서>처럼 유난히 시장 풍경을 즐겨 부른 그의 고향은 바로 충남 홍성. 그곳에는 사람 냄새 나는 장이 5일에 한 번 섭니다. 매번 경기가 좋은 것도 아니건만 장터거리는 항상 쑥부쟁이 꽃잎 같은 웃음으로 만발합니다.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오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상점마다 보물 하나씩을 꿰차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곳에 가면 상인들이 그 보물을 서슴없이 내보여 주실까요?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홍성 5일장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이곳엔 옛 모습을 간직한 홍성대장간이 있다. 3대째 대장간을 지키고 있는 대장장이 사장님에겐 100년이 훌쩍 넘은 쇳덩어리 보물이 있다. 뭘까?
“이 놈은 대장간에서 쇠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쓰는 받침인데, 100년 세월, 뜨겁게 달궈져서 매질을 당해가며 우리 3대를 먹여 살린 것 아닌감? 그래서 우리 집 보물이지.”
“그만큼 우리 전통시장 명맥을 지키는 데 일조하셨으니 뿌듯하시겠어요. 직접 만드신 호미며 낫, 망치, 사시미까지 사장님 손을 거쳐 간 도구들이 그야말로 작품이네요.”
역시 아버지를 따라 12살 때부터 장사를 시작한 대승철물점 사장님역시 보물이 있다. 신줏단지 모시듯 매일 닦고 또 닦는다는 그것은 무엇일까?
“어서 와. 우리 집 보물도 구경하러 왔남?” “네. 철물점 하시면서 어떤 보물을 간직하게 되셨어요?”
“자, 우리집 보물! 60년도 더 되어 손때가 더덕더덕 묻은 요놈, 긴 세월 나랑 같이 가게를 지켜왔어. 우리 아버지랑 나에 대한 추억까지 그득허니 쌓여 있으니께.”
시장 한쪽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노릇하니 두툼한 뭔가를 연신 부쳐내고 계시는 팔순 할머니께는 이 장사 자체가 보물일까?
“아, 시장 생각해서 4개 천원 받는 거여. 싼 맛에 이거라도 먹으러 오는 사람들 있어니!” “그럼 할머니 보물은 한평생 해온 바로 이 장사겠네요?”
“보물은 무슨 보물! 겨우 우리 내외 입에 풀칠하고 사는데 보탠 거지. 그래도 육남매를 이걸로 다 키웠어. 갸들이 이제 그만 하라고 성화네. 근데 이거 안 하고 놀면 뭐 한대.”
3대째 새우젓 장사를 한다는 주인아저씨의 보물은 그 크기부터 장난이 아니다. 무려 270m나 되는 규모에 여러 갈래로 뚫려 있기까지 해 미로를 연상시킨다. 대체 뭘까?
“12년 전에 팠는데, 지금 독배마을에 이런 놈이 40개나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온도가 섭씨 14~15도로 일정하면서 습도가 85%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여기 새우젓 보관하기에 이만한 조건을 가진 데도 없지. 우리 집 보물이여!”
“구수하면서 깊은 젓갈 맛을 내는 광천 새우젓 비결도 바로 여기 있었군요!”
생물 파는 곳을 지날라 치면 웬 싸움이라도 난 줄 알고 이내 고개가 돌아가거나 발길, 눈길이 절로 향한다. 흥정하는 소리다. 새삼 생선노점 주인의 보물도 궁금하다!
“지난번에 사간 고등어하고 꽃게도 그렇게 깎고 또 맛있게 드셨다면서 여기에 있는 활어도 다 살아 있는데 뭘 또 깎는댜?”
“에이~ 싱싱하면서도 싼 맛에 여기만 오지. 한 바구니에 만원 합시다.” “그려. 매번 제값 못 받아도 어쩔겨. 난 단골 보는 맛에 사는디. 자, 대신 자주자주 와.”
홍성재래시장에는 어느 정육점을 들어가도 1등급 홍성한우를 만날 수 있다. 국내 최고 특산물로 꼽히는 진짜 비결이 바로 그 보물이자 자랑이라는데?
“이 마블링 좀 봐,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것과 차원이 달라요. 대형마트가 저렴할지 몰라도 육질은 이곳 한우를 따라올 수가 없겠어요.”
“공수해오는 우시장이 따로 있는데, 그곳이 바로 홍성한우의 비결이자 우리 보물이지. 시골 농가들이 장난 안치고 우시장에 순수한 소를 갖고 나오기 때문에 가능한 거 아니겠어?”
60년 전통 소머리국밥집은 역사만큼이나 맛도 진국이다. 소머리와 사골을 푹 우려낸 국물에 쫄깃한 고기가 어우러진 맛을 보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집의 보물은 뭘까?
“홍성한우가 등급도 잘 나오고, 전국적으로도 제일로 치니 이 집 보물도 단연 한우겠죠?” “그야 그렇지. 근데 ‘국밥 먹는 날’이 따로 있는 거 아시나?”
“네?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데요?” “그날이 이제 우리 집 국경일이 됐네 그려.”
유서 깊은 이 장에는 여전히 많은 상인들이 좌판을 깔고 진입로부터 가득 메운다. 매끈한 오징어, 감칠맛 나는 토굴새우젓도 명물이지만 시장을 대표하는 보물은 따로 있다.
“아, 보물이 뭐 따로 있을라고~! 16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이 사람들 아니겄어!” “그렇군요! 바로 이 시장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으니 뭐니뭐니해도 홍성시장의 보물은 바로 사람이고 역사다~ 그 말씀이시군요.”
“맞구먼~! 봇짐 풀어놓는 장돌뱅이들부터 짚풀공예, 떡메치기 참여도 한번 해봐.”
식구들의 먹거리를 준비해놓고 뭇사람끼리 몸을 부대끼며 거래를 하며 정도 나누는 풋풋한 서민들의 공간, 옛 장터를 그대로 간직한 홍성5일장은 지금도 손수 거둔 농수산물을 사고파는 모습 속에 정직과 신뢰가 묻어나는 재래시장입니다. 그래서 이곳의 숨겨진 진짜 보물을 찾고 싶다면, 그들의 진정성을 느껴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사익 선생의 <시골장> 노래에서 그리워했던 사람냄새가 곳곳에 배어든 곳, 상인들 저마다 고단한 삶에서 묻어나는 ‘보물’ 하나씩은 간직한 곳, 이번 여행은 홍천5일장으로 떠나 보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