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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지역충청북도 증평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 프롤로그
    • 1.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뻥튀기
    • 2.장터 나들이의 요깃거리
    • 3.생선노점에서 풍기는 시골장터의 맛
    • 4.재래시장에서 만난 오디, 자랑할 만하네!
    • 5.쿵쾅쿵쾅, 망치질 소리
    • 6.장뜰시장 또 하나의 명물
    • 7.형형색색 슬리퍼가 단돈 2천원
    • 8.없는 거 빼고 다 있는 골동품가게
    • 에필로그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 충청북도 증평군 -

    비교적 작고 한적한 읍내라지만 장이 서는 1일과 6일에는 장 보러 나선 사람들로 마을은 그야말로 활기가 넘쳐나는 곳, 시골 인심으로 상거래를 하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나 소탈한 웃음이 절로 나는 곳, 바로 증평 장뜰시장입니다. 비록 홀로 나선 장보기 나들이일지라도 수십 년간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은 대장간을 둘러보다가 모자람 없이 몇 번이고 채워주는 인심 좋은 국밥집에서 출출함을 달래도 보고, 떡만 40여 년 동안 팔아온 시장 토박이 아주머니와 수다도 떨고. 그야말로 심심할 틈이 없죠.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오늘의 미션입니다. 느릿느릿 장뜰시장을 걸으며 구석구석 숨어 있는 재미를 찾아보세요!

    장 한가운데서 벌어진 엿장수의 각설이타령 소리도 가르며 들려오는 “뻥이오~!” 외침. 코끝을 자극하는 뻥튀기 냄새가 나는 곳에는 어떤 풍경이 있을까? 그곳으로 가보자.

    “(뻥이오~!) 자자, 거기 아가씨도 군침만 흘리지 말고 한번 맛이나 보시구랴. 튀밥도 맛있으니 한번 잡숴봐.”

    “제가 어릴 적에 맛보았던 뻥튀기가 바로 여기 있었네요! 다이어트에는 이만한 게 없는데 어디 가도 도통 배불뚝이 뻥튀기를 찾을 수가 있어야죠!”

    ‘한 봉지에 천원’이라고 대충 갈겨 쓴 손글씨마저 정겨운 떡 파는 노점상 앞을 그냥 지나치려니 입이 심심하다는 느낌이 불현듯 밀려온다. 어디 하나 골라볼까?

    “안녕하세요, 할머니. 시루떡부터 바람떡, 인절미, 송편에 약식까지! 와~ 없는 떡이 없네요. 이중에 무슨 떡이 제일 맛있어요?”

    “여기 맛없는 떡은 없어, 이 아가씨야. 아무거나 골라도 다 맛나. 지금 먹으려면 바람떡 사가. 방앗간에서 가져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따끈혀.”

    생선노점 앞에는 사람들이 꽤 붐빈다. 호주머니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고, 상인아주머니에게 흥정을 걸어보는 사람도 있다. 얼마까지 싸게 주시려나?

    “조기 만원에 5마리 줄게! 이 싱싱한 것 좀 봐봐! 물도 참 좋고, 어디 가서 이 가격에 절대 못 사.”

    “에이~ 아주머니, 두 마리만 더 얹어주세요. 그게 재래시장 오는 맛 아닌가요?” “허허~ 이 아가씨 고집 꺾기 힘들겠네. 옜다, 인심 썼다!”

    엉덩이 붙일 만한 곳에는 할머니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철 맞은 오디를 들고 나온 할머니도 있다. 판매 품목은 오디 딱 하나. 오디는 어떻게 먹을까?

    “이건 손으로 못 따. 저녁 때 나무 밑에 돗자리 펴놓고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저절로 떨어져서 이만큼씩 쌓여 있어. 그러니 웬걸. 오늘 아침에 오디 거두느라 야단을 했지.”

    “고놈들 참 실하네. 그런데, 이걸 그냥 먹나요?” “술 담가먹으면 몸에 좋아. 그냥 먹어도 맛있고. 한번 먹어봐.”

    1974년 문을 연 이래 쇠 녹이는 화덕에 불 꺼진 날이 없다는 이 지역 명물 증평대장간을 찾았다. 쇠를 다루는 일이 제일 쉽다는 대장간 주인장의 망치질을 구경해보자.

    “우리 대장간 물건 참 좋아. 청주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온다니까.” “남들이 호미 150개 만들 때 아저씨는 500개를 만드신다고요? 그게 정말 가능한 거예요?”

    “내가 일을 혼자 해도 워낙 손이 빠르니까 전국에서 주문이 와도 다 해내지. 얼마 전에도 TV 드라마에서 쓴다고 창을 수십 개나 만들었어.”

    장뜰시장에 대장장이 말고도 또 다른 장인도 있다 해서 들른 곳. 장뜰시장의 대표 맛집 장터순대다. 돼지고기를 손질하고 국밥을 끓여낸 30년 넘는 세월의 맛을 느껴보자.

    “순대 모자라면 순대를 더 드리고, 국 모자라면 국을 더 드리고. 배고파서 왔으니 배가 불러서 가셔야지.”

    “입에 착착 감기는 게 얼큰하니 속이 다 개운해져요. 국밥집은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애들 아빠는 아픈데 여섯 식구가 먹고 살려니 처음에는 혼자 고생도 참 많이 했지요.”

    ‘단돈 2천원’. 종이상자를 뜯어다 써붙인 문구 아래 화려한 색깔의 슬리퍼들이 수북하다. 이것저것 신어보며 쇼핑 삼매경에 빠져보자. 여인네의 장 나들이는 요런 재미 아닐까?

    “대형마트보다도 슬리퍼 종류가 더 많네요.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슬리퍼 치곤 발에 착착 감기는 게 한 켤레로는 부족하겠어요.” “다 신어봐~. 신어도 보고 만져도 보고 해서 제일 마음에 드는 놈으로다 가져가. 내 오늘 인심 써서 3개에 5천원 줄게.”

    화로에 향로, 꽹과리가 앞줄에 서고 뒤편에는 금박의 돼지인형, 앙증맞은 주전자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골동품점. 이곳에 들르고 싶다면 시장길을 끝까지 걸어가 보자.

    화로에 향로, 꽹과리가 앞줄에 서고 뒤편에는 금박의 돼지인형, 앙증맞은 주전자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골동품점. 이곳에 들르고 싶다면 시장길을 끝까지 걸어가 보자.

    “장독대 덮던 망부터 칼, 안마기계, 귀이개 등은 죄다 1천원이야. 가격이이 싸니 한가득 담아서 가도 부담 없다니깐.”

    “언뜻 보면 유치하고 조악하지만 들여다볼수록 정겨워요. 옛 물건들이 하나같이 깨알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현대적으로 탈바꿈하면서 시골장터의 분위기를 잃은 재래시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뜰시장의 5일장은 그렇지가 않죠. 영수증을 가져오는 사람은 경품을 주는 새로운 모습도 더러 생겼지만, 이곳은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고단한 일상의 짐보따리를 풀어놓고 잠시 쉬며 삶의 여정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입니다. 그렇게 세월이라는 염료로 덧칠해진 기억의 풍화작용으로 퇴색되어갔던 시골 재래시장의 추억을 장뜰시장에서 되찾을 수 있습니다. 정겨운 인심에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이곳 시골장터에서 옛 추억을 만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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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악산이 꾸는 꿈

    모악산이 꾸는 꿈

    지역전라북도 완주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모악산이 꾸는 꿈

    • 프롤로그
    • 1.산의 생김
    • 2.모악재로 향하면
    • 3.천하구제를 실천하는 땅
    • 4.느바기로 걷다
    • 5.종교와 계급을 초월해
    • 6.상생의 문화지대
    • 7.빈곤 속 풍요
    • 8.모악산의 꿈
    • 에필로그

    모악산이 꾸는 꿈

    - 전라북도 완주군 -

    전라북도 완주 구이면에 자리한 모악산 자락은 온유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산 뒷자락 숲길을 지나는 순례길은 실로 아늑하고, 봉우리에서 바다를 향하는 모습 그윽합니다. 모악산 골짜기에 자리한 수생금 물은 금을 낳고 생명을 키우는 물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수천수만 년 동안 모악산과 함께해온 완주 전역은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이 산 역시 피해갈 수 없었던 아픔을 간직한 이 산을 알고자 한다면 그 이름의 유래를 차근차근 짚어가다 보면 알게 됩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 ‘모악산의 유래를 찾아라!’

    실로 모악산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산으로 평가된다. 그 지세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저기 보이는 저 모악산, 어미가 아이를 안은 듯 인자해보여. 그래서 모악(母岳)산일까?”

    “그럴 수도 있지. 모르긴 몰라도, 과거에 사람들은 저 산을 악이 없다고 무악(無惡)산이라 부르기도 했다는데, 그게 모태가 됐을 수도.” “직접 이 산을 둘러보다 보면 왠지 그 이름의 유래도 보일 것 같아.”

    모악산은 지리적 의미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에서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동학농민혁명삼례봉기역사광장에서 그에 대한 많은 도움을 얻을 것 같다.

    “정여립이 대동단을 만든 곳도 바로 여기라지. 동학혁명 때 동학교도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세를 바로 이곳에서 폈으니까.”

    “맞아. 그뿐만 아니라 한 땐 이곳에 수많은 종교집단들이 자리 잡고 교세를 펴 충남 계룡산과 함께 한국 2대 명산으로서 꼽혔지.”

    요즘도 이 일대의 신흥종교 단체들이 미륵불을 기다리고 있다는 금산사. 그들에게 모악산은 ‘우주의 자궁과’도 같은 존재일까?

    “모악산 일대는 동학농민운동이 발발했던 곳이기도 하지만 증산교가 시작된 곳인 만큼 신흥종교의 발생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겠지?”

    “맞아. 기운이 센 탓에 계룡산과 함께 무속신앙의 근거지로 꼽히게 됐다지. 실제 이 일대는 예부터 증산도의 발생지로도 유명하잖아.”

    모악산 순례길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문화유산 길이기도 하다. 이 길을 걷는 동안 종교 성지들이 인접해 있어 이웃 종교를 존중하는 법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원불교·불교·기독교·천주교 등 여러 종교가 힘을 합쳐 선포한 240㎞에 이르는 이 순례길을 일러주는 이정표는 달팽이 그림이지. ‘느바기’가 모토라는데, 그 뜻을 알고 있니?”

    “달팽이처럼 느리게, 바르게, 기쁘게 걸어라, 대충 그런 의미 아닐까? 앗! 금산사를 출발한 지 30분도 채 안 됐는데 100년 넘은 예배당이 떡하니 있구나.

    오래된 나무 십자가가 예배당임을 알린다. 이 순례길에서 만난 예배당은 개신교 전도의 전초기지인 금산교회다.

    “이곳은 개신교, 가톨릭 신자가 절이나 원불교 교당에서 자고, 불교 신자가 성당에서 자는 일은 정말 쉽다더라.”

    “종교의 경계를 초월하게 된 계기는 뭘까?” “남녀가 유별하던 시절 계급을 초월해 섬김의 정신을 실천했던 두 남자 이야기를 들어봐.”

    예배당에서 다시 걸음을 옮기면 금평저수지를 만난다. 이 옆에 화려한 빛깔의 증산법종교 본부는 물론 미륵불의 소망이 담긴 오리터도 볼 수 있다.

    “개신교 전도의 상징을 담은 예배당에 증산사상의 발원지와 미륵불의 모태를 모주 마주한 셈이자나! 이런 장소는 어디에서도 쉽게 만나기 힘들 거야.”

    “먼 옛날, 위험천만하게 평등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이 지역에는 유독 많았다는데, ‘천하는 일정한 주인이 따로 없다’는 정여립의 집터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사람이 곧 하늘’이라던 동학농민운동의 녹두장군 정봉준의 최후전적지까지 만나게 되면 종교와 계파를 초월할 수 있던 이 지역의 내력과 모악산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까?

    “가톨릭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숨은 곳이 정봉준의 집이었어.” “그런 점에서 인내천과 정봉준, 모악산은 꽤 닮아 있는 것 같지?”

    “중요한 말을 했구나.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계곡이 깊어 숨기 좋았던 모악산은 인근이 평야라 먹을 것도 쉽게 구할 수 있었을 거야.”

    논밭, 갈대숲을 지나 시골마을의 소소한 일상과 마주하게 되면 꿈에서 막 깨어난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는 모악산의 참뜻이 응집된 길이기에 쉽게 지나칠 수 없다.

    “다시 ‘사람 사는 동네’지만, 너에게 뭔가 또 다른 깨달음이 됐을 듯한데?”

    “동네 슈퍼, 시골 문방구, 마을 초입의 느티나무 같이 소소한 풍경을 그냥 지나칠 뻔했지만, 모악산이 품은 뜻을 알 것도 같아. 그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모악산을 닮은 이 길은 결국 ‘사람 사는 길’에서 끝이 난다는 거야.”

    악이 없기에 무악(無惡)산으로 불리기도 하는 인자한 산, 누구라도 껴안을 수 있는 넉넉한 품을 지닌 모악산을 깊이 탐구하다 보면 결국 숨은 유래도 찾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순례길을 밟아가다 보면 그보다 더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것은 모악산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구간구간 서로 떨어져 풍경만 고고한 길이 아니라는 사실은 곧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길이고, 그 사람 사는 이 길을 모악산이 품어내고 있었음을 말입니다. 여러분은 이 길 끝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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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가 잠든 곳

    이야기가 잠든 곳

    지역경기도 수원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6-04-25 호감도

    이야기가 잠든 곳

    • 프롤로그
    • 1.장헌세자 이야기
    • 2.정조 이야기
    • 3.성벽이 낮아도 된다?
    • 4.공사는 일사천리
    • 5.수백 년 전 모습 그대로
    • 6.눈썹모양의 돌
    • 7.화성의 보물창고
    • 8.비밀통로
    • 에필로그

    이야기가 잠든 곳

    - 경기도 수원시 -

    ‘사방으로 통해 있는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라 하여 태조 이성계가 이름을 지은 이 산에는 수원 성곽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수원 화성은 우리나라의 성 가운데서 가장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성들 중 하나로, 그 보존 가치 또한 매우 높습니다. 화성에는 장헌세자와 정조의 애틋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수많은 과학적 비밀 또한 숨겨져 있으니 이것들을 찾아내신다면 수원 화성을 몇 배나 더 재미있게 관람하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화성에 숨겨진 비밀들을 찾아내라!’ 오늘의 <트래블아이> 미션입니다.

    화성에 대한 흥미를 북돋워 주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장헌세자 이야기 알기. 장헌세자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 이름이라면 이야기가 다른데?

    “화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융릉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정조의 아버지인 장헌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능이란다. 이 무덤 때문에 만들어진 도시가 수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장헌세자가 대체 누구죠? 왕의 아버지인데 세자라는 호칭을 쓰지 조금 낯선걸요?” “그럴 줄 알았어. 영조가 뒤주 안에 자신의 둘째 아들을 가두어 굶어 죽인 이야기는 알지?”

    정조는 열한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당시 스물여덟 살이었던 젊은 아버지가 뒤주 안에서 죽어가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그의 효심은 남달랐다고 하는데?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죽는 것을 봐야 했다니, 충격이 참 컸을 것 같아요.”

    “융릉 근처에는 정조가 아버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절인 용주사도 있단다. 정조는 한 달에 스물아홉 번이나 거동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아버지를 극진하게 모셨다고 해. 사도세자와 정조에 얽힌 설화들이 아주 많은데, 이걸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구나.”

    화성의 성벽은 4m 정도로, 다른 성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성벽들은 모두 아주 높은 것들인데, 요새 역할을 하는 화성의 성벽은 왜 낮을까?

    “생각해보니 이상해요. 성벽이 이렇게 낮은데, 적군으로부터 성을 방어할 수 있었을까요?”

    “네가 보았던 <반지의 제왕>과 같은 영화에서 나오는 전쟁들은 보통 아주 옛날의 전쟁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란다. 이 시대의 전쟁은 이미 성벽을 넘는 것이 아니라 화포로 성벽을 무너뜨리는 형태였기 때문에 성벽을 높게 쌓을 필요가 없었지.”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에는 화서문, 장안문, 창룡문, 팔달문 등 사대문을 포함, 총 48개나 되는 시설물이 있다. 화성은 아주 빨리 지어진 건물이기도 하다는데?

    “우와, 몇 백 년 전에 지어진 성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어요! 정말 웅장한데요? 이 성이 다른 성들보다 더 빨리 지어졌다니,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실학자 정약용이 화성을 지을 때 총 11대의 거중기를 사용했다고 한단다. 작업 능률이 다섯 배나 높아졌기 때문에 화성은 매우 빨리 지어진 건물이기도 해.”

    지금의 화성은 일제의 침략과 6.25 전쟁을 겪으며 심각하게 훼손되었던 것을 다시 복원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도 배운 적이 있어요. 문화재를 복원했을 때에는 원래의 재료가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심각하게 훼손되었던 화성은 어떻게 세계문화유산이 된 거죠?”

    “비밀의 열쇠는 정약용이란다. 정약용은 <화성성역의궤>라는 책에 화성 축조 당시의 모든 것을 세세하게 기록해 놓았단다. 때문에 화성의 벽돌 색 하나까지 그대로 복원되었지.”

    네모반듯한 성곽의 돌들 가운데 툭 튀어나온 돌이 있다. 눈썹 모양의 돌이라 하여 미석(眉石)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이 돌을 알아볼 수 있을까?

    “성벽이 전체적으로 평평한데, 저 돌들만 튀어나와 있어요. 저게 바로 미석인가요?”

    “잘 알아보았구나. 저 돌은 우산 같은 역할을 해. 정약용은 성벽의 틈 사이로 물이 스며든 뒤 이것이 얼었을 때, 부피의 차이 때문에 성벽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거지. 미석 덕분에 비나 눈이 와도 물이 성벽으로 스며들지 않고 땅으로 바로 떨어지게 된단다.”

    성의 일부를 가져다 만든 것 같은 모양의 수원 화성 박물관, 이곳에서는 화성의 모든 비밀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내부 계단의 모양도 화성 공심돈을 본 딴 것이니 올라볼 것.

    “군사들이 성 안에서 어떻게 적을 공격하는지 궁금했는데 모형이 마련 돼 있네요? 아까 말씀하신 거중기로 성을 쌓는 모습도 있고요! 남아 있던 궁금증이 싹 풀리는 것 같아요.”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장면도 재현되어 있고, 정조가 화성 행차 때 입었던 황금 갑옷도 볼 수 있지. 화성의 과학은 물론, 정조의 가족 사랑도 느껴볼 수 있단다.”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은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수원팔경 중 한 곳인 이 방화수류정 근처에 화성의 마지막 비밀이 있다는데, 찾을 수 있을까?

    “화성의 마지막 비밀은 바로 비밀통로란다. 구석진 곳에 비밀 문을 설치해서 적들 몰래 가축이나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지."

    "그래서 이 비밀통로를 통하면 방화수류정에서 물의 시작점인 용연까지 가장 빨리 이동할 수 있단다. 이 비밀문의 위치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한 번 찾아볼게요!”

    이야기가 있어 특별한 수원 화성. <트래블아이>와 함께 미션을 수행하며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수원 화성 박물관에서는 혜경궁 홍씨와 정조대왕의 옷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으니, 마치 역사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생생함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적인 축성 방식에서부터 정조의 효의 정신과 애민정신까지 생생히 느껴볼 수 있는 수원 화성. 이번 휴일에는 수원 화성에 가서 역사와 사랑을 동시에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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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담한 절집으로 봄마중을

    소담한 절집으로 봄마중을

    지역충청남도 논산시 편집국        사진쳔집국 2017-02-16 호감도

    소담한 절집으로 봄마중을

    • 프롤로그
    • 1.고색창연한 색바람
    • 2.마루에 벌써 봄이
    • 3.도량의 산증인
    • 4.야트막한 돌담 따라가면
    • 5.꿈 이루는 아름다운 절
    • 6.보이는 건 외형일 뿐
    • 7.용상에 때 묻지 않는 관음
    • 에필로그

    소담한 절집으로 봄마중을

    - 충청남도 논산시 -

    봄 하면 꽃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러한 봄꽃만큼 화사한 것들이 충청남도 논산에는 많습니다. 쌍계사 대웅전 꽃창살이 그렇고, 볕이 든 사랑채의 풍경이 또 그렇습니다. 건물도 늙습니다. 논산 쌍계사 역시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대웅전에서 잘 늙은 온화한 꽃문살을 만나면 그 모습마저 닮고 싶어집니다. 빨리 봄 느끼고 싶어 안달이라면 훌쩍 다녀와도 좋을 쌍계사. 봄마중 하면 으레 생각하는 남도보다도 찾아가는 길도 부담이 덜합니다. ‘가야곡면 불명산 소담한 절집으로 봄마중을 떠나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대웅전은 국가지정보물이다. 이곳의 꽃창살 덕을 톡톡히 본 듯싶다. 하지만 꽃창살과 어우러진 단청 또한 문창살만큼이나 고상하고 우아한 멋이 있다.

    “건물 양쪽 측면에도 '꽃'은 피었어. 각각의 출입문 위에 모란 당초무늬를 잎과 줄기까지 꼼꼼하게 새겨져 있잖아.”

    “기둥도 눈여겨봐도 꽤 흥미로워! 대웅전 기둥이 되는 나무들이 여느 절집과 비교해 아주 우람하지만 고색창연한 색바람이 묵직한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해.”

    ‘꽃’을 잔뜩 본 후 마루에 앉아 볕을 쬐면 겨우내 굳었던 근육이 슬그머니 풀어진다. 잠깐만 앉아 있어도 ‘봄이 왔구나’ 느껴질 정도다.

    “지나치게 넓지도, 좁지도 않은 마당과 잘 꾸며놓은 연못의 조화에 눈이 즐거워져. 담장과 솟을대문이 없어 절이 한눈에 다 들어오기 때문인가. 주변에 배롱나무, 향나무도 가득하고.”

    “초여름 배롱나무 꽃이 피면 더 예쁘다는데, 요즘에도 볕 좋은 날 오후 풍경은 그에 못지않다지? 그래서 하동에 있는 쌍계사와 비교해서 호젓함은 이곳이 더 낫다고 봐, 나는.”

    색바람이 묵직한 세월을 대변하듯 얕은 숨을 내쉬는 대웅전. 누각 2층 바닥을 지붕 삼아 걷다 보면 특이한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나무문에 피어난 대웅전 어간문이 부처님께 꽃 공양이구나. 거기에 꽃살문이 연화장 세계의 정점을 찍고 있어. 가만. 일주문조차 없는 이 도량은 찢어진 북 하나 덩그러니 올린 2층 누각이 대문 역할을 하고 있어.”

    “그래도 일주문인 셈이니 합장하고 돌계단을 따라가자.”

    넓은 마당 가운데 놓인 두 개의 돌길을 곧장 향하면 야트막한 담장 아래서 고양이가 우리보다 먼저 봄마중을 하고 있다. 이곳은 왠지 온기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돌들이 서로 몸을 포개고 꼭대기에 저마다 부처님의 미소가 올려놓았어.”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 봐봐, 하나는 논산 관촉사나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같아. 단지 돌 한 개는 몸을, 다른 하나는 용상을, 나머지는 갓처럼 보일 뿐이지.”

    “누구 정성인지는 모르지만 도량 곳곳에서 부처님 숨결을 느끼게 해주는구나.”

    ‘숨 쉬는 대웅전’에서 꿈틀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생에서 맺은 인연과 더 정을 나누고 싶다는 기도객들의 소망처럼 대웅전 기둥 하나가 유독 반질반질하다. 어떤 사연일까?

    “유난히 검게 물들어 윤이 나는 저 나무기둥, 마음이 쓰이지 않니? 대웅전 기둥 하나하나가 굵고 희귀한데 저 기둥만 검잖아?”

    “저 기둥은 대웅전 기둥 중 유일한 칡덩굴 나무라지. 게다가 윤달이 든 해에 안고 돌면 죽을 때 고통을 면한다고 전해지니 신기하지 않아?”

    안내판을 보니 쌍계사의 숨 쉬는 이 대웅전이 보물 제408호란다. 창건연대는 고려시대로 추정되나 알 수 없고….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또 한 번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여기를 좀 봐봐. 현재 공주 갑사에 있는 ‘월인석보목판(보물 제582호)’이 원래 쌍계사에서 보관했던 것이라고 적혀 있어.”

    “월인석보?” “그건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판목이야!”

    대웅전 옆에는 관음보살좌상이 있다. 불성이 있는 누구라도 이곳 쌍계사를 한 번만 다녀가면 깨끗한 용상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는데, 정말 다가갈수록 놀라운 모습을 보인다.

    “스님도 기도객들도 저 깨끗한 관음보살을 거울삼아 마음을 닦고 있는 듯하지. 우리도 좀 가까이 다가가서 보자.”

    “옷 주름 등이 때를 입었지만 용상만은 하얗게 빛이 나고 있어. 용상만큼은 비에 젖지 않을 것 같아. 어떤 사연인지 궁금해 죽겠어. 우리 주지스님에게 차를 청해볼까?”

    쌍계사는 고졸한 맛이 있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전설이 깃든 역사성이 돋보이는 절이고, 중창불사가 일어나 한동안 다듬고 가꾸어질 여지가 무궁한 절입니다. 절에는 입구의 부도전과 중심인 대웅전 그리고 명부전이 돋보이는 건 그 역사성일 겁니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이 절에서 유명한 세 가지, 즉 대웅전의 꽃창살과 이 절이 지닌 여러 가지 전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명부전에 들어 지장보살을 위시하는 용상입니다. 특히 대웅전은 겨울이 오기도 전에 봄을 보여줍니다. 온화한 고찰과 함께하는 봄마중, 지금 채비를 서두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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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시 들린 부산, 그 곳의 여유

    잠시 들린 부산, 그 곳의 여유

    지역부산광역시 동래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잠시 들린 부산, 그 곳의 여유

    • 프롤로그
    • 1.야생초화가 가득한 도심
    • 2.예전의 모습은?
    • 3.온천천의 심장
    • 4.달림의 미학?
    • 5.달릴 수 있도록
    • 6.건강해지는 길
    • 7.참방참방,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
    • 8.꽃의 향연
    • 에필로그

    잠시 들린 부산, 그 곳의 여유

    - 부산광역시 동래구 -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찾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에는 매년 여름이면 활기찬 바다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하지만 바다로 향하는 길목, 바다보다도 더 탁 트인 곳이 있습니다. 바다를 직접 접하지 않은 곳, 부산 동래구의 주요 지역을 지나며 흐르는 '온천천'이 바로 그것입니다. 바쁘게 부산을 찾아 관광을 즐기기에는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곳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틈바구니 시간의 여유 즐기기!'입니다.

    눈길이 닿는 곳 마다 꽃길이다. 꽃을 따라 걷다보면 반가운 해바라기부터, 이름을 알 수 없는 오묘한 빛깔의 꽃들이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춤을 춘다.

    “온천천의 생태복원 사업이 정말 잘 이루어 진 것 같아. 이곳이 원래 30년이나 버려져 있었던 강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맞아. 이렇게나 싱싱하게 생글거리는 웃음을 머금고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처음부터 이렇게나 맑은 곳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

    흐르는 온천천에는 수달 조형물이 서있다. ‘얼쑤 달수’라는 이름을 가진 수달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리도 맑은 도심 속 하천이라니, 부산이 부러워질 정도다.

    “예전에 이곳은 부산 동래의 젖줄이라 불렸다고 해. 어때?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으려 뛰노는 아이들과 빨래터의 아낙들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잘은 모르겠지만, 그 행복을 이어가는 하천의 기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해. 일상을 보내고 아이들이 뛰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니까!”

    산책길 주변으로 우거진 갈대숲이 자리했다. 이따금씩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이쪽을 내다보는 새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온천천에는 몇 개의 습지가 있을까? 이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그 건재함을 이어가는 습지를 모두 볼 수 있다고 해!”

    “이 습지를 지난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닷가의 모래해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하니 이미 바다에 와 있는 것 같아.”

    온천천 시민 공원은 왠지 달리고 싶은 곳이다. 탁 트인 시야와 길게 이어진 산책로를 달리면 끝없이 달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부산 동래구의 온천천은 서울의 청계천과 비교될 만큼 잘 만들어진 하천이라고 해. 특히나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이 꼭 청계천에 있는 것 같아.”

    “도심 속에 있는 하천이지만, 자전거 길 등의 경관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전국에서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해. 우리도 자전거 타러 갈까?”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시민들이 많다.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 하하호호 웃는 그들의 모습이 넓기만 한 광장에서의 그것과는 다르다.

    “신분증만 있으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니! 유료 자전거 장이 아니라면 더욱 쉽게 이곳에 찾아와 여가를 즐길 수 있겠어!”

    “맞아. 자전거 정비도 잘 되어있고,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자전거 대여를 하고 있으니 이용을 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것 같아.”

    발은 제 2의 심장이라 했던가? 다리 아래 비밀스럽게 이어진 길을 차곡차곡 밟아가니 어느새 상쾌해진 발걸음이 느껴진다.

    “꽃이 피고, 걷을 수 있는 길이 이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까지 생각한 길이 있어. 신발을 벗고 걸어볼까?”

    “아플 것 같지만 차근차근 이 커다란 지압판을 밟아갈 수 있는 것도 시민들이 온천천을 찾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온천천 옆, 한편에 더 맑아 보이는 물이 졸졸 흐른다. 게다가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웃음과 활기참이 더해지니 훨씬 더 상쾌하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모습에도 웃음이 가득해. 시민 공원이 이렇게나 여가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게다가 저 놀이장에서 이용되는 물은 인근에서 나는 지하수를 이용한다고 하니,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놀이터가 아닐까해.”

    봄이면 벚꽃터널이 만개한다.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 앞으로는 가을의 코스모스 길도 이어지고 있다. 사계의 아름다움이 행복한 그들에게 이어질 것 같은 길이다.

    “벚꽃이 터널을 만들어 낼 정도라니, 정말 오래된 나무 인가봐. 분홍빛을 은은하게 뿜어내는 벚꽃 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유채꽃 밭이 기다리고 있어.”

    “일상 중 조금의 시간만 낸다면, 잠시 나와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니. 도심 속에 자리한 공원이 좋은 이유를 알 것 같아.”

    볼 것도, 그 역사를 알아야 할 것도 많은 부산 동래구 온천천 시민공원입니다. 가만히 두어도 잘 흐르는 하천인 듯 하지만, 그 속에는 하천의 복원을 위해 힘쓴 사람들과 특히 시민들의 노력이 함께 흐르고 있다고 하네요. 바쁜 일정 중, 잠시마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동래구의 온천천이 흘러 바다로 가 하얀 모래사장이 되듯, 이곳에서의 추억이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을 것을 믿게 만드는 곳입니다. 시민천의 꽃길을 걸으며 여행 중의 휴식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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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노소 누구나 즐거운 맛, 초당순두부

    남녀노소 누구나 즐거운 맛, 초당순두부

    지역강원도 강릉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거운 맛, 초당순두부

    • 프롤로그
    • 1.이름부터 남다른 초당마을
    • 2.하얗고 말랑한 게 담백하기까지
    • 3.비법 없이 별미가 되겠어?
    • 4.왠지 심심할 것 같다면
    • 5.곱절의 시간과 정성
    • 6.청정바다의 향 머금은 시장
    • 7.원조를 만나다
    • 8.또 하나의 즐거움
    • 에필로그

    남녀노소 누구나 즐거운 맛, 초당순두부

    - 강원도 강릉시 -

    강릉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다보면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아 하루가 아쉽기만 합니다. 율곡이이 선생의 발자취가 담긴 오죽헌부터 정동진 소나무까지, 배낭하나 걸쳐 메고 발 빠르게 돌아다니다보면 어김없이 배꼽시계가 울려댑니다. 부드럽고 고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긴다는 순두부지만, 강릉의 초당순두부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기대를 품게 하는 메뉴입니다. 강릉 순두부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 ‘초당순두부만의 특별한 매력을 찾아라.’

    강릉의 순두부는 항상 초당순두부라고 불린다. 초당마을에 들어서면 초당순두부 식당이 즐비한데 초당마을에서 초당순두부 이름의 특별함을 알 수 있을까?

    “역시 초당마을답게 마을 입구부터 순두부 식당이 늘어서 있네! 허균, 허난설헌 남매의 이름도 자주 보이는 걸 보니, 초당이라는 단어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 같아.”

    “맞아. 초당은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부친 허엽의 호(號)로 마을이름을 허엽의 호를 따서 초당마을이라고 부르게 되었대.”

    보통 순두부찌개를 생각하면 고추기름으로 하여 칼칼하고 부드럽게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초당순두부는 하얗고 말랑하며 후루룩 떠먹는 담백함까지 갖추고 있다.

    “한쪽에는 칼칼한 전골류로 다른 한쪽에는 말간 순두부를 주문하니 다양한 순두부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초당순두부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이렇게 담백하고 말캉말캉한 순두부를 후루룩 떠먹는 게 최고지.”

    대박 맛집이라고 하면 어딜 가나 특별한 비법이 있기 마련. 강릉 초당순두부도 맛을 내는 특별한 비법 하나쯤은 있겠지?

    “초당순두부가 특별한 이유가 단연 마을 이름 때문만은 아닐 텐데, 역시 주방 아주머니만 알고 계신 비법이 따로 있을까?”

    “초당순두부는 콩을 갈아 간수가 아닌 바닷물로 응고시켜 만든 것으로 유래되었다고 해. 그래서 더욱 부드럽고 따로 간을 맞추지 않아도 싱겁지 않고 담백한 거야.”

    초당순두부는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순두부를 자랑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부담이 없다. 그런데 왠지 심심할 것 같다면? 걱정할 것 없다.

    “몽글몽글한 순두부의 본연의 맛을 느끼다가 조금 심심한 것 같다면 된장에 절인 고추나 비지에 무를 썰어 만든 비지장을 비벼먹으면 한 그릇 뚝딱이겠어.”

    “맞아, 또 양이 꽤 많이 나와서 순두부 한 그릇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지. 우리처럼 여행 중에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더 없이 든든한 곳이야.”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꽤 단순해 보이지만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곱절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법. 특히 이들의 콩 농사에 들이는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할머니들이 두부를 만든 사연은 오히려 담백하지. 할아버지가 콩 농사를 지었는데, 이 콩은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었다지.”

    “그래서 콩 대신 두부를 만들어 인근 강릉 시장에 내다 팔아 자식들 장가도 보내고, 이렇게 초당순두부 맛 좋다고 입소문도 나면서 식당도 차리셨으니까.”

    순두부마을 인근에는 지역특산물을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시장들이 즐비하다. 차로 15분, 강릉대로에서 옥가로로 접어들면 깨끗하고 신선한 해물을 만나볼 수 있다.

    “강릉중앙시장은 이 지역 대표 재래시장이야.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새로운 상가의 모습은 전통시장의 풍미를 잃은 것 같지만, 지하 어판장은 신선도와 청결 면에서 전국적으로 이름난 시장이 됐다지?”

    “청결한 어시장의 본보기가 되고 있구나. 동해안에서 갓잡아온 어물들이 더욱 신선해보여!”

    처음 한동안은 그리 유명하지 않았으나 지금의 이곳 강릉중앙시장에 좌판을 펼치고 두부를 파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면서 이제 장안의 명물로 등극해 있다고.

    “여기야말로 초당순두부의 탄생지가 아닐까? 30년대부터 여기서 할머니가 장사해오셨지.” “맞아. 먹고살기가 어려웠던 시절 여기에 좌판을 꾸리시고 바닷물로 두부를 만든 일화는 참 유명하지.”

    “염분 때문에 굳이 간을 할 필요가 없으니. 그게 이곳 두부의 고소한 맛의 비결이 아닐까?”

    초당순두부마을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강릉을 찾는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경포대해수욕장과 그 일대의 활어횟집이 금방이다.

    “바닷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들만 생각하고 왔는데, 회센터들이 중앙시장만큼이나 이렇게 잘 정돈되어져 있구나. 아! 그거 알아? 맛있는 커피 집은 죄다 강릉에 있다는 소문.”

    “그래? 그럼 일단 여기서 싱싱한 회 맛부터 좀 보자! 망둥어, 광어, 우럭 등 뭘 시켜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긴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과정부터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것까지 초당순두부는 참 느린 음식입니다. 그래서 초당마을 사람들은 아침 일찍 따끈한 두부 한 모를 올리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이지요. 하루아침에 전통과 특별함이 쌓이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성실하고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쌓여 지금의 초당순두부가 만들어 진 것이 아닐까요? 웰빙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강릉중앙시장과 경포대 먹거리에도 파고들었습니다. 초당순두부가 몰고 온 건강한 맛, 여러분은 어디까지 경험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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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있게 익어가는 순창의 힘

    맛있게 익어가는 순창의 힘

    지역전라북도 순창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맛있게 익어가는 순창의 힘

    • 프롤로그
    • 1.한국인의 맛
    • 2.순창이 참 좋다? 순창의 장 좋다!
    • 3.8할이 경험
    • 4.순창 고추장 맛의 비결을
    • 5.다양한 종류만큼
    • 6.푸근한 냄새에서 정을 느낀다
    • 7.대를 잇는 장인들의 손맛
    • 8.마을의 보물인 장독
    • 에필로그

    맛있게 익어가는 순창의 힘

    - 전라북도 순창군 -

    해외여행을 떠날 때 필수용품이 되어버린 것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고추장입니다. 몇날 며칠을 느끼한 음식들과 사투를 벌이다보면 절로 고추장 생각이 그리워지기 마련입니다. 고추장에 밥 한 공기 쓱쓱 비벼먹으면서 향수를 달래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입맛을 잃었을 때 비장의 카드로 매콤한 고추장 음식들을 맛보면 금세 활력이 생기며 달아난 입맛도 되찾아 오는 신통방통한 것이 바로 한국인의 맛, 고추장입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 미션은 ‘순창에서 한국인의 맛을 보고 돌아오라’입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이 없는 한식(韓食)은 생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입맛을 길들이고 정서를 만들어 온 한국인의 맛은 지금쯤 맛있게 무르익어 간다.

    “여행은 어땠어? 즐거웠어?”

    “즐거웠지. 딱 하나만 빼고.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혼났다니까. 고추장이 얼마나 그립던지 한인 식당에서 고추장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니까! 역시 한국 사람이라면 고추장이지!”

    순창하면 고추장을 빼놓을 수 없다. 붉지만 탁하지 않은 맑은 빛깔의 순창 고추장이 그 명성을 얻게 된 시기는 언제부터 일까?

    “그래서 한국 오지마자 순창으로 달려온 거야? 너도 참 너다. 그런데 언제부터 순창하면 고추장이 떠오른 걸까?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그건 순창장류박물관에 가면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 아마도 기후와 정성이 맞물려 효모균이 제대로 번식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순창 고추장이 특별한 이유는 질 좋은 재료와 발효기간의 정성 그리고 삽시간에 따라 잡을 수 없는 경험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난 정성과 경험에 한 표를 던질래. 아무리 좋은 재료라고 해도 발효하는 과정에서의 정성과 전통을 받들어 온 노력이 없었다면 최고의 맛을 내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 "

    "지금까지 최고의 맛을 이어나가며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온 고추장 장인들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순창 고추장은 시지 않고 적절히 달다. 매운맛에 감도는 단맛은 음식의 감칠맛을 돋우어주고 입맛을 당기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순창에서는 8~9월에 고추장용 메주를 따로 띄워서 신맛보다는 단맛을 낸다고 들었어. 그 래야 장의 단맛을 내는 곰팡이가 많이 피어나기 때문이라고. 자식, 이 정도는 알고 와야 되는 거 아니냐?”

    “한 가지를 빼먹었는걸? 섬진강 상류 깨끗한 물로 담갔기 때문에 더 좋은 거라고.”

    한식에서 고추장은 단순히 종지 그릇에 담겨 나오는 자투리 장이 아니다. 맛의 화룡점정을 찍는 고유한 우리 문화이다.

    “고추장마을에 왔으니 고추장 맛을 봐야 하지 않겠어? 고추장 요리를 떠올려보면 비빔밥, 고추장 불고기, 고추장찌개, 매운 불닭 등등 너무 많아서 다 떠올리기가 힘들어.”

    “난 여기에서 특별하게 맛 볼 수 있는 참외장아찌랑 매실 장아찌를 먹어볼래. 음, 짜지 않고 달콤한데?”

    메주를 띄우고 장을 담글 때면 익숙한 시골냄새가 풍겨온다. 정겨운 그 냄새에 마을 어귀에서부터 마음이 푸근해진다.

    “으악, 이게 무슨 냄새야? 뭔가 진하면서 깊은 이 시골냄새의 정체는 뭐지?”

    “장을 띄우고 만들면서 나는 온갖 장류 냄새야. 이런 냄새는 아마 장이 제대로 익어가고 있다는 거 아닐까? 나는 향기롭기만 한데?” “그래? 다시 한 번 맡아볼까? 그래도 난 좀 고약한데.”

    순창고추장의 맛은 대대로 이어지는 장인들의 솜씨가 묻어있기에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고추장만을 생각하고 지나온 세월이 장독에 담긴 고추장만큼 깊고 진하다.

    “저기 좀 봐봐. 저기 장독대에서 장맛 보시는 분말이야. 고운 한복차림에 머리도 정갈하게 쪽을 지시고 장독대 사이에 계시니까 무슨 다큐멘터리 보는 것 같지 않니?”

    “그러네. 저분 손에서는 왠지 매운 고추장 냄새가 날 것 같아. 그만큼 고추장과 함께 지나온 세월이 깊다고 하겠지?”

    마을의 사람들은 대부분 길게 늘어선 장독들을 제일의 보물로 여긴다. 그곳에 담겨있는 것이 비단 고추장뿐일까. 지난날의 청춘과 세월이 묻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순창 고추장마을 사람들에게 가장 큰 보물은 무엇일까?” “아마 저 장독들이 아닐까? 하나하나 자식처럼 생각하시겠지. 줄지어 늘어선 장독대만 보아도 절로 배가 부르시다고 하셨잖아.”

    “맞아. 이 장독들은 고추장마을 사람들의 보물이자 한국인의 보물이기도 하지.”

    가을 무렵이면 순창에는 김장을 위한 빨간 고추를 늘어놓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또한 집집마다 줄지어있는 장독과 처마 밑에 매달린 메주는 짙은 장 냄새를 풍기며 상투적인 시골 풍경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코를 질끈 틀어막지만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지는 냄새는 절로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듭니다. 고추장마을의 가을은 맛있게 익어갑니다. 음식에 감칠맛을 더해주고 없으면 허전한 고추장으로의 여행을 원한다면 순창으로의 여행을 서두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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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린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

    느린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

    지역경상북도 김천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4-09-26 호감도

    느린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

    • 프롤로그
    • 1.모퉁이를 돌기 전
    • 2.슬픈 전설
    • 3.직지사가 새겨준 교훈
    • 4.모티길의 시작
    • 5.색다른 기분
    • 6.낯선 풍경
    • 7.오로지 한길로만 가라
    • 8.심신을 달래다
    • 에필로그

    느린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

    - 경상북도 김천시 -

    ‘슬로우’가 관광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요즘 걷기여행은 단연 인기입니다. 바쁜 일상사 속에 여유로움이 없는 현대인들이 산과 들을 배경 삼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슬로우길로 향하는 발길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김천의 모티길은 가을 단풍이 절경인 시기 탐방객에게 호젓한 여유를 내어줍니다. 이중 천년고찰 직지사와 연결되는 직지문화모티길을 걸으면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예술의 향기가 따라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 미션은 바로 ‘모티길 산허리를 돌아 세상의 잡념을 떨쳐내라’입니다.

    ‘모퉁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모티’. 그 이름처럼 많은 굽이를 돌고 돌아야 하는 모티길로 들어서기 전 직지사로 가보자.

    “신라 때 두 번째로 창건된 이 고찰은 임진왜란 때 풍전등화에 놓인 국운을 되살린 사명대사의 출가득도 사찰로도 꽤 유명하죠.”

    “저는 그보다도 아도화상이 가리킨 손가락 끝을 따라와 지었다는 이 절의 유래가 궁금해지는군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것을. 그 순리를 거부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전설은 전국 곳곳에 무척 많다. 직지사 금강문에도 역시 안타까운 전설 하나가 전해온다.

    “그 창건설화는 잘 몰라도 다른 이야기는 조금 알죠. 전국을 떠돌던 한 승려가 합천에 있는 대처승 마을에 당도했는데, 이곳 촌장이 승려의 사람 됨됨이를 보고 사위로 삼기로 했으나 승려는 한사코 거부했답니다."

    "그가 행여 도망칠까봐 3년을 잡아두었지만 그 승려는 결국 도망쳤고 부인은 이곳 금강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져 죽었다죠.”

    오는 듯 가버리는 가을 어느 길목에서 벌써 날씨가 추워졌다고 푸념할 것 없이 지금이라도 길을 나서면 될 터이다. 모티길의 이 고찰은 그러한 교훈까지 새겨준다.

    “부인이 죽은 자리에 금강문을 짓고 매년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그렇게 금강역사로 하여금 여인의 한 서린 원혼을 막았다는 이야기까지가 설화를 이루죠.”

    “인연의 끈을 부여잡고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부질없음을 깨닫게 하는군요. 하지만 때가 이미 늦은 것을 어찌 하겠습니까.”

    모티길의 출발점은 직지사 인근 직지초등학교다. 여기서 방하치마을까지 이르는 구간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원래 모티길은 산자락 아래 농로를 따라가게 돼 있지만 마을을 바로 옆에 끼고 있어서 한적한 맛은 느끼기 어렵지만, 이 작은 돌들을 쌓아올린 돌탑은 꽤 인상적이군요.”

    “방하치 마을부터 차츰 오르막이 시작되죠. 길의 절반은 오르막이고 숲길 정상부에 올라선 뒤 다시 꾸준히 내려가다 보면 이 심심한 길을 어느새 그리워하게 될 수 있어요.”

    마을 끝에는 300살을 훌쩍 넘긴 거대한 고목이 본격적인 산길의 시작을 알린다. 임도를 이어서 꾸며진 모티길은 걸을수록 호젓한 자연의 멋이 얼굴을 드러낸다.

    “서두름 없이 차츰차츰 오르다 보면 어느새 숲 속 한가운데로 와 있군요.”

    “정말 그렇네요. 소나무는 드문 편이고 거의 활엽수로군요. 가을까지는 산행하기에는 적합하지만 겨울이면 무척 쓸쓸한 풍경으로 바뀔 듯해요.” “하지만 그 역시 색다른 맛을 주지 않겠나 기대가 되네요.”

    드문드문 나무가 성기게 자란 곳에선 아래쪽 경치를 굽어볼 수 있다. 숲길 정상부에는 갈림길이 있고, 쇠사슬로 내리막길을 막아놓아 의문이 든다.

    “원래 모티길은 아래쪽 내리막으로 가야 하는데 가끔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이리로 내려갔다가 차를 돌리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죠.” “그래서 이렇게 막아놓은 거로군요.”

    “굳이 차를 타고 지나는 이는 분명 재미없는 사람일 겁니다, 역시 이 길은 걷는 맛이죠!”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마을 하나를 더 만나게 된다. ‘표고버섯 재배지’라 쓰인 안내판을 발견했다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인근 산에는 산양삼과 갖가지 약초를 심어놓았다죠? 그곳에 한번 가볼까요? 왠지 싱싱한 버섯들을 잔뜩 채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함부로 이곳에서 약초를 캐다가는 주민들에게 혼줄이 나는 수가 있으니 그만 두는 게 좋겠군요.”

    산을 내려서면 돌모마을이 나오고 지방도를 따라 잠시 내려가면 도착지인 직지문화공원에 다다른다. 여기서 지친 몸을 달래며 공원을 즐겨보자.

    “김천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군요. 이토록 많은 조각작품이 너른 조각공원에 펼쳐져 있을 줄이야!”

    “여기서 저는 또 하나 깨달음을 느끼게 되네요. 모티길은 정겹다는 겁니다. 제법 긴 코스지만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기다려지게 하죠.”

    길은 스쳐가는 곳만은 아닙니다. 길엔 느림의 미학이 있고, 역사·문화 체험, 가슴에 청량제를 담는 웰빙 체험도 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볼거리까지 있다면 꽤 괜찮은 나들이가 아닐까요? 그러한 ‘꽤 괜찮은 나들이’가 가능한 ‘모티길’은 모퉁이를 돌고 도는 산길을 따라 자연과 역사를 함꼐 품어볼 수 있어 좋습니다. 게다가 깊어가는 가을이면 길손들에게 단풍의 절경을 선물합니다. 그러면서 잡념은 어느덧 구름처럼 홀연 날아가버리는 신묘한 길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느린 걸음으로 모티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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