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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공원, 어디서 무리지어 날아왔는지 비둘기 떼가 모여 있다. 날지도 않을 거면서 날개를 푸드득거리며 종종걸음으로 길을 활보하고 있다.
언제쯤 그리워지지 않게 될까. 바다를 내다보는 조용한 시선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밝게, 조금 더 밝게. 하늘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 조금씩 스며드는 햇살들.
하얀 벽에 빨간 지붕을 얹은 이곳은 주위의 풍경과는 너무 달라서 뜻밖의 장소를 찾은 듯 묘하게 설렌다.
사선으로 가파르기 보다 층층이 올라가는 것이 좋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디딜 수 있을 것 같아.
키보다 훌쩍 큰 돌담을 끼고 걷다가 눈앞에 계단이 나타나고서야 벽이라는 걸 알았다. 보이는 대로 생각하지 말 것.
물속을 들여보는 까닭은 그곳에 다른 세계가 있기 때문.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수면에 비친 곳이 진짜가 아닐까.
뿌리를 잃었는데도 푸른 잎은 놓치지 않았다. 차곡차곡 쌓여 검은 껍질을 맞대고서 서로의 잎으로 다독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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