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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위에 얹은 기와보다 높게 솟은 탑이 하늘까지 닿았다. 탑 꼭대기를 바라보는 일이 하늘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꽃이 진 자리가 총총히 밝혀졌다. 햇살을 머금어 익어가는 저 빛깔이 어찌 곱지 않을 수 있을까.
여전히 굳세고, 여전히 아픈 시선들. 나을 수 있을까. 나아질 수 있을까.
높은 땅에 빗금이 가득하다. 올려다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덜 여문 마음 때문은 아닐지.
오고 간 수를 헤아리자면 끝이 없다. 끝이 없기에 기다림도 계속된다.
신림동 서점에서 책 하나를 꺼내 펼쳤다가 도로 덮었는데 순간 낯선 이의 한숨이 뺨에 닿았다.
우연히 마주친 쉼터에서 맞이하는 고즈넉함. 이 풍경을 보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름 모를 꽃 사이로 먼 나라의 풍경이 보인다. 향기마저 그곳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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