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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푸르게 푸른,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도시의 삭막한 모습에 지쳤다면, 조금은 외진 곳을 찾아들어도 좋을 것.
기억에 가득 배어 있는 냄새, 그 온기. 코를 가까이 해 보지 않아도 향긋함을 안다.
불이 꺼진 거리를 걷다 갑자기 주위가 환해져 고개를 들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빛이 가장 많은 곳인 듯 대낮처럼 환하다.
소백산 산기슭을 차지하고서 그 자체가 산의 일부인 듯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까닭 모를 소리가 희미하게 새어나온다.
신림동 서점에서 책 하나를 꺼내 펼쳤다가 도로 덮었는데 순간 낯선 이의 한숨이 뺨에 닿았다.
바람에 나부끼는 민족의 한이, 얼이 그 어떤 색채보다 푸르고 붉으며, 구름보다 새하얗다.
돌담 너머 노오란 자태에 시선을 뻬앗겨 아무도 없다는 것을 몰랐네.
아주 가끔, 안개는 우리에게 맑은 날보다 더 많은 것을 보게 한다. 이지러진 풍경 사이로 점점 더 선명해져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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