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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에 넝쿨이 굴러가고 있다. 머잖아 동그만 호박덩이들이 열릴 상상에 벌써 즐겁다.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 길을 걸으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가지를 흔들며 쫓아오는 너를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동그란 꽃인 줄 알았는데 잠시 눈을 깜빡인 사이 꽃잎이 한 장 더 생겼다.
도선국사가 피안이라 이른 이곳. 천 년이 지난 뒤에도 고즈넉하니 영원한 풍경이길 기대해 본다.
잘게 부서진 흙이 발 아래서 으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까지 부서져야 너는 편히 묻힐 수 있을까.
가끔 우리는 일부러 미끄러져보곤 한다. '미끄러짐'이라는 것을 놀이로 만들 생각을 한 것이 누구일까.
바다 너머로 보이는 것은 섬인가 아니면 건너편 육지의 산인가. 점점 아래로 파묻히는 모래 위에서 멍하니 봉우리를 응시한다.
피어나기 위해서는 꽃잎 하나하나 고루 신경을 써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접혀서는 안 될 것. 어느 하나라도 돋보여선 안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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