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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모습을 감추고 초승달 하나 내걸렸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변하기는 매한가지건만 어째 밝지가 않구나.
장승 앞에 서 있노라면 벌거벗은 기분이 된다. 나의 모든 것이 보여지고 있는 기분이다.
햇살이 맑게 부서져내리는 파도에 붙여진 이름, 은파. 은빛 파도가 넘실대며 밀려오고 있다.
사람들이 굽고 간 도자기를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어딘가 모자라고 이상하지만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아이의 마음을 보았거든.
화려한 신식 건물 아래에는 여전히 자그마한 예배당이 있다.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며,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문이 열려 있는데도 아무도 들러가지 않은 듯 길 위의 낙엽이 유독 쓸쓸해 보인다.
먼 바다를 내다보며, 쉬는 어부들. 제 몸으로 낚은 것들의 기억을 되새기며 조용히 앉아 있다.
해안에 부딪칠 때마다 부서지는 파도가 하얀 거품을 토해낸다. 그리고는 민망한 듯 도로 삼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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