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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그보다 한 박자 늦게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마치 너와 나처럼.
보기만 해도 입안에서 흙이 맴도는 기분이다. 한 입 물면 푸근한 향이 퍼질 것만 같다.
낮은 돌계단을 밟는 동안 시선이 절로 낮아진다. 곱게 닳아가듯, 올라선 내 시선도 한결 무뎌질지.
올려다보이는 풍경에 눈이 시리다. 풍경이 한 점 한 점 떨어져내리는, 잊지 못할 순간들.
하나의 계단으로도 모자라 세 개의 계단이 길을 내고 있다. 마치 인간의 삶 역시 세 개의 계단으로 되어 있다는 것처럼.
성벽이었을 돌무더기 위로 구름이 둥실 넘어간다. 무엇을 지켜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경계를 그리면서.
물길을 따라 길이, 그 길을 따라 빌딩숲길이 났다. 나란히 이어지는 바른 길들이 신기할 따름.
하나의 반석, 딱 그 만큼의 역할로 세월을 버티는 것은 어떤 일일까. 답을 내어주지 않는 노익장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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