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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에 더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제 속내보다 주변을 비춰내고 싶어하는 잔잔한 마음.
두 개의 가을과 아직 여름인 것들 사이. 시간 속을 걷는 듯 묘한 발걸음.
하얀 길 위에 붉은 낙엽 하나 묻어있지 않아. 벌써 누군가 다녀간 걸까.
바다로 나아가 맞는 일출보다 멋진 것이 있을까. 조용히 해를 기다리는 바다 위의 아름다운 집.
조용한 법당 안에 향기가 머물러 있다. 허공에 심어 둔 연꽃 덕일까, 그 안에 머물다 간 이름들 덕일까.
영글어가는 계절, 알지 못하는 빛깔로 움터오른 것이 있었다. 손을 대지 못하고 그저, 들여다 본다.
어지러이 나는 것 같으면서도 날개 한 번 부딪치는 일이 없다. 부딪치는 일 없이 서로의 날개가 교차한다.
빛이라는 것에 변함은 없지만 그것이 진즉 빛인지는 의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진짜 빛을 잃어버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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