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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에 젖어 비에 젖어 유독 물 냄새 풍기던 항구에는 그토록 찾던 너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뭐든 흔들려야 소리를 내는 법이다. 흔들리지 않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과 같다.
이 먼 곳에서도 마음은 밝혀지고, 또 꺼진다. 발길이 끊이지 않으니, 기어코 어두워지지는 않으리라.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명당이 있을까. 놀랍고도 흐뭇한 마음.
조용한 법당 안에 향기가 머물러 있다. 허공에 심어 둔 연꽃 덕일까, 그 안에 머물다 간 이름들 덕일까.
연꽃이 만개하는 것이 언제쯤일까. 떠나기도 전에 다시 찾고 싶어지는 이끌림.
칠이 벗겨져 얼룩덜룩한 탑 위로 담쟁이가 핏줄처럼 엉켜 기어오른다.
벽을 따라 늘어선, 저마다의 이야기. 어느 쪽에 먼저 말을 걸어볼까, 즐거운 고민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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