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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잔디 사이로 났을까, 잔디가 길 사이로 났을까. 바람결에 너울대는 초록 융단을, 우뚝 선 조각들이 굽어보고 있다.
오래된 집들에서는 종종 숨바꼭질이 벌어지곤 한다. 올려다보니 문득, 모퉁이에 소담스레 꽃이 피어 있다.
붉게 타는 가을, 이라는 눈에 익은 수식어. 하지만 그런 말이 곱게 어울리는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 하나, 지느러미를 움직이자 어디선가 바람 우는 소리 들려온다.
지상의 먼 곳, 오랜 세월 어둠을 먹으며 완성된 너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태양의 맛을 지녔구나.
건너편의 무엇을 잇기 위해 저리도 촘촘히 띄워졌을까. 점점이 늘어선 그 모양새대로, 시선이 이어진다.
마치 쌓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본디 쌓여 있던 거라 그런 걸까. 그래서 일까, 소원과 돌은 닮았다.
멀리 바라보는 것조차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너는 그 도움이 있어야만 멀리 바라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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