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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 아래 풀밭에 몸을 웅크리고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리는 입을 꾹 다문 채 눈만 꿈뻑인다.
배웅을 준비하는 금강루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향내 가득한 곳을 떠나기 전에 자꾸만 발걸음이 멈춘다.
쌓인 눈 위로 어지러이 남겨진 흔적들. 누가 체온을 담아 눌렀는지 제법 발자국이 크다.
충혼을 기리기 위한 탑 꼭대기에 반사되는 햇빛이 눈부시다. 그 끝에서 빛나는 건 정녕 충혼인가.
신림동 서점에서 책 하나를 꺼내 펼쳤다가 도로 덮었는데 순간 낯선 이의 한숨이 뺨에 닿았다.
넓게 펼쳐진 잔디를 바라보다가 너의 손길을 느꼈다. 너의 손길이 없었다면 이곳은 잡초가 무성한 황량한 곳이 되었겠지.
어느 새 풍경의 한 켠이 그림자가 되었다. 어지러운 그림자 사이로 볕을 볼 수 있으니 신기한 일이다.
어디 하나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어 빛이 닿을 때마다 은은히 퍼져 빛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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