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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정연한 나뭇잎 그림자 밟으며 걷고 있으니 바람 생각만 하게 된다.
두려움을 모르는 듯 꼭대기에 올라 힘껏 손을 올린 그의 뒤로 구름이 떼를 지어 몰려온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름 뒤로 몸을 감추는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대신 내려앉은 작은 햇살들이 총총이 빛나고 있다.
이토록 자그맣고 소담스러운 것을 매달아 둘 생각을 한 것이 누구일까. 기특하고 신기한 마음에 얼굴을 가까이 해 본다.
한 발 내딛자 어김없이 휘청인다. 의지할 데라곤 같이 흔들리는 저 줄뿐. 허공을 걷는 듯 마음껏 흔들리다 건너편에 닿았다.
짙은 녹음에 물들었나 아니면 그늘에 잠식되었나 검은 돌을 뒤덮은 이끼가 유독 소란스러운 길.
누군가의 죽음에 문을 달아 여닫는 이는 또 누구인가. 모든 것에 문을 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더 크게, 더 화려하게, 더 강력하게. 여전히 연약하면서도, 우리의 감각은 어느 새 이만큼이나 무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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