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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쫑긋 세우고서 커다란 눈으로 조용히 정적을 응시하는 사슴을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울음을 들어준 적은 없다.
뚜껑을 열기도 힘겨워 보이는 거대한 솥에 윤이 난다. 펄펄 끓었을 과거는 어디에 가고 텅 빈 채 남아 가마솥이라 불리고 있구나.
넓디 넓은 억새밭 사이에 웅크리고 있던 침묵이 사라졌다. 사람보다 풀이 더 많았는데 억새밭이 소란스럽다.
저 여린 빛깔의 창마다 자리한 소리 없는 아우성. 이리도 조용히 꿈이 필 수 있을까.
화분 안의 꽃은 탐스럽고 화려해서 절로 눈이 가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기에 들꽃을 바라볼 때 더욱 설렌다.
빈 자리, 꼭 그 자리에만 조용히 빛이 스민다. 빈 자리이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닌지, 발걸음을 늦추어 본다.
어떤 좋은 구경거리가 기다리고 있는지. 두 개의 그림자가 총총히 걷고 있다.
눈을 밟을 때마다 생각한다.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인가, 아니면 시린 결정이 으깨지는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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