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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폼페이를 아십니까?

    한국의 폼페이를 아십니까?

    지역서울특별시 송파구 편집국        사진송파구청 2017-02-16 호감도

    한국의 폼페이를 아십니까?

    • 프롤로그
    • 1.무덤 속이 궁금해
    • 2.문화강국 백제
    • 3.경당지구, 왕궁이 있던 자리일까?
    • 4.송파에서 가장 화려하게 꽃피웠던 백제
    • 5.풍납토성 축조에 숨은 비밀
    • 6.1500년 찬란한 고도, 축제로 다시 태어나
    • 7.교육과 재미를 한번에!
    • 8.한성백제 왕궁터를 찾아라
    • 에필로그

    한국의 폼페이를 아십니까?

    - 서울특별시 송파구 -

    이탈리아의 폼페이 유적지는 잘 알아도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 수천 년 전 유물이 고스란히 잠자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이곳이 88서울올림픽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는 점도 물론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계평화의 문을 지나 아름다운 몽촌호수를 만나면 그 역사는 무려 1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송파구의 풍납토성, 석촌동 고분군 모두 한성백제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네 소중한 보물입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바로 ‘한국의 폼페이 한성백제 왕궁터를 찾아라!’입니다!

    아파트와 주택이 빽빽이 들어선 풍납동 땅 아래에는 지금도 수많은 백제 유물들이 묻혀 있다고 전해진다. 한성백제 유적지가 표시된 지도만으로 보물찾기가 가능할까?

    “유물을 발굴 할 때는 조심조심 파야 해요. 유물을 찾으면 꼭 모눈종이에 정확한 위치를 표시해보자!”

    “앗! 여기요, 여기! 지금 막 토기가 나왔어요.” “음, 글쎄. 그건 그냥 도자기그릇 조각 같구나. 봐봐. 공정과정에서 새긴 글씨가 선명하지?"

    한성백제박물관에는 풍납토성 일부를 그대로 잘라 옮겨놓은 토성 절개면을 전시해 놓고 있다. 당대 백제인의 축조기술은 어떠했을까?

    “백제의 첫 왕성이에요. 현재는 2km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평지에 쌓은 토성 가운데가히 세계적인 규모라 할 수 있죠. 당시 백제의 국력의 위대함이 느껴지니?”

    “네! 시루떡처럼 층층이 다져 쌓은 판축법, 나뭇잎 등을 깐 부엽법 등 백제사람들 손재주도 참 뛰어났던 것 같아요!”

    경당연립이 있던 자리는 현재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풍납토성이 한성백제의 왕궁터임을 입증하는 중요 유물을 다시 발견할 수 있을까?

    “말 머리뼈, 우물, 창고, 대부(大夫)라는 한자가 새겨진 목 짧은 항아리까지… 이게 다 어디에 쓰였을까요?”

    “제사 지낼 때 사용된 것으로 추측되지. 왕들의 역할이었는데 그래서 이곳을 사당 역할을 겸하는 왕궁터로 보는 거야.”

    고대백제의 500년 도읍지였던 송파는 여전히 웅혼한 백제의 기상과 빛나던 문화를 조용히 들려주고 있다. 근데, ‘한성백제’라 일컫는 기준은 뭘까?

    “어쩔 때는 ‘고대백제’, 어쩔 땐 ‘한성백제’라고 하는데, 왜 그렇죠?”

    “고구려 시조 주몽의 두 아들 온조와 비류는 큰 꿈을 안고 남하해 지금의 서울 북부지역에 이르렀을 때가 약 2000년 전. 기원전 5년 온조가 송파 지역으로 천도해서부터 문주왕 원년까지 송파가 백제 수도로 문명을 꽃피운 시기를 ‘한성백제’라고 했다는 주장이 있지.”

    그러나 많은 천도 기록과 여러 가지 지명은 한성백제 수도 실체를 놓고 큰 혼란을 야기한다. 그래서 한성이라는 명칭도 아직은 논란거리. 왕궁성이라는 풍납토성은 어떨까?

    “한강 유역을 차지한 고구려가 평지성인 풍납토성은 폐기하는 대신 산성인 몽촌토성을 군사용으로 재활용하면서 한산성, 즉 한성은 점차 백제 고도를 대표하는 명칭으로 부상했다는 기록에서 ‘한성’의 기원은 사실 아직 뚜렷한 정답은 알 수가 없지.”

    “풍납토성은요? 축조에 연인원 100만명이 넘었다는 점에서 왕성이라고 봐도 될까요?”

    서울에서 열리는 축제 가운데 유일하게 문화관광축제의 영예를 안고 있는 축제가 바로 송파에서 열린다고 한다. 어떤 축제일까?

    “조선왕조 500년 도읍지답게 조선시대 문화유적이 적잖이 남아 있는 서울에서 송파는 독특한 위상을 점하지. 바로 1,500여 년 전까지 존속한 백제 한성시대의 도읍지였다는 점이야.”

    “그래서 송파가 그 못지않게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고도라고 말들을 하는군요!” “그렇지. 그렇다면 이와 연관된 축제도 유명한데, 뭔지 알 수 있겠니?”

    500년 한성백제시대의 찬연했던 역사문화의 발자취를 재현한 전통문화축제 현장, 그 속에는 어떤 참신한 내용들로 꾸며져 있을까?

    “근초고왕 열병식, 근초고왕 개선행렬 등 역사문화행사도 너무나 흥미로워요!”

    “전통과 미래를 잇는 축제이니만큼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쳤지. 그렇게 역사성을 강조한 교육적인 프로그램들도 많지만, 즐거움이 가미된 그야말로 축제다운 축제들도 많단다.” “백제마을 체험이나 혼불채화, 단심줄 대동놀이 같은 것들을 말씀하시는 거죠?”

    풍납리 일대, 특히 경당 역사문화공원에서 진행되는 유물 발굴체험은 흔치 않은 기회라 더 특별하다. 한성백제 왕궁터의 진짜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포기! 하지만, 책에서만 봤던 유물 발굴을 직접 해보니 꽤 인상적이에요. 500년간 지속된 한성백제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알고 돌아갈 수 있어 너무 뿌듯해요!”

    “사실 백제 왕궁이 있었던 풍납토성은 세계적인 규모의 토성이야. 세계적인 관광지 폼페이처럼 풍납토성 일대도 매력적인 관광지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들지 않니?”

    고대백제의 500년 도읍지였던 송파구에는 여전히 백제시대의 유적들이 남아 그 당시 웅혼한 백제의 기상과 빛나던 문화를 조용히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특히 백제 초기 왕도를 구성한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이 핵심 성터로 남아 있습니다. 고대백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을 하고 싶다면 송파구를 둘러보는 시간도 상당히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역사의 향기에 정서적, 지적 욕구를 함께 충족시켜보고 싶다면 이번 주말은 송파구로 나가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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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담장 걸으며 고가 속으로

    옛 담장 걸으며 고가 속으로

    지역경상남도 거창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옛 담장 걸으며 고가 속으로

    • 프롤로그
    • 1.지혜의 담장
    • 2.담백한 멋
    • 3.너와 나의 어울림
    • 4.쉬이 가기 힘든 마음
    • 5.집안의 숨은 내력
    • 6.암반에 서린 기운
    • 7.시 한수를 새기다
    • 8.시 한수를 새기다
    • 에필로그

    옛 담장 걸으며 고가 속으로

    - 경상남도 거창군 -

    경남 거창의 거창신씨 집성촌 황산마을은 경사가 조금 있는 위천면 평지에 자리한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수백 년 전 지어진 한옥들이 들어차 고풍이 넘치고, 운치 있는 옛 돌담을 감상하는 맛도 일품입니다. 게다가, 누각 처마 밑으로 펼쳐진 수승대를 보면 은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풍류시인이 될 것 같습니다. 아기자기한 담벼락을 따라가며 듣는 이야기에 하루가 부족할 판이라 이곳은 한옥 민박체험 시설도 잘 갖추고 있습니다. ‘황산마을에 머물며 예스러움을 엿들어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마을 초입에서부터 방문객을 먼저 반기는 것은 바로 담장이다. 흙과 돌 만든 토석담인데, 이때 담장 아랫부분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신기한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된다.

    “여기를 봐! 흙 메우기 없이 돌만 얹어놓았어. 태풍이라도 오면 무너지지 않을까?”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 비가 많은 거창의 지리적 특성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아~ 한번씩 마당을 물바다로 바꾸는 비가 빠져나갈 일종의 배수구인 셈이로구나.” “맞아. 이걸 메쌓기라고 부르지.”

    담장은 대체로 무늬 없이 담백하다. 하지만 택호가 대과댁인 고가의 담장을 보면 유독 장식이 가미되어 눈길이 간다.

    “이 마을의 첫인상은 단언컨대 실망스러워. 1㎞가 넘는 이 길이에서 토석담 또한 등록문화재라지만 꽤 단조롭고 말이지.”

    “수키와와 암키와로 꽃잎을 표현한 이곳 꽃무늬 담장을 봐봐. 문화해설사 말로는, 과거 전 문화재청장이 이 마을을 돌다 꽃무늬를 발견하곤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지.”

    황산마을은 담장 높이는 대체로 낮은 편이다. 침범을 허용하지 않는 도시 담벼락 대신 ‘너와 나의 어울림’을 실천해온 것이다.

    “이 담벼락만 봐도, 공간을 구획하고 최소한의 사생활만 보호할 뿐 단절을 철저히 피한 구조야. 단순히 고택들이 모인 마을이 아니라 친족 공동체로 엮여 있기에 가능하겠지?”

    “옆집에 아재가 살고, 그 뒷집에 조카가 있어 애써 차단용 울타리를 필요로 하지 않았겠지. 손 시린 바람에도 이 길목에서만큼은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니?”

    지금은 민박촌으로 바뀌어 언제든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황산마을은 1540년 요수 신권 선생이 터를 잡은 거창 신(愼)씨의 집성촌이다.

    “어림잡아 한옥 수가 60~70채쯤 되겠어.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 당시 건립된 집들이 많아.”

    “하지만 여기가 18세기 중엽 황고 신수이 선생이 입향하면서 번성해온 집성촌이라는 사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그래서 그런가, 이 마을의 역사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더 많은 것들이 궁금해져.”

    특히 가장 잘 보존된 집 역시도 신씨 고가가 꼽힌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이 고택은 500여 년 역사 외에도 눈이 휘둥글해질 만한 자랑거리가 있다.

    “안채, 사랑채, 중문채, 곳간채, 솟을대문 등 이곳 목조건축물을 들여다보면 집 주인의 부와 권위, 경제력을 이해하게 되지.”

    “맞아. 하지만 이 집의 숨은 내력은 따로 알아봐야 해. 여기서 13대 요수 신권의 손자 신당이 6형제를 두었는데, 그 후손들 가운데 절반이 거물급 인사라는 거야. 정말 대단하지?”

    거북바위를 닮은 수승대로 발걸음을 떼기가 무섭게 시간이 멈춘다. 저 멀리 요수정도 시야를 막는 자태가 드러날 것이다.

    “노송 가지는 묵묵히 겨울과 싸우고, 얼음 낀 계곡도 지지 않고 물소리로 호응하고…. 거북바위 사면엔 암반의 기운을 받으려는 이름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구나.”

    “거북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쪽을 봐봐. 뻥 뚫린 굴이 보이니? 스승이 햇빛을 피해 여기에 앉아 후학의 글을 심사했다고 전해지지.”

    수승대로 개명한 것은 퇴계 이황 선생의 시 한 수 때문이다. 오언율시를 전해 받은 요수 선생이 그 시의 글귀를 거북바위에 새기고 이름을 바꿨다는데, 어떤 사연일까?

    “‘수승으로 이름을 새로 바꾸니, 봄을 만난 경치 더욱 아름답겠네…수승을 찾아 구경하지 못했으니 속으로 상상만 늘어가누나’…. 이게 바로 오언율시인가 보군.”

    “퇴계 선생이 장인 생일잔치 참석차 거창에 머물다 조정의 부름을 받고 미처 수승대를 찾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이 시에 담은 거야.”

    수승대로 개명한 것은 퇴계 이황 선생의 시 한 수 때문이다. 오언율시를 전해 받은 요수 선생이 그 시의 글귀를 거북바위에 새기고 이름을 바꿨다는데, 어떤 사연일까?

    “‘수승으로 이름을 새로 바꾸니, 봄을 만난 경치 더욱 아름답겠네…수승을 찾아 구경하지 못했으니 속으로 상상만 늘어가누나’…. 이게 바로 오언율시인가 보군.”

    “퇴계 선생이 장인 생일잔치 참석차 거창에 머물다 조정의 부름을 받고 미처 수승대를 찾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이 시에 담은 거야.”

    경삼남도 거창 위천면의 황산마을에 부쩍 관심을 보이거나 찾아드는 발길들이 요즘 더욱 잦아진 듯합니다. 이는 아마도 남사예담촌에 이어 경남에서 두 번째로, 전국에서는 일곱 번째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선정돼 그 소문이 십리 밖까지 퍼져나간 게 분명합니다. 화려한 한옥촌을 기대하면서 달려간 황산마을의 고가(古家)는 되레 소박하고 심심한 쪽에 가까워 실망할 수도 있지만, 마을 역사를 품은 수승대의 비경이 더해지면 황산마을의 백미를 알게 됩니다. 마음 비우고 찾아들기 더없이 좋은 황산마을로 떠날 준비가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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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선 따라 땅끝까지

    능선 따라 땅끝까지

    지역전라남도 해남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능선 따라 땅끝까지

    • 프롤로그
    • 1. 먼 듯 가까운 ‘땅끝’
    • 2.보리밭의 여운
    • 3.숲속 돌담집에는
    • 4.자연과 어울려
    • 5.흑석의 위용
    • 6.신선한 충격
    • 7.쉬엄쉬엄, 느릿느릿
    • 8.좌절하지 말고
    • 에필로그

    능선 따라 땅끝까지

    - 전라남도 해남군 -

    해남을 말하면 하나같이 ‘땅끝마을’부터 내뱉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전라남도에서 이 지역을 간판스타로 만들어준 단어인 만큼 여행객 대부분이 새로운 삶의 전기를 찾고자 ‘땅끝마을’로 향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도 이곳으로 간다면, 가학산 능선코스로 방향을 전환해보는 시도는 어떨까요? 세상과 부딪쳐 포기하고 싶다가도 남루해진 몸을 추스르게 만드는 여정은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땅끝을 어떻게 느끼는가는 오로지 당신의 몫. 그러나 <트래블아이>는 해남으로 향하는 당신께 미션을 던져봅니다. ‘가학산에서 땅끝을 만나라!’

    둘러볼만한 명소가 많은 해남은 한반도의 최남단이라는 인식으로 그저 ‘먼 여행지’라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대중교통만 이용해도 해남은 결코 멀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KTX 광명역에서 이렇게 접근성이 뛰어날 줄은 미처 몰랐어. ‘땅끝’만 생각하다 보니 멀게만 느껴서일지 모르겠군.”

    “대부분이 그런 오해를 하지. 하지만 서해안고속도로, 경인고속도로, 강남순환고속도로, 광명~수원간 고속도로, 신안산선 등 수도권에서도 최적의 접근성을 갖추고 있다는 거.”

    마산면 산막리에 이르자 가학산을 배경으로 보리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마주한 풍경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에 젖어들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고향 마을의 추억을 되새겨보게 하는 마을이야.” “청자빛 투명한 하늘 아래 펼쳐진 진초록 보리밭을 보니 더 그러하군.”

    “마을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야.” “그보다도, 자연과의 어울림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아.”

    트레킹 중 만나는 숲속의 돌담, 여러 동의 숙소마저 정겨운 가학산자연휴양림은 황토 벽돌집부터 원숭이 가족 등 TV에 누차 방영된 바 있는 만큼 흥미가 저절로 간다.

    “여기는 웰빙 숙박시설로 소문이 나면서 평일에도 숙박객이 끊이지 않는다더군.” “편백나무 산림욕장을 비롯해 가학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을 이용한 수영장 등도 갖추고 있다니, 가족과 함꼐 또 한 번 찾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구나.”

    “맞아. 요즘 조류관 등을 설치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지.”

    매월 예약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이곳 야영장은 막상 마주하면 실망감이 들 수도 있다. 야영시설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데?

    “취사장과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은 그나마 갖추고 있는데, 데크나 샤워장은 없네. 게다가 바닥은 파쇄석으로 되어 있고 말이지. 심지어 전기시설도 사용할 수 없다는군.”

    “하지만 불편하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보면 어떨까? 한편으로는 이곳이야말로 진짜 자연을 배우고 자연 속에 동화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 같지 않니?”

    산세가 학이 나는 듯하다 이름 붙여진 가학산은 기암괴석과 철쭉이 조화를 이루는 명산으로 꼽힌다. 이 산을 ‘흑석산’이라고도 칭한다는데, 어떤 의미를 담은 것일까?

    “비 온 후 물을 머금은 가학산 바위는 무슨 색을 띠는지 알아?” “바위가 비에 젖어봤자 또 다른 색을 띠겠어? 네 질문부터 틀렸군.”

    “나도 아직 보진 못했지만, 검게 그을린 듯 보인다지.” “신기하군. 게다가 가다 보면 어느 능선에 오르면 마치 학을 타고 비상하는 듯도 하다지?”

    밀렵이 판을 치는 요즘 산에서 꽃뱀 한 마리만 마주쳐도 반갑다. 가학산은 아프리카의 사파리만큼이나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아직도 이곳에 원숭이가 살고 있을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예전에 여기서 나무 위에 떡하니 앉아 있는 원숭이를 봤었어. 목에 사슬도 없고 철저히 야생에 의존하는 이곳 원숭이는 일본원숭이보다 강인한 생존능력을 가진 종자일 게 분명해.”

    입구를 지나 잔디밭쉼터∼학운정∼정상∼해도정∼맹선재∼물치기미쉼터까지 장장 5km의 산행코스는 주춤한 사이에도 잊지 못할 풍광을 내어준다.

    “길이 갑자기 쉬워졌다고 빨리 걷는 건 지양해야 해. 천천히 걷는 길에서는 그만큼의 볼거리가 가학산에서는 분명 있을 테니까.”

    “정말이네! 꼬불꼬불 예쁜 오솔길이 오롯이 나 있어.” “하하~ 완만한 이 길은 마치 우리에게 쉬엄쉬엄 가라며 배려하는 것 같지?”

    맹선재를 지나면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그 뒤에는 곧 시야가 확 터지며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정상이 금방이다. 막판 스퍼트를 내보자!

    “이 능선길 코스 가장 끄트머리에서 어떤 경관을 보게 될까 그 생각만 하면서 왔는데, 고생 끝에 이런 천혜의 낙원을 만나게 될 줄이야!”

    “저기가 소안도지? 저쪽에 보길도랑 노화도까지 전부 보여! 해남의 진정한 묘미로세!” “쾌청한 날씨에는 멀리 제주도까지 보인다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날씨가 꾸물꾸물하구먼.”

    가학산 능선길을 따라가다 보면 완전한 장구 모양의 잘록한 허리를 가진 소안도를 비롯해 보길도와 노화도를 연결하는 보길대교의 장난감 걸린 듯한 모습까지 보게 됩니다. 땅끝의 진면모를 느끼고 싶다면 가학산으로 향하라고 이야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흑석의 위용을 간직하면서 동시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철쭉과 오솔길의 매력을 모두 품은 능선코스를 직접 밟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겁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오롯이 품은 가학산에서 여러분이 만난 해남의 땅끝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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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풍터널 속으로

    단풍터널 속으로

    지역전라북도 정읍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단풍터널 속으로

    • 프롤로그
    • 1.진한 물이 들다
    • 2.마음 닿는 대로
    • 3.또 다른 낭만
    • 4.보다 풍요롭게
    • 5.번뇌와 성찰
    • 6.내장산의 진면목
    • 7.호남의 금강
    • 8.춘백양 추내장
    • 에필로그

    단풍터널 속으로

    - 전라북도 정읍시 -

    가을이면 아기단풍과 같은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도열하는 내장산자락은 국민관광지가 됩니다. 전라도를 남북으로 가르는 내장산은 어느 골짜기에서 산행을 시작해도 1∼2시간이면 정상을 밟을 만큼 산세가 부드럽습니다. 산도 높지 않고 골도 깊지 않건만, 내장산은 꽃봉오리를 닮은 산속에 무엇을 숨겨놓았기에 ‘내장(內藏)’이란 이름을 얻었을까요? 단풍잎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빛의 잔치를 펼치는 단풍터널길을 걷다보면 궁금증도 풀릴까요? 단풍터널에서 심신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여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밤낮으로 꽤 선선해진 기후 때문인지 단풍나무 품종 때문인지 똑 떨어지게 밝혀진 바는 없으나, 이 산의 단풍들에 드는 붉은 물은 유난히 진하고 곱다.

    “지금은 내장산으로 통하는 지방도로가 확장돼 그나마 덜하다지만, 몇 해 전만 해도 단풍시즌이면 호남고속도로 정읍 IC부터 혹독한 정체에 시달렸지.”

    “바로 이 새빨간 애기단풍을 보기 위함이 아니겠어?” “그 말이 정답이네. 여하튼 내장산 단풍이 천하제일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거야.”

    그 좋다는 내장산 단풍을 사람에 치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한다면 내장산 자락을 끼고 도는 옛 고갯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 내장산을 겨우겨우 넘던 고개가 바로 여기로구먼. 먼 길 오가기도 힘든데 이런 절경을 제대로 구경이나 했겠어?”

    “그러게. 워낙 유명한 탓에 이제 단풍 절정기면 내장산 단풍놀이도 꽤 곤혹스럽지만, 이 길을 따라가면 유유자적 호젓한 단풍놀이도 가능할 거야.”

    내장산국립공원에 들어서기 전, 이른 아침 아름다움이 꽃망울을 터뜨린다는 내장저수지를 먼저 들러보자. 국립공원 입구로부터 그리 멀지 않다.

    “벌써 해가 중천이라니. 이거 좀 아쉽게 됐어.” “이토록 청량한 호수를 마주하면서 웬 볼멘소리인가?”

    “이른 아침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라고. 하지만 단풍터널로 접어들면 내장산이 꼭꼭 숨겨 놓은 속살을 하나둘 볼 수 있을 테니 정말 다행이야.”

    내장저수지 근처에 있는 내장산조각공원도 들러봄직하다. 이곳에는 다양한 조각물 외에도 단풍여행을 더 풍성하게 해줄 눈요깃거리가 다채롭게 자리하고 있다.

    “한눈에는 그저 황량한 공원 부지로만 보였는데 이토록 다양한 식물원과 볼거리가 널려 있다니. 생각지 못한 색다른 추억이 되겠어.”

    “5만여 점의 국화를 전시하는 내장산국화축제도 바로 이곳에서 열린다지. 시기만 잘 맞춰 오면 이 가을 단풍여행이 더욱더 풍성해지겠어.”

    다시 탐방로를 10여 분 정도 따라가면 닿을 수 있는 내장사는 백제 때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그만큼 오랜 세월 내장산의 기운을 품고 살아온 이곳 산사에 가보자.

    “천왕문을 거쳐 경내로 들어서니 일주문에서 서래봉까지 중생의 번뇌와 성찰을 상징하는 108그루의 단풍나무가 이렇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구나!”

    “행락객으로 북적이는 내장산 분위기가 이곳에도 있는데, 왠지 세속적인 온갖 시름과 삶의 무게를 잠시잠깐 내려놓게 돼.”

    내장사 입구에서 만나는 단풍터널은 내장산의 간판얼굴이다. 내장산국립공원 입구에서 내장사까지 이르는 3km의 단풍터널에서 붉게 물든 내장산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산 속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내장산(內藏山) 아니겠나. 그중 이 터널처럼 긴 가로수 길은 절대 빠트릴 수 없는 코스이지.”

    “맞아. 새빨간 단풍잎이 촘촘함을 넘어 터널을 이룬 모습을 봐! 가히 장관이로세. 이곳 단풍과 함께라면 이 가을을 후회 없이 보낼 수가 있겠어.”

    지난 197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내장산은 ‘호남의 금강’이라는 수식어로 자주 거론되는 만큼 지리산, 월출산 등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힌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 산신령이 보살펴 주는 것 같다. 아름다운 계절에 단풍을 보며 기쁘게 산행하고, 좋은 산기운을 받아가자.”

    “그러게. 그래도 산행객들이 입은 형형색색의 등산복과 단풍이 잘 어우러지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구먼.”

    내장산의 가을은 10여 종에 달하는 단풍나무 수종 덕분에 다른 지역의 단풍보다도 색깔이 다양하고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느 인공적인 색깔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저 자연의 빛깔을 좀 봐. ‘춘백양 추내장’(春百羊 秋內藏)이라는 표현이 정말 딱이야!”

    “나는 ‘버려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고 노래한 도종환 시인의 ’단풍드는 날‘이 떠오르는군.”

    ‘춘백양 추내장’이란 말마따나 내장산의 가장 눈부신 비경은 가을단풍이 빚어내는 파스텔톤 빛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기단풍과 굴참나무를 비롯한 각양각색의 활엽수로 단장한 내장산은 설악산만큼 현란하지도 지리산만큼 장엄하지도 않지만, 시골 아낙처럼 수수한 자태로 산행객의 혼을 쏙 빼놓습니다. 정상에 오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가을의 비경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넉넉한 심성을 가진 내장산에서 당신의 마음까지 붉게 물드는 것을 느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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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지역강원도 양양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 프롤로그
    • 1.쌍무지개가 뜨는 문이 있다고?
    • 2.번뇌를 잊게 하는 종소리
    • 3.사천왕의 무서운 얼굴 뒤에 숨겨진 진실은?
    • 4.신비로운 이야기 속으로
    • 5.꿈이 이루어지는 길
    • 6.해수관음상 복두꺼비를 찾아라!
    • 7.의상대에 서서 풍류시인이 되어볼까?
    • 8.홍련암 구멍을 내려다보면 보인다는 그것!
    • 에필로그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 강원도 양양군 -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눈망울에 못 이겨 떠난 여행이라면 시끌벅적한 곳보다는 고즈넉한 대자연 속 산사를 거닐며 진정한 나를 돌아보는 여정은 어떨까요? 강원도 양양에는 숲과 맑은 동해바다, 바람소리마저 정겨운 천년고찰 낙산사가 있습니다. 홍예문을 지나 원통보전, 해수관음상, 그리고 홍련암까지 천천히 ‘꿈이 이루어지는 길’을 밟아가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그야말로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함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 있는 낙산사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라!

    먼저 속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 홍예문을 지나야 한다. 조선 시대의 강원도 26개 고을에서 26개의 화강암을 모아 만들었다는데, 그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홍예문? 무지개 홍(虹)에 무지개 예(霓)를 써서 홍예문인데, 이름에 무지개가 두 개나 들어갔으니, 해석해 보면 ‘쌍무지개 뜨는 문’이잖아?”

    “아, 이것 좀 보세요. 돌이 두 줄로 놓여 있어요! 아치 모양이 두 겹이니, 두 개의 무지개구나! 무지개 아래를 지나서 ‘꿈이 이루어지는 길’을 향해 간다니 정말 멋져요!!”

    어디선가 은은한 종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경건해진다. 범종각에 슬픈 사연이 있다고 하는데, 소리에 귀기울이면 들릴까?

    “이건 범종각이구나. 이 종을 치는 시간 동안에는 속세의 번뇌가 사라진다는데, 2005년의 화재로 소실되었던 것이 완전히 복원 된 모양이야.”

    “저도 들은 적이 있어요. 아주 큰 화재였다는데, 다행이네요! 종소리를 듣고 있으니 걱정 고민이 사라지는 느낌이예요. 마음이 점점 편해지는데요?”

    불법(佛法)을 수호한다는 사천왕상(四天王像)이 모셔진 사천왕문을 들어서면 사천왕 발아래 놓인 동전과 지폐들이 흥미롭다.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

    "사천왕은 매우 정의로운 분들이라는데, 조금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네요? 이곳에 떨어진 동전과 지폐들은 누가 흘리고 간 건가요?"

    "일종의 수고비랄까? 사찰을 지키면서 새부대중을 돕는다기에 사람들이 감사의 마음을 표시한 것이지."

    원통보전 앞의 7층 석탑에 도착했다. 드디어 ‘꿈이 이루어지는 길’도 바로 코앞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숨겨진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는데?

    “탑 속에 수정염주와 여의주가 있다죠? 더 이상 소실되는 일이 없도록 이 보물들이 낙산사를 지켜주면 좋을 텐데.”

    “문화재로 지정된 이곳 담장도 정말 특이해. 암기와와 흙을 차례로 쌓아 만들고 원형의 화강석을 중간중간 배치했다는구나.”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 드디어 시작됐다. 작은 돌 하나를 주워들고 이곳 돌탑 위에 내 작은 소원 하나도 함께 올려보자. 어떤 소원을 빌어볼까?

    “아직은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아요. 돌아오는 길에는 멋진 소원을 빌 수 있을까요?”

    “꼭 멋지고 커다란 소원이 아니라도 괜찮지 않을까? 낙산사를 마음이 점점 맑아지며 차분해지고 있으니, 여기를 다시 지날 때에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소원을 빌 수 있을 거야.”

    3대 해수 관음성지로 일컬어지는 16m의 웅장한 해수관음상을 만난다. 이 앞에 놓인 복전함 밑에는 전설의 동물 두꺼비 삼족섬이 있다는데?

    "해수관음상이 부산 해동용궁사에서 본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커요! 그런데, 관음상 앞에서 참배하는 사람들이 쓰다듬는 두꺼비상, 다리가 3개인 까닭은 뭘까요?“

    “세발 달린 두꺼비가 복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니? 2개의 발과 항문으로 난 뒷다리를 가진 이 두꺼비는 돈을 먹기만 하고 배설하지 않아 부자가 된다는 전설이 있어.”

    의상대사가 좌선했다는 의상대는 해안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예로부터 시인묵객이 즐겨 찾았다고. 이곳에서 시 한 수 읊조리며 풍류를 즐겨보자!

    “천지개벽이야 / 눈이 번쩍 뜨인다 / 불덩이가 솟는구나 / 가슴이 용솟음친다 / 여보게 / 저것 좀 보아 / 후끈하지 않은가.”

    “갑자기 왠 시예요?” “시조시인 조종현이 의상대에 서서 해돋이를 보며 읊조렸던 명시였지.“

    홍련암 마루바닥에 난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자. 관음굴의 모습에서 용의 꿈틀거림이나 부처의 얼굴이 보일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데, 그 모습을 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용의 형상이나 부처상은커녕 바위틈새로 파도치는 모습과 해조음밖에 들리지가 않아요. 여기까지 왔는데 구멍 앞에서 절이라도 해볼까요?”

    “마음의 문을 열고 관세음보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지, 그저 구멍만 쳐다보고 절을 한다고 보이겠니?”

    창건 이래 수차례 소실의 위기를 맞기도 한 낙산사지만 여전히 ‘꿈이 이루어지는 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 산사길 어디로 향하든 그리 어려운 걸음은 아닐 겁니다. 천천히 산속을 걸어가며 돌탑 위에 아름다운 소원을 올려놓고 돌아오는 길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나 자신, 진정한 나를 돌아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고 나아가 그것이 집착과 애착을 떨쳐야 얻어지는 것임을 깨닫고 돌아오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겁니다. 당신은 낙산사에서 무엇을 얻고 돌아올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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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국의 도시, 차이나타운

    이국의 도시, 차이나타운

    지역인천광역시 중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이국의 도시, 차이나타운

    • 프롤로그
    • 1.제 1패루에서
    • 2.한국 속의 중국
    • 3.화덕만두 한 입
    • 4.우리나라에서 단 한 곳!
    • 5.이색 박물관
    • 6.차이나타운이 걸어온 길
    • 7.삼국지를 한 눈에
    • 8.소원이 바람에 날리네
    • 에필로그

    이국의 도시, 차이나타운

    - 인천광역시 중구 -

    인천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 인천 중구. 서울과 가장 가까운 해양도시이며, 해방 직후까지는 서울 못지않은 정치와 외교, 경제의 중심지이기도 했던 곳입니다. 인천의 100년 남짓의 화려한 역사를 그대로 살펴볼 수 있는 곳이기에, 한 중구는 거대한 옥외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중구에서도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바로 차이나타운. 인천역의 간판 뒤에는 ‘차이나타운’이라는 별칭이 함께 붙어 있기도 합니다.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오늘의 미션은 ‘차이나타운 한 바퀴를 완주하라!’입니다.

    중국 곳곳에서는 패루(牌樓)를 볼 수 있다. 마을의 입구에서 세워지는 탑 모양의 문인 패루는 충신과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기 위해 황제가 내린 기념물이라는데?

    “말하자면 중국 민간 마을의 상징 같은 것이군요! 인천역 대합실 앞에 이 패루가 서 있으니, 멋지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패루는 패방이라고도 한단다. 패루에는 여러 가지 정교한 글자, 장식들과 예술적인 내용이 함께 담겨 있으니 자세히 봐 두렴. 건축과 문학, 그리고 예술의 결합을 볼 수 있단다.”

    화교(華僑)란 외국 영토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을 통틀어 이르는 말. 우리나라에 화교 사회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882년 임오군란부터라는데, 지금의 모습은?

    “인천 지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옛날부터 중국 사람들이 많이 살았지. 1900년을 전후로 중국 산동성 일대가 전쟁 지역이 되자, 중국 사람들이 한꺼번에 인천으로 이주해 오기도 했단다. 한중수교 이후로, 이곳은 중국 문화 체험의 장이 되었지.”

    “중화루, 공화춘처럼 잘 알려진 중국 요리집들이 벌써부터 보여요. 배가 고파오는데요?”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에 들어서면 달콤한 먹거리들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월병, 공갈빵부터 화덕만두와 포춘쿠키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통 주전부리 맛을 좀 보고 갈까?

    “저는 역시 포춘쿠키가 좋겠어요. 과자도 먹고, 행운이 담긴 메시지도 받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중국 과자하면 또 역시 포춘쿠키지요! 어디… 저는 ‘행복하게 사는 법, 10분 이상 고민하지 말라’는 글귀가 나왔어요.”

    “좋은 글귀구나. 나는 저기 있는 화덕만두를 좀 맛봐야겠어. 맛이 일품이라던데?”

    차이나타운에 들어서면서부터 붉은 색과 금색으로 장식된 화려한 건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의선당은 특별한 곳. 안쪽을 살짝 엿보자.

    차이나타운에 들어서면서부터 붉은 색과 금색으로 장식된 화려한 건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의선당은 특별한 곳. 안쪽을 살짝 엿보자.

    “이곳은 차이나타운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중국 사람들도 많이 들르는 곳이란다. 의선당이 우리나라에 단 한 곳뿐인 중국식 사찰이기 때문이지.”

    차이나타운 안에는 인천개장항 근대 건축 전시관, 인천 개항 박물관, 그리고 짜장면 박물관의 3개 박물관이 있다. 이 중 한 곳을 고르라면 단연 짜장면 박물관이 아닐까?

    “이름부터 친근해요. 짜장면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 모두 해결할 수 있겠네요!”

    “1940년대 말에 산동 출신의 화교 한 사람이 중국 춘장에 설탕을 더해 달콤한 맛이 나는 짜장면을 만들었지. 1960년대의 짜장면은 15원이었는데 지금은 4,000원 가량 하니 물가가 오르는 것에 따라 짜장면 가격도 450배 정도 오른 셈이구나. 신기하지 않니?”

    1983년, 일본이 현재 중구청이 있는 일대를 중심으로 조계지를 설정하자, 청나라도 일본 조계지를 경계로 차이나타운 일대를 조계지로 정했다.

    “이 근엄한 공자상은 계단 중앙을 기준으로 중국 쪽에 세워져 있단다. 한중문화관 옆길의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을 올라가다보면 신기한 풍경을 만날 수 있지. 한 번 걸어보자꾸나.”

    “길 양쪽에 늘어선 석등 모양이 달라요! 이건 일본식, 저쪽 것은 중국식 같은데요? 조계지의 경계 지점이라 그런 건가요? 두 석등 모두 아름답네요!”

    차이나타운의 대표적인 포토존은 바로 삼국지의 내용이 담벼락 가득 그려진 삼국지 벽화거리. 천천히 걸으며 삼국지의 내용을 되새겨볼까?

    “저 사람이 유비, 그리고 저쪽이 관우, 장비! 아, 저 붉은 말은 적토마가 아닐까요? 항상 책으로만 읽었는데 이렇게 그림으로 보니 느낌이 색다른데요? 벽화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 작품 같아요. 정말 아름답게 그려내었네요.”

    “보기에도 멋지만, 중국의 문화가 그림 안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구나.”

    한중원 쉼터는 차이나타운의 야외 문화 공간으로, 중국의 4대 정원 중 졸정원과 유원의 시설 양식을 따 와서 조성한 쉼터. 이곳의 풍경 또한 특별하다는데?

    “장미, 대나무, 모란… 모두 중국의 전통 수목들이구나. 중국의 정취가 한껏 느껴져. 등과 다리, 계단에 이르기까지 작은 장식물 하나하나도 모두 중국식으로 꾸며져 있어.”

    “저는 저쪽에 있는 소원마당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요. 소원이 담긴 천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요. 어쩌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중국 사람들의 소원일지도 몰라요.”

    우리나라 안에 작은 화교 사회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놀라운 일입니다. 중국 양식의 건물과 장식물, 중국 음식과 중국 꽃들까지 그대로 옮겨져 있는 차이나타운은 흡사 중국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기도 합니다. 차이나타운에 다녀온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이 경이로움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바로 차이나타운에 직접 다녀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삼국지 벽화를 모두 이해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우셨다면, 책꽂이에 오랫동안 잠들었던 삼국지를 한 권 꺼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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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숨소리를 따라 걷다

    역사의 숨소리를 따라 걷다

    지역울산광역시 중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역사의 숨소리를 따라 걷다

    • 프롤로그
    • 1.치열함이 흔적처럼 남은 자리
    • 2.성터의 흔적만이
    • 3.호국영령의 얼이 흐른다
    • 4.숭고한 얼을 기리는
    • 5.적막함이 감돈다
    • 6. 느린 걸음으로 역사를 돌다
    • 7.골목문화 엿보기
    • 8.잊히지 않아야 할 역사
    • 에필로그

    역사의 숨소리를 따라 걷다

    - 울산광역시 중구 -

    울산의 중심 중구는 역사적 현장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성곽들이 특히나 많은데, 온전히 그 모습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치열한 전투가 벌여지던 곳 깊이 박힌 두려움과 강한 투지가 엿보이기에 그 일대의 흔적이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요? 왜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보금자리를 지키려고 목숨 바쳐 싸운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서려있는 이번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치열함을 대신하는 고요한 적막을 따라 걸어보자’입니다.

    조선 태종 17년(1417)에 쌓은 병영성은 600여 년의 역사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 지금은 옛 성터의 돌들에서 역사의 흔적을 바라봐야 하는데, 옛 성벽의 위엄을 느낄 수 있을까?

    “자, 이제 이 지하차도만 지나면 나온단다. 저기 이정표 보이지? 600년 역사의 병영성이 있는 곳이라고 쓰여 있는 것 말이야.”

    “아빠, 그런데 다른 유적지와는 다르게 도로와 상가 주변에 성곽이 위치해 있다고요? 높은 성벽도 안 보이는걸요?”

    중구 서동의 아파트단지와 여러 건물들 가운데 위치하여 위태롭게 성벽의 흔적만을 간직하고 있는 병영성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

    “병영성은 원래 구릉정상에 포곡형 성으로 태종 17년(1417)부터 고종 31년(1894)까지 남아 있었단다."

    "높이가 무려 12척이나 되던 병영성은 전쟁으로 인해 성벽이 허물어져서 그렇단다. 이렇게 허물어진 성벽 또한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가 된단다. 그러니 너무 아쉬워하지 마렴.”

    고려 때부터 군사가 주둔하던 진을 설치하였다가 1415년 경상좌도 병마도절제사의 주둔처가 되었던 병영은 육지로 상륙하는 왜적을 막았다는데?

    “여기서 10여 분만 더 가면 울산 왜성이 있어. 울산왜성은 선조 30년(1597) 때 왜적이 울산읍성과 병영성 성곽을 헐어 급조한 성으로 두 차례의 공격을 받았으나 쉽게 물러서지 않았던 곳이란다."

    "울산 왜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당시 애국지사들의 넋을 기리고 위패를 모신 충의사가 있단다.”

    울산 왜성 인근에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중 왜군과 치열한 격투를 벌인 애국지사의 위패를 모신 충의사가 자리하고 있다.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에 치솟던 마음이 낮아진다.

    “점령당한 병영성을 탈환하기 위해 기습전을 펼치고 왜적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여 공을 세운 울산 의사 239분의 위패와 통합 위패 '무명제공신위'가 함께 봉안되어 있단다. 창의문을 지나면 나오는 이곳이 상춘문이란다.”

    “너무 적막해서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어쩐지 엄숙하기도 하고요.”

    울산을 점령하려고 서슬 퍼런 눈빛으로 침약을 한 왜군을 상대로 당당하게 싸워 왜적을 격파한 선현들의 투지를 보고 배운다.

    “물론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찾는 것이 맞단다. 그럼 충의사 건물 안에는 당시 치열했던 전투 당시의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당시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와 설명도 곁들여 놓은 곳으로 가볼까?”

    “와, 그럼 역사를 이해하기 좀 더 쉬울 것 같아요.”

    울산읍성 둘레길은 울산의 중심 건물과 역사적 현장을 중심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걷기 코스다.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역사를 돌아볼 때 또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모처럼 역사탐방을 목적으로 여행을 왔으니 울산읍성 둘레길도 돌아보는 게 어떠니? 울산읍성은 중구의 중심지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어서 중구 탐방도 되고 골목문화를 엿볼 수도 있단다. 그곳에서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역사와 문화를 발견할 수 도 있으니 가볼까?”

    “네, 좋아요!”

    울산읍성 둘레길 곳곳에는 울산 중구의 골목문화가 깃들어 있다. 옛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골목풍경에 잠시 추억에 젖어 들어볼까?

    “우와, 정말 좁은 골목들이 있네요. 우리 동네에는 이런 골목들이 없잖아요. 아파트 단지 사이는 있어도. 그렇죠?”

    “그래, 아빠 어렸을 때에는 다 이런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놀곤 했단다. 아빠 어렸을 때가 생각나는 골목이야.”

    낡고 허물어져 희미해진다 해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역사가 있다. 허물어진 성벽은 복원되고 희미해진 역사는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다시금 선명해진다.

    “아빠, 아까 본 병영성이나 여러 성곽들은 허물어진 채로 그냥 두고 있어요? 그래도 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

    “녀석, 걱정할 것 없단다. 복원을 준비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역사를 나누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허물어진 채로 있지만은 않을 거야.”

    호국영령의 넋이 잠들어 있는 유적들을 돌아보면 절로 두 손이 공손하게 모아집니다. 모두가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 높이 고개를 들고 있는 시대에 울산 중구의 성곽과 둘레길은 고개를 낮추고 겸손한 마음을 가슴 깊이 새겨주지요. 마음이 욕심으로 가득차 한 없이 솟아오른다면 왜적에 대항한 의사(義士)들이 애국정신으로 맞서 싸운 현장을 보존하고 복원하는데 힘쓰며 그들의 넋을 기리고 있는 울산 중구에서 느린 걸음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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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이 오면 꾸득한 그 속이 그립다

    겨울이 오면 꾸득한 그 속이 그립다

    지역강원도 인제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hotmark

    겨울이 오면 꾸득한 그 속이 그립다

    • 프롤로그
    • 1.황태촌의 독특한 설경
    • 2.겨울이 담겨야 제대로지!
    • 3.황금빛으로 익는 고기
    • 4.꾸득꾸득 말린 황태의 식감을 쫓다
    • 5.우리네 아버지의 속을 달래주던
    • 6.황태 익는 소리가 들린다
    • 7.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부드러운
    • 8.인제 가면 언제 오나~
    • 에필로그

    겨울이 오면 꾸득한 그 속이 그립다

    - 강원도 인제군 -

    칼바람에 코끝이 시린 겨울이 오면 무엇보다 뱃속이 든든해야 견디기 수월하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뜨끈한 국물 한사발이면 얼음장처럼 차가운 한파도 거뜬하기 때문입니다. 날이 쌀쌀해지면 마음부터 추워지는 서민들의 허한 뱃속을 채워주던 황태는 칼바람이 부는 겨울날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습니다. 넉 달 동안 나뭇가지에 매달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야만 비린내가 없고 부드러운 살갗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 ‘엄동설한에 만나는 맛깔스런 황태의 맛을 오감으로 느껴라!’

    칼바람이 부는 겨울, 강원도 인제 용대리 황태촌에 가면 독특한 설경을 만날 수 있다. 나뭇가지에 머리를 메어두고 온 몸으로 바람을 맞는 황태덕장을 찾아가자.

    “숨만 쉬었을 뿐인데 하얗게 입김이 서려요. 손발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아요. 그런데 명태는 저렇게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으니 얼마나 추울까요?”

    “그래야만 제대로 된 황태가 될 수 있단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처럼 말이야. 자세히 보면 명태 입으로 눈이 가득 들어가 있지? 그 눈이 황태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 줄 거야.”

    영하의 온도에서 꽁꽁 얼었다 살짝 녹고 다시 꽁꽁 얼었다를 봄바람이 불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살갗 마다 겨울이 가득 담겨야 속이 노랗고 부드러운 황태를 만날 수 있다.

    “그럼 명태는 언제까지 저렇게 매달려 있어야 해요?”

    “음, 봄바람이 불 때까지 4개월간 저렇게 말려야 한단다. 하늘이 말라고 바람이 말려야 맛 좋은 황태가 될 수 있으니까. 겨울 내내 추운 겨울을 인내하며 보내야 하니 명태가 대단하지?”

    명태가 하늘과 바람에 익으면서 살이 노랗게 변해 노랑태라고도 한다. 살 겹겹이 눈보라가 들면 가을의 들녘만큼 황금빛으로 물든다.

    “이리 와보렴. 명태의 살은 희고 부드럽지? 그런데 여기 황태를 보렴. 살이 노랗게 변하는 것이 보이니?” “네, 마치 가을에 벼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처럼 노랗게 변했네요.”

    “녀석, 똑똑하구나. 네 말대로 살이 노랗게 익는다고 해서 황태라고 부른단다."

    꽁꽁 얼고 녹기를 반복하여 명태의 사지가 ‘투툭’하고 터진다. 명태의 살이 터질수록 노랗게 여문 살이 꾸득꾸득해진다. 꾸득한 황태 한 접시면 그거면 된 거다.

    “황태가 많이 불쌍해요. 전 밖에 조금만 나가있어도 이렇게 추운데, 겨울 내내 추운 바람을 맞는 황태는 얼마나 춥겠어요?”

    “그게 바로 황태의 꿈이 아닐까? 온몸이 추위에 터져나가도 그저 맛좋고 꾸득하게 익어 배고픈 사람들이 먹고 속이 따뜻해진다면 그걸로 된 거라며.”

    아버지가 오늘도 거나하게 술 한 잔 기울이며 세월이 흐르는지 당신이 흐르는지 모른 채 밤을 지새우고 나면 어머니는 말없이 식탁에 황태국 하나 얹어놓고 나가신다.

    “자, 추우니까 이제 안으로 들어오렴. 집에서 황태국을 먹어 본 적은 있지?”

    “그럼요. 저희 아빠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그 다음날 아침 메뉴는 안보고도 알아 맞출 수 있다니까요. 아빠는 황태국을 드시면서 꼭 ‘아~ 시원하다.’ 그러세요. 속이 다 풀리신다면서요.”

    붉은 양념 몸에 덮고 한숨 푹 자고 나면 촉촉한 황태구이로 변신한다. 노란 속살이 쪄지면서 허연 김을 내뿜으면 은은하게 퍼지는 향과 소리가 이미 침을 꿀꺽 삼키게 한다.

    “황태마을에 왔으니 황태는 맛보고 가야하겠지? 황태구이와 황태찜, 황태전 등 메뉴도 참 다양하구나. 속까지 훈훈하게 녹여주는 황태국으로 한번 시켜볼까?”

    “황태찜은 어때요? 흰 쌀밥에 부드러운 황태 속살 한 점 올려 먹으면 다른 진수성찬이 안 부럽겠어요!”

    노란 살결이 몇 번이고 터져 투박해 보이지만 그 속은 여리고 또 여리다. 여린 놈의 속살이 뱃속으로 들어가면 그 뱃속마저 부드러워진다.

    “ 그런데 저는 왠지 거칠거칠해 보이는 것이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보기에만 그렇지 막상 먹으면 아주 촉촉하고 부드럽단다. 자 먹어보렴. 아주 부드럽고 쫄깃쫄깃하지? 어린이들에게 좋은 칼슘과 단백질과 같은 영양소도 많이 들어가 있으니 앞으로는 편식하지 말고 먹어야 한다!”

    한번 황태 맛을 본 사람이라면 그 맛의 끝을 모른다. 한 번 먹고 뒤돌아서면 또 먹고 싶은 것이 황태다. 그럴 땐 용대리 황태축제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제 집에 가면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많이 아쉬워요. 황태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보고 맛까지 보니까 더욱요.”

    “그래서 ‘인제 가면 언제 오나’ 하는 거란다. 한번 맛 본 사람들은 아쉬움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이지. 그래도 때맞춰 열린 황태축제에서 더없이 즐거운 나날을 보냈잖니?”

    간밤에 걸친 술이 미처 깨기도 전에 얼얼한 손을 비비며 일터로 나가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빈속을 채워주던 황태는 참 따뜻한 음식입니다. 차디 찬 바람을 지내고 비로소 맑은 국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추위는 저만치 물러가고 맙니다. 삼한사온이라는 날씨가 황태를 꾸득허니 잘 말려 비로소 거친 속과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줍니다. 잘 익은 황태 한 점을 입에 넣으면 찬바람을 견디어온 황태의 기나긴 여정까지 오감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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