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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두고 가는 절, 마곡사 머무르기


마곡사는 신라시대 지장율사가 건립한 오래된 고찰이다. 본디 지장율사가 건립했을 때는 교종을 대표하는 5교 중 하나인 계율종을 상징하는 사찰 중 하나였지만 그 이후로 많은 부침을 겪은 절이다. 고려시대에는 산적 소굴로 쓰인 적도 있고 임진왜란 시기에는 60여년 간 폐사되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백범 김구선생이 형무소에서 탈옥해 마곡사에서 승려로 위장한 채 살았다는 사연도 얽혀있다. 건물 하나마다 얽혀있는 마곡사의 이야기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대광보전과 대웅보전, 설화 찾아 돌아보기

  • 대광보전과 오층석탑이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광보전과 오층석탑이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곡사 매표소에서 200m가량, 마곡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금방 절에 들어갈 수 있으리란 기대는 말자. 고작 절의 천왕문까지 1/4 왔을 뿐이니까. 계곡물을 따라 빙빙 돌아 천왕문을 지나면 오층석탑과 함께 정면으로 대광보전이 보인다. 단청이 거의 날아갔지만 오히려 드러난 나무의 질감이 편안함을 안겨주는 건물. 특히 이곳은 촘촘하게 짜인 꽃살문이 색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설화에 따르면 앉은뱅이가 이곳에서 백일불공을 드리며 참나무로 정성껏 돗자리를 짰다고 한다. 무엇을 구태여 빌 생각도 하지 않고 꼬박꼬박 불공을 드린 지 100일째, 30평 자리를 다 짠 앉은뱅이는 스스로 일어나 걸어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때의 삿자리가 깔려있다고 하니 설화 속 세계에 걸어온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한 켠에는 생육신 김시습의 마음을 돌리고자 가마를 타고 찾아왔던 세조가 두고 간 가마도 보관되어 있다. 세조가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마곡사를 떠나버리자 '매월당이 나를 버렸으니 임금의 가마를 타고 갈 수 없다'며 소 등에 타고 갔다는 이야기가 서려 있다.
 

  • 화려한 단장을 자랑하는 대웅보전의 모습. 안에서는 아름드리 싸리나무 기둥이 건물을 받치고 있다.

    화려한 단장을 자랑하는 대웅보전의 모습. 안에서는 아름드리 싸리나무 기둥이 건물을 받치고 있다.

그 뒤편에 서 있는 대웅보전으로 올라가면 사후세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곡사의 대웅보전은 좀처럼 보기 힘든 2층 전각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 안에는 아름드리 싸리나무로 만든 기둥 4개가 건물을 받치고 있는데 유난히 반지르르 한 것이 눈에 띈다. 알고 보니 이 싸리나무 기둥에도 전해지는 말이 있었다. 죽어서 저승에서 심판을 받을 때 염라대왕이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얼마나 돌았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많이 돌수록 극락에 가까워지고 아예 돌지 않았다면 지옥에 간다고 하니 안 갔으면 모르되 갔으면 기둥을 돌아야 할 것만 같다.

 

속세의 사연 두고 새 마음으로 나가는 시간

마곡사의 완연한 가을 전경, 단풍 명소로도 유명하니 알아두자

이러한 설화에서 한 가지 상기할 것이 있다면 모두 마음 한 자락씩은 마곡사에 두고 갔다는 것이다. 앉은뱅이는 자신의 서글픔을 담아 짠 돗자리를 두고 갔고 세조는 만인에게 정당한 왕이라고 인정받는 표식인 임금의 가마를 두고 갔다. 저승길이라고 해서 달랐을까, 기둥을 많이 돌수록 극락에 가까워졌다는 것은 곧 마음 속 쓸데없는 욕심과 감정을 내려놓았기에 가능했을 터다.
 

  • 마곡사에서 진행하는 수리수리체험형 템플스테이의 활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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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곡사에서 진행하는 수리수리체험형 템플스테이의 활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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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곡사에서 진행하는 수리수리체험형 템플스테이의 활동 모습.

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되닦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일까, 마곡사는 템플스테이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리수리체험형템플스테이다. 첫째날에는 사찰 예절을 익히고 저녁 공양과 예불을 드리며 마곡사의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것에 중점을 둔다. 두 번째 날에는 텃밭에서 운력을 하고 숲 속에서 산행명상을 하는 등 다 함께 일하고 숲 속에서 마음을 닦는 것이 주를 이룬다. 1박 2일의 짤막한 시간이지만 이 프로그램이 성황리에 이루어지는 것은 일상의 고단함이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항상 바쁘게 쫓기듯 살아온 사람들에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은 귀한 법이니 말이다.
 
보통 시간의 흐름을 주변 경치가 달라지는 것을 보고 깨닫는다고 한다. 그러나 별을 언제 봤는지 기억이 어렴풋하다면, 올해 만개한 꽃을 보고 웃은 적이 있었는지 긴가민가하다면, 잠시 사연을 두고 오는 절에서 내 마음을 비우고 오자. 다시 나 자신을 보게 되면 비움으로써 풍성해진 스스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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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는 시시때때로 제각기 난이도가 다른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답니다. 자세한 사항은 마곡사 템플스테이 사이트를 참고하세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10월 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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