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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생태여행, 강릉 경포생태문화탐방길


바닷가에 봄이 왔다. 강릉 경포는 넓은 백사장과 푸른 물빛으로 무장한 해변도 장관이지만 주변으로 경포호, 시인들의 사랑을 받은 누각 경포대, 율곡 이이의 오죽헌과 선교장 등 둘러볼 곳이 많다. 얼마 전에는 경포호와 가시연습지가 환경부 선정의 생태관광지역 다섯 군데 중 하나에 포함되면서 다시 한번 생태 탐방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트래블투데이]와 자연이 말을 거는 강릉 생태 탐방을 떠나보자.

                    
                

비뚤어진 나비 모양 길을 따라가는 경포 생태 탐방

경포 일대를 걸어서 둘러보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구불구불한 논길과 찻길, 호수 변과 백사장 길을 포함하는 코스는 차나 자전거로는 십분 즐기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오죽헌과 경포 해변을 양 끝 지점으로, 해운정을 중앙지점으로 잡고 둘러보는 길을 그리면 경포호수 쪽이 큰, 비뚤어진 나비 모양 코스가 나온다

 

1구간: 오죽헌~경포 생태저류지~선교장~해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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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 오죽헌에서 생태탐방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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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장 마당에는 연꽃이 피는 연못과 활래정(정자)이 있다.

이제 오죽헌부터 출발한다. 검은 대나무가 있는 곳, 오죽헌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유적지.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으로 생전의 흔적뿐 아니라, 그의 저서와 어머니 신사임당의 유작도 보관돼 있다. 강릉시립박물관과 율곡기념관이 함께 있다. 오죽헌에서 선교장 방면으로 조금만 가면 경포 생태저류지가 나온다. 이는 비가 오면 대관령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로 금방 수해를 입곤 했던 강릉시에서 특히 경포호 주변 지역에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지역을 위해 조성한 담수지다. 집중호우 시에 하천이 범람하는 것을 막고 약 70만 톤의 물을 11시간까지 가두었다가 방류한다고 한다. 생태저류지 주변은 걷기 좋게 길이 잘 닦여있어 산책하기에 좋은데, 주변으로 넓은 유채, 코스모스, 가시연 밭 덕분에 꽃 피는 계절에는 더없이 낭만스러운 산책로가 된다.

생태저류지를 바라보며 걸으면 명문 고가인 선교장이 나온다. 선교장은 잘 보존된 옛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마당에 연꽃 피는 연못과 그 옆에 지어진 정자 ‘활래정’이 특히 조화롭다. 선교장에서 걸어 나오면 소박하게 지어진 별당 해운정에 다다른다. 송시열의 글씨로 현판이 걸린 것 외에 따로 별난 멋은 없지만, 1530년에 지어져 오랜 세월을 버틴 기운이 느껴진다. 해운정을 중심으로 삼으면 이제 비뚤어진 나비 길의 작은 부분을 걸은 셈. 이제 가시연습지로 간다.

 

2구간: 해운정~경포 가시연습지~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초당두부마을~경포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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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개구리 왕눈이>가 떠오르는 가시연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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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꽃을 피운 가시연꽃

오늘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경포 가시연습지는 멸종 위기종 2급인 가시연꽃이 50년 만에 꽃을 틔우면서 급부상한 습지로 경포호수에 맞닿아 있다. 본래는 호수였으나, 개간 사업으로 농지가 됐다가 다시 습지로 복원된 곳. 볼 수 없었던 습지 식물들도 보금자리를 찾아 다시 돌아왔단다. 2010년 다시 볼 수 있게 된 가시연을 비롯해 홍련과 백련도 습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둥실둥실 떠오른 넓은 가시연은 만화 <개구리 왕눈이>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뾰족뾰족한 독특한 외양 때문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시연습지는 총 27만여 제곱미터로 경포호 면적의 약 30퍼센트에 해당한다. 습지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조성돼 습지식물과 철새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으므로, 어린이들의 습지 체험 활동에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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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담한 허균과 허난설헌의 생가가 강릉 초당동 솔숲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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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초당순두부는 양념하지 않고 희게 먹는 것이 특징.

가시연습지에서 이어지는 경포호수로 올라가지 말고 반대편으로 난 작은 다리를 건너면 초당동으로 이어지는 솔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곧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이다. 소설 <홍길동>의 작가로 유명한 허균,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 허난설헌 남매는 모두 강릉이 고향으로 그 생가를 공원으로 꾸몄다. 솔숲 사이로 아담하지만 반듯하게 자리한 집과 마당이 과연 문인의 생가답다. 공원이 있는 곳은 행정구역상 강릉시 초당동에 속하는데, 초당마을은 예전부터 순두부로 유명하던 곳이다. 이 때문에 솔숲을 조금만 걸어가면 ‘초당 순두부 전문점’이라는 간판의 식당 무리가 모여있다. 너도나도 원조라고 외치는 까닭에 잠시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생태탐방으로 허기진 배는 어쨌건 뜨끈한 순두부 앞에서 행복할 것이다. 소소한 팁은 초당 마을의 순두부는 붉게 양념한 순두부찌개가 아니라, 흰 두부 본연의 상태로 먹는다는 사실, 또 본래 맛집은 좀 허름하다는 것 정도.
 

  • 경포해수욕장은 푸른 바다와 흰 백사장이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담백하게 배를 두둑이 채우면 다시 얼마든지 걸을 의욕이 생긴다. 우거진 해송 사이로 그 유명한 경포 해변을 걸을 차례. 초당동에서 경포 해변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면 먼저 경포호수 광장과 생태습지원이 나오니 습지식물을 또 한 번 만날 수 있는데, 경포호수 바로 옆길이 그 유명한 경포해변이다. 여름이면 전국의 인파가 몰려드는 동해안의 대표 해수욕장이며, 사계절 일출과 해변 풍경을 보려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경포의 호수와 바다의 경치는 제각각 다르지만 모두 아름다우므로, 시간이 된다면 둘 다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3구간: 홍장암~참소리축음기박물관~경포대~해운정~오죽헌

희고 푸른 해변의 정경을 모두 감상하고 나면 다시 경포호수로 돌아와 홍장암(紅粧岩)을 만날 수 있다. 이는 고려 말기 강원도 순찰사였던 박신(朴信)이 이곳의 기생 홍장과 나눈 사랑 이야기가 얽혀있는 바위로, 주변에는 수령 40년가량의 아름드리 벚나무가 있다. 강원도의 대표 봄꽃축제인 경포대 벚꽃축제가 열리는 곳도 바로 이 일대다.
 

  • 경포호수는 철새도래지, 벚꽃 축제, 탐방로로 늘 사랑받는 곳이다.

경포호는 동해에 인접한 자연 석호로,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문화유적이 전해져 잘 알려졌다. 겨울에는 철새도래지로, 봄에는 앞서 말한 벚꽃 향연으로, 평소에는 산책과 자전거 하이킹에 좋은 탐방로로 사랑받는 곳이며, 최근에는 습지 복원으로 높은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강원도는 강릉 경포호수와 가시연습지의 환경부 생태관광지 지정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관광 시설을 확충할 예정에 있다. 홍장암에서 나비 모양 코스의 중간지점인 해운정으로 돌아가는 길은 경포호수 변을 둥글게 따라 걷게 된다.

경포호수의 드넓은 수면과 어우러진 경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함이 없지만, 원한다면 참소리축음기박물관과 경포대를 볼 수 있다. 참소리축음기박물관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축음기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오디오 박물관으로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에디슨박물관보다 더 많은 에디슨 발명 축음기를 보유, 전시하고 있다. 3층에는 경포호수의 전경을 관망할 수 있도록 설치된 전망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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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포대는 동해안 달맞이 명소로, 경포 일대 전망을 보기 좋은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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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의 축음기로 생생한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참소리축음기박물관

관동팔경에 속하는 경포대는 호수 변, 작은 언덕 위에 지어진 누각으로 동해안 달맞이 명소로 이름난 곳이며, 그곳에 올라 바라보는 경포 일대의 풍경이 일품이다. 봄에는 경포대 주변으로도 오래된 벚나무 숲이 있어 꽃놀이하기에도 좋다. 경포대에서 해운정까지 걸으면 경포호수와 가시연습지 일대의 생태탐방이 얼추 마무리된다. 그리고 다시 해운정에서 오죽헌 쪽으로 난 길은 가장 처음 둘러봤던 경포 생태저류지의 반대편을 보게 해준다. 오죽헌을 끝과 시작으로 비뚤어진 나비 모양 생태탐방길. 이만하면 경포 일대를 완전히 정복했다고 할 만하다.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그리울지는 몰라도, 보지 못한 아쉬움은 결코 들지 않을 것이다. 매년 벚꽃이 흐드러지고 푸른 물결은 변함없는 곳이니, 경포호와 가시연습지 주변으로 생태관광지 새 단장이 되면 그 핑계 삼아 또다시 찾을 수 있겠다.
 

  •  경포호와 맞붙어있어 거대한 습지대를 이룬 가시연습지 일대는 생태탐방에 제격인 여행지다.

꽃잎이 떨어진 경포 가시연습지 탐방로. '솔향강릉'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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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잎이 떨어진 경포 가시연습지 탐방로. '솔향강릉'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 봄꽃 핀 가시연습지는 갈대와 어울려 오묘한 분위기를 낸다.
  • 가시연습지 탐방을 즐기는 여행객들의 모습이 꽃과 어울려 그림같은 풍경을 만든다.
  • 길게 이어진 경포 일대 탐방로를 걷다보면 강릉시 스탬프투어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 경포호수 중앙에는 정자와 바위가 운치를 더하며 자리해있다.
  • 경포호 홍장암에 얽힌 박신과 홍장의 사랑이야기를 형상화한 동상.
  • 경포호는 봄이면 둘레를 따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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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돌아온 가시연꽃. 강릉 경포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이 생태관광지로도 거듭나 더 많은 사람이 가시연꽃의 얼굴을 보게 되길 바랍니다!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1년 04월 2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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