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10선] 여수 - 금오도비렁길,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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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여행 10선] 여수 - 금오도비렁길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금오도는 경관이 빼어나 오래전부터 사랑받던 섬이다. 금오도(金鰲島)라는 이름은 섬의 모양새가 자라를 닮았다고 해서 자라 오(鰲)자를 붙여서 만든 이름이다. 지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머리를 남쪽 바다로 향하고 있는 자라처럼도 보인다.

                    
                

벼랑을 따라 걷는 명품길, 금오도 비렁길

금오도비렁길

‘금오도 비렁길’은 금오도의 서쪽 능선을 걷는 코스이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지역 사투리다. 즉, 비렁길은 벼랑길이라는 의미다. 말 그대로 대부분 구간이 아찔한 벼랑길이다. 본래 이 길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거나 땔감을 구하러 다니던 마을들에 의해 만들어진 길이었다. 하지만 큰 길이 생기고 구석진 곳에 있던 민가도 차츰 사라지면서 잊힌 길이 되었다. 

일부 길은 농사를 짓거나 낚시 다니는 사람들에 의해서 흔적이 유지되기도 했지만 많은 길이 흔적을 잃었다. 그렇게 흔적이 사라진 길을 다시 복원해서 트레킹 루트로 만든 것이 ‘금오도 비렁길’이다. 

코스는 5개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거리는 18.5km이다. 하루에 모두 코스를 완주하는 건 어렵다. 더욱이 여객선 운항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코스를 완주하려면 섬에서 1박은 필수다. 

1코스: 함구미~미역널방~송광사절터~신선대~두포 (5km, 소요시간 2시간)
함구미 선착장에서 코스로 접어들면 언덕이 시작된다. 언덕을 계속 오르면 대숲을 만난다. 그리고 곧 여러 채의 집이 모여있는 마을을 만난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이다. 집 안에는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코스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전망대인 미역널방은 1코스뿐만 아니라 비렁길 전 코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손꼽힌다. 깎아지른 벼랑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미역널방은 주민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을 벼랑 위까지 지게로 운반하여 건조하던 장소다. 1코스에 눈길을 끄는 또 한 곳은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는 송광사 절터다. 전설에 의하면 보조국사 지눌이 좋은 절터를 찾기 위해 나무로 만든 새 세 마리를 날렸는데 각기 순천 송광사, 고흥 송광암 그리고 금오도에 앉았다고 한다. 실제 지눌이 금오도에 절을 세웠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자리는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2코스: 두포~굴등전망대~촛대바위~직포 (3.5km, 소요시간 1시간 30분)
전반적으로 1코스보다 길이 넓어서 비교적 편하게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초반은 언덕이다. 동백숲을 지나고 흙길을 걷다 보면 첫 번째 전망대인 굴등 전망대를 만난다. 시원한 바다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굴등은 70년대까지 10여 가구가 거주하던 마을이었다. 지금은 모두 떠나고 펜션 하나만 운영 중이다. 2코스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절경은 촛대바위다. 전국에 같은 이름을 가진 많은 바위가 있지만, 이곳의 촛대바위는 조금 특별하다. 대부분 바닷가에 솟은 바위지만 이곳의 촛대바위는 산기슭에 있다. 

3코스: 직포~갈바람통전망대~매봉전망대~학동 (3.5km, 소요시간 2시간)
출발지인 직포는 소박한 어촌이지만 비렁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초반부터 데크 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전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동백숲을 만나는 구간이기도 하다. 동백숲은 커다란 터널을 연상시킬 정도다. 처음 만나는 갈바람통 전망대는 상괭이가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1코스와 2코스의 벼랑길도 훤히 감상할 수 있어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조금 더 걷다 보면 바다를 향해 비스듬히 뻗은 너럭바위를 만난다. 벼랑길만 걷다가 모처럼 만나는 낮은 해안가다. 낮은 곳에서 올려다보는 벼랑은 매우 웅장하다. 3코스의 인기 장소 중 하나는 비렁다리다. 벼랑과 벼랑을 연결한 출렁다리는 비렁길 중 유일한 다리이기도 하다.

4코스: 학동~사다리통전망대~온금동전망대~심포 (3.2km, 소요시간 1시간 30분)
다섯 개의 코스 중에서 가장 짧은 코스이다. 길은 조금 험한 편이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일품이다. 출발지인 학동은 학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초반에 바위와 돌이 많은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늘씬한 소나무와 어우러진 해안 풍경이 다른 코스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4코스의 최고 비경은 온금동 전망대다.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이 굽이굽이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온금동에는 80년대까지도 사람이 살았었다. 양지바른 곳이라 금오도 사람들은 ‘따슨구미’라고 불렀다. ‘구미’는 바닷가 외진 마을의 이름 뒤에 종종 붙이던 말이다. 1코스 출발지인 함구미도 같은 경우다. 마을 이름이 한자로 바뀌면서 따뜻할 온(溫)자를 써서 온금동이 되었다. 전망대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면 집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5코스: 심포~막포전망대~숲구지전망대~장지 (3.3km, 소요시간 1시간 30분)
심포마을은 U자 형태로 깊숙하게 들어온 지형이다. 덕분에 마을 앞바다는 호수처럼 평온하다. 이런 지형 때문에 예전에는 ‘짚은개’라고 불렀다. ‘짚은’은 ‘깊은’의 지역 발음이고 ‘개’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말하는 우리말이다. 따라서 포구마을 이름 뒤에도 자주 붙었다. 코스 초반은 시멘트 포장도로지만 곧 흙길이 시작된다. 이후 경사지를 개간한 계단밭과 경사가 가파른 돌밭 구간을 지난다. 처음 만나는 막포 전망대는 가파른 산을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다. 전망대 뒤의 산은 망산이다. 정상에 조선 시대에 봉수대가 있었다. ‘막포’도 지역 사람들은 ‘막개’라고 부른다. ‘짚은개’와 같은 경우다. ‘막개’는 봉수대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코스는 이후 돌길과 흙길이 반복되고 동백 터널을 지나면 장지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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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차예진 취재기자

발행2021년 04월 0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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