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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이 오면 꾸득한 그 속이 그립다

    겨울이 오면 꾸득한 그 속이 그립다

    지역강원도 인제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hotmark

    겨울이 오면 꾸득한 그 속이 그립다

    • 프롤로그
    • 1.황태촌의 독특한 설경
    • 2.겨울이 담겨야 제대로지!
    • 3.황금빛으로 익는 고기
    • 4.꾸득꾸득 말린 황태의 식감을 쫓다
    • 5.우리네 아버지의 속을 달래주던
    • 6.황태 익는 소리가 들린다
    • 7.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부드러운
    • 8.인제 가면 언제 오나~
    • 에필로그

    겨울이 오면 꾸득한 그 속이 그립다

    - 강원도 인제군 -

    칼바람에 코끝이 시린 겨울이 오면 무엇보다 뱃속이 든든해야 견디기 수월하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뜨끈한 국물 한사발이면 얼음장처럼 차가운 한파도 거뜬하기 때문입니다. 날이 쌀쌀해지면 마음부터 추워지는 서민들의 허한 뱃속을 채워주던 황태는 칼바람이 부는 겨울날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습니다. 넉 달 동안 나뭇가지에 매달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야만 비린내가 없고 부드러운 살갗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 ‘엄동설한에 만나는 맛깔스런 황태의 맛을 오감으로 느껴라!’

    칼바람이 부는 겨울, 강원도 인제 용대리 황태촌에 가면 독특한 설경을 만날 수 있다. 나뭇가지에 머리를 메어두고 온 몸으로 바람을 맞는 황태덕장을 찾아가자.

    “숨만 쉬었을 뿐인데 하얗게 입김이 서려요. 손발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아요. 그런데 명태는 저렇게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으니 얼마나 추울까요?”

    “그래야만 제대로 된 황태가 될 수 있단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처럼 말이야. 자세히 보면 명태 입으로 눈이 가득 들어가 있지? 그 눈이 황태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 줄 거야.”

    영하의 온도에서 꽁꽁 얼었다 살짝 녹고 다시 꽁꽁 얼었다를 봄바람이 불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살갗 마다 겨울이 가득 담겨야 속이 노랗고 부드러운 황태를 만날 수 있다.

    “그럼 명태는 언제까지 저렇게 매달려 있어야 해요?”

    “음, 봄바람이 불 때까지 4개월간 저렇게 말려야 한단다. 하늘이 말라고 바람이 말려야 맛 좋은 황태가 될 수 있으니까. 겨울 내내 추운 겨울을 인내하며 보내야 하니 명태가 대단하지?”

    명태가 하늘과 바람에 익으면서 살이 노랗게 변해 노랑태라고도 한다. 살 겹겹이 눈보라가 들면 가을의 들녘만큼 황금빛으로 물든다.

    “이리 와보렴. 명태의 살은 희고 부드럽지? 그런데 여기 황태를 보렴. 살이 노랗게 변하는 것이 보이니?” “네, 마치 가을에 벼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처럼 노랗게 변했네요.”

    “녀석, 똑똑하구나. 네 말대로 살이 노랗게 익는다고 해서 황태라고 부른단다."

    꽁꽁 얼고 녹기를 반복하여 명태의 사지가 ‘투툭’하고 터진다. 명태의 살이 터질수록 노랗게 여문 살이 꾸득꾸득해진다. 꾸득한 황태 한 접시면 그거면 된 거다.

    “황태가 많이 불쌍해요. 전 밖에 조금만 나가있어도 이렇게 추운데, 겨울 내내 추운 바람을 맞는 황태는 얼마나 춥겠어요?”

    “그게 바로 황태의 꿈이 아닐까? 온몸이 추위에 터져나가도 그저 맛좋고 꾸득하게 익어 배고픈 사람들이 먹고 속이 따뜻해진다면 그걸로 된 거라며.”

    아버지가 오늘도 거나하게 술 한 잔 기울이며 세월이 흐르는지 당신이 흐르는지 모른 채 밤을 지새우고 나면 어머니는 말없이 식탁에 황태국 하나 얹어놓고 나가신다.

    “자, 추우니까 이제 안으로 들어오렴. 집에서 황태국을 먹어 본 적은 있지?”

    “그럼요. 저희 아빠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그 다음날 아침 메뉴는 안보고도 알아 맞출 수 있다니까요. 아빠는 황태국을 드시면서 꼭 ‘아~ 시원하다.’ 그러세요. 속이 다 풀리신다면서요.”

    붉은 양념 몸에 덮고 한숨 푹 자고 나면 촉촉한 황태구이로 변신한다. 노란 속살이 쪄지면서 허연 김을 내뿜으면 은은하게 퍼지는 향과 소리가 이미 침을 꿀꺽 삼키게 한다.

    “황태마을에 왔으니 황태는 맛보고 가야하겠지? 황태구이와 황태찜, 황태전 등 메뉴도 참 다양하구나. 속까지 훈훈하게 녹여주는 황태국으로 한번 시켜볼까?”

    “황태찜은 어때요? 흰 쌀밥에 부드러운 황태 속살 한 점 올려 먹으면 다른 진수성찬이 안 부럽겠어요!”

    노란 살결이 몇 번이고 터져 투박해 보이지만 그 속은 여리고 또 여리다. 여린 놈의 속살이 뱃속으로 들어가면 그 뱃속마저 부드러워진다.

    “ 그런데 저는 왠지 거칠거칠해 보이는 것이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보기에만 그렇지 막상 먹으면 아주 촉촉하고 부드럽단다. 자 먹어보렴. 아주 부드럽고 쫄깃쫄깃하지? 어린이들에게 좋은 칼슘과 단백질과 같은 영양소도 많이 들어가 있으니 앞으로는 편식하지 말고 먹어야 한다!”

    한번 황태 맛을 본 사람이라면 그 맛의 끝을 모른다. 한 번 먹고 뒤돌아서면 또 먹고 싶은 것이 황태다. 그럴 땐 용대리 황태축제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제 집에 가면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많이 아쉬워요. 황태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보고 맛까지 보니까 더욱요.”

    “그래서 ‘인제 가면 언제 오나’ 하는 거란다. 한번 맛 본 사람들은 아쉬움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이지. 그래도 때맞춰 열린 황태축제에서 더없이 즐거운 나날을 보냈잖니?”

    간밤에 걸친 술이 미처 깨기도 전에 얼얼한 손을 비비며 일터로 나가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빈속을 채워주던 황태는 참 따뜻한 음식입니다. 차디 찬 바람을 지내고 비로소 맑은 국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추위는 저만치 물러가고 맙니다. 삼한사온이라는 날씨가 황태를 꾸득허니 잘 말려 비로소 거친 속과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줍니다. 잘 익은 황태 한 점을 입에 넣으면 찬바람을 견디어온 황태의 기나긴 여정까지 오감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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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4천년 원시로의 초대

    1억4천년 원시로의 초대

    지역경상남도 창녕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1억4천년 원시로의 초대

    • 프롤로그
    • 1.저마다 개성도 제각각
    • 2.원시의 대자연이 가장 풍성해지는 시기
    • 3.아침의 우포늪이 전해주는 몽환적인 감동
    • 4.출발은 목포제방
    • 5.곳곳에 숨어든 비경
    • 6.우포늪의 색다른 명물
    • 7.자전거길은 적당한 거리만!
    • 8.별밤 아래 자연의 오케스트라
    • 에필로그

    1억4천년 원시로의 초대

    - 경상남도 창녕군 -

    경남 창녕을 가리켜 ‘생태투어의 보고’라 말할 수 있는 건 커다란 태고적 보물 우포늪이 이 지역을 짙푸르게 채색하기 때문입니다. 담수면적이 여의도(2.3㎢)에 버금가는 이 드넓은 천연 늪으로 들어서면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자연이 전해주는 감동에 가슴까지 먹먹해집니다. 우포늪은 위치에 따라 개성도 모습도 다르지만, 여름이 오면 가장 자기 색깔을 띠면서도 신비감을 더합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초록이 가장 짙어지는 날 우포늪의 진정한 원시자연을 만나라!’

    국내 최대규모의 우포늪은 수천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천국이다. 그러면서도 이곳 4개 구역이 저마다 특성을 갖는다. 그 이름에서 각각의 특성도 유추해볼 수 있을까?

    “우포늪은 제방을 경계로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4곳으로 구분해. 그 위치에 따라 개성도 모습도 다 다르다지?”

    “맞아. 우포는 소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예전부터 ‘소벌’로, 나무가 무성했던 목포늪은 ‘나무벌’로 불렸어. 친근한 이름을 지니고 있는 사지포의 또 다른 이름, 한번 맞혀볼래?”

    초록의 잎들이 무성하게 수면을 덮기 시작하는 6월을 지나 본격적인 여름을 맞은 우포늪은 1년 중에 가장 풍성해지는 시기다.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제는 왕버들나무의 군락이 이렇게 무성하게 자라났구나.” “물풀의 왕인 가시연꽃도 큼지막한 잎을 뽐내고 있어.”

    “봐봐. 가시연 외에도 마름, 자라풀, 개구리밥 등이 녹색의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늪을 뒤덮고 있는 게 이런 원시의 대자연이 또 있을까?”

    우포늪은 하루에도 시시각각 다른 풍경으로 다가선다. 늪이 전해주는 감동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이른 아침에 찾아야 한다는데, 어떤 이유일까?

    “늪 곳곳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니 수면을 가득 뒤덮고 있는 개구리밥과 물속에 뿌리를 내린 왕버들이 원시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어! ”

    “물안개를 뚫고 물닭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도 정말 장관이야. 바로 지금이야말로 이 늪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젖어있을 시간 아닐까?”

    우포늪을 탐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우포에 현명하게 다가서는 길은 목포제방, 주매제방을 넘어 목포, 우포, 사지포 일대를 걸어서 둘러보는 것이라고.

    “실제로 걷기 여행 열풍의 붐을 타고 이른 아침 우포늪을 걸어서 탐방하는 젊은 여행자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구나.”

    “웬만한 걷기 여행 코스 못지않은 행복감을 바로 여기서 느끼게 될 줄이야!” “근데, 생각보다 여긴 너무 넓어. 자전거를 빌려탈 수 있는 시설이 이 근방에 있다지?”

    한낮에 우포늪을 탐방할 때도 인근 생태전시관만 휙 둘러보고 돌아서는 우를 범하지 말자. 실제로 우포늪은 곳곳에 숨은 비경을 담고 있으니까.

    “여기를 그냥 지나칠 뻔했구나. 이 왕버들 군락들이 우포늪의 원시적인 멋을 한껏 더해주는데 말이야.”

    “우포늪의 8경중 1경에 속하는 곳이 이 군락이라지? 이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군락이 고요함을 깊게 덧칠해줄 거야. 궁금하지 않니?”

    늪의 식생과 역사를 직접 몸으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우포 북단의 소목마을도 들러봄직 하다. 이곳에는 우포늪을 사랑하고 지켜온 마을 사람들의 예스런 풍경이 있다는데?

    “저 장대거룻배가 아직도 남아 있었구나. 한가롭게 배가 오가는 정경은 왠지 서정적인 풍경을 담아내고 있어.”

    “몇 어부들에게는 고기잡이가 허용된다지? 장대거룻배야말로 자연과 사람, 원시와 문명이 하나 되는 연결고리가 아닐까?”

    소목마을부터 다시 숲길을 가다 보면 우포늪에서 가장 작은 쪽지벌이 나온다. 우포늪과 쪽지벌 사이의 탐방로, 이곳에 들어서려면 제약조건도 따른다고.

    “물이 빠질 때만 개방을 한 대서 긴장했는데, 다행히 지금 출입이 가능한가 봐!” “하지만 이 자전거로는 더 나아갈 수 없겠어. 손잡이를 틀어 다시 돌아가자.”

    “아니, 저기 산악자전거 탄 사람은 거침없이 들어가는데, 우리는 왜?” “여기를 다 도는 데 그 길이가 8㎞ 정도래. 우리는 대여한 자전거를 반납해야 하잖아.”

    한낮에 뜨거웠던 늪은 해가 지면 또 다른 별천지를 만난다. 별밤 아래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펼쳐진다는데, 어떤 아름다운 풍경과 소리를 동시에 만나게 될까?

    “저 반짝이는 별들을 봐봐. 실제로 우포늪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풍광이 새벽과 함께 우포의 별밤이라지?”

    “온갖 수변생물이 내는 소리가 어떤 화음을 이루고 있어! 근데 저 별들이 유난히도 또렷하게 빛나는 건 왜일까? 우포늪 주변에는 다른 빛이 없기 때문일까?”

    시야를 흐릿하게 가리던 물안개가 느긋이 아침햇살에 자리를 내주면서 초록 천지의 늪이 생경한 1억4천만년 전의 원시자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멀리 어둠의 끝자락을 물리치며 올라오는 낡은 조각배 한 척이 비경을 더욱 몽환적으로 만들며 늪의 아침을 깨우면 녹색의 융단은 더욱 짙푸른 색을 띱니다. 사시사철, 시시각각, 발길 닿는 곳마다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우포늪은 때 묻지 않은 원시자연을 온전히 내보이며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여러분은 우포늪에서 어떤 원시비경을 담아올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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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 내공의 맛

    40년 내공의 맛

    지역광주광역시 광산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40년 내공의 맛

    • 프롤로그
    • 1.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모아지면
    • 2.추억의 떡갈비
    • 3.참을 수 없는 그 맛
    • 4.단출했던 차림표
    • 5.쌈 크게 싸서!
    • 6.뜨끈한 갈비탕? 시원한 후식냉면?!
    • 7.빼놓으면 아쉬운 그것!
    • 8.맛에 깃들인 멋
    • 에필로그

    40년 내공의 맛

    - 광주광역시 광산구 -

    꼭 광주 광산구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맛이 있습니다. 비주얼로 봐서는 마치 함박스테이크를 연상시키지만 분명 철판에 내오는 떡갈비입니다.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시각부터 시작해 후각과 미각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송정떡갈비. 현재 광산구청 주변에 조성된 떡갈비 거리에는 12개 업소가 들어서 있습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 골목은, 여전히 과거의 그 소박한 멋과 맛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맛과 멋을 갖춘 음식점들이 들어찰수록 구에서는 지속적으로 환경·위생까지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는 송정떡갈비거리. 어떤 계기로 특화거리로 발전한 걸까?

    “와~ 여기에 ‘광산 ’ 지정서와 지정표지판이 부착되어 있구나.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하면서 특색 있는 메뉴와 원조 맛을 대물림하고 있는 맛집만이 마크를 달 수 있다지?”

    “과거 본연의 맛을 살리려는 식당과 늘 주민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지자체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거로구나!”

    이제는 엄청나게 불어난 규모만큼이나 맛 또한 과거 주인의 정이 오롯하게 담긴 맛은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이들도 간혹 있다. 과거의 떡갈비 맛은 어떠했을까?

    “송정동도 이렇게 현대화됐구나.”

    “예전 다 쓰러져가는 간판 하나 달랑 있던 송정떡갈비집이 문뜩 생각나. 허름한 곳에서 간혹 맛보던 그 맛, 아직도 고소한 그 맛이 남아 있지만, 왠지 그 시절이 사뭇 그리워지기도 하는걸."

    하지만 그 큰 규모의 식당으로 발전했는데도 여전히 대기표를 받아야 하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불평불만이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주인은 할머니가 아들과 며느리로 넘어갔지만 지금도 옛 이름 그대로야. 이 집은 오랜 전통의 레시피도 참 특이해. 양념비법을 고수하면서 직화로 구워내는 방식, 초벌 뒤에 한 번 더 철판에 내오는 것까지.”

    ”그러게. 아~ 옛날 양은그릇에 내어주던 갈비탕도 여전하네! 얼른 맛보고 싶다!”

    산구청 주위에는 떡갈비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송정떡갈비가 원조다. 메뉴는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름만 보고도 처음부터 여기가 바로 원조였으리라고 식객들은 짐작했겠지.” “맞아. 그런데 메뉴를 보니 예전과 좀 달라지긴 했어.”

    “공깃밥, 비빔밥뿐이었는데 육회랑 냉면도 추가됐네. 식당을 유지하면서 변한 것도 그대로인 것도 모두 정감이 묻어나.”

    야들야들하면서도 달콤한 이곳 떡갈비는 여타 갈비와 차이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것은 역시 쌈으로 먹는다는 것. 이제 직접 그 맛을 보는 일만 남았다!

    “철판에 올려 내와 온기가 오래간다. 조리면서 익힌 갈빗살은 보드랍고 비린내도 전혀 없어. 야들야들하니 입에 착 감기는구나!”

    “자, 이렇게 쌈을 싸서 먹어봐! 쌈장에 듬뿍 찍어 각종 야채를 올리고 천천히 음미하면 돼!” “음~ 달착지근함 뒤에 오랫동안 남는 고소한 맛이 참 풍성하다!”

    언뜻 선술집 같은 분위기에 달콤한 떡갈비를 맛보고 있으려니 아까 차림표에서 보았던 후식냉면이 떠오른다. 어디, 다시 젓가락을 들어볼까?

    “후루룩, 후루룩, 캬~! 갈비탕과 함께 먹는데도 전혀 느끼함이 없어!” “이 후식냉면도 국물이 참 맛깔나! 고기에 싸서 먹으니 더 좋네!”

    “하하호호 웃음소리, 잔 부딪히는 소리, 듣기만 해도 배부른 소리들이 건넛방에서 넘어오니 흥이 더하는구나!”

    떡갈비를 다 먹고 난 뒤 이것을 추가로 꼭 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데. 이것을 빼놓으면 돌아가는 발걸음이 꽤 아쉽다고!

    “잘~ 먹었다! 하지만 뭔가 섭섭하다고 해야 할까.” “후식으로 식혜를 배놓았구나!”

    “이야~ 식혜 맛도 참 진하다. 요구르트도 선택할 수 있네.” “아이스크림도 셀프로 콘에 담을 수가 있으니 참 괜찮다!”

    식당을 나오면서 무심코 던져본 질문, 예나 지금이나 역시 ‘떡갈비의 진수’ 할 수 있을까? 여전히 떡갈비 본연의 맛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옛날 아빠, 엄마와 손 붙잡고 와서 먹던 겁나게 맛있던 그 맛은 아니야.” “지금은 먹는 게 귀했던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의 맛과 낭만이 깃든 ‘멋있는 맛’이 빠져 있기 때문이겠지. 애석해하게도 영혼을 빼앗겨버렸다고나 할까.”

    “맛이란 게 꼭 변하지 않아도 먹거리 홍수 속에 우리 입맛도 얄밉게 달라지는 건 아닐까?”

    송정떡갈비거리는 미식가들의 발길을 이끌 정도로 이 나 있습니다. 먹는 게 귀했던 시절 광주 시골마을의 넉넉한 인심을 반추하려 물어물어 찾는 집들도 상당합니다. 분위기가 옛날과 많이 달라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그때의 ‘멋있는 맛’이 아닌지라 또 한 번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성과 인심은 여전합니다. 특히 송정떡갈비는 지금도 그때 이름 그대로입니다. 그 하나만으로도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기에 즐겁게 발걸음을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광주의 넉넉한 인심을 쫓아 떡갈비골목에 한번 들러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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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80 고달픈 몸과 맘, ‘추억’으로 달래다

    7080 고달픈 몸과 맘, ‘추억’으로 달래다

    지역광주광역시 동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7080 고달픈 몸과 맘, ‘추억’으로 달래다

    • 프롤로그
    • 1.향토색 짙은 거리퍼레이드
    • 2.추억으로의 시간여행
    • 3.7080, 2030을 아우르다
    • 4.보물찾기와 무언극이 있는 골목문화제
    • 5.추억의 동창회
    • 6.영국 에딘버러 축제처럼
    • 7.이발소·밥집·술집… 옛거리 그대로
    • 8.문화적 환기구 역할 했던 충장동 다방들
    • 에필로그

    7080 고달픈 몸과 맘, ‘추억’으로 달래다

    - 광주광역시 동구 -

    광주 동구는 옛 충장로를 분명 기억하고 있습니다. 7080세대가 활개를 치던 충장로의 이발소부터 상점, 다방, 동창회 장소였던 금남로공원과 충장로를. 그래서 이맘때 이곳은 30∼40년 전 옛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추억거리로 넘쳐납니다. 광주 ‘추억의 7080 충장축제’를 보고 있노라면 연방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늘 주제를 ‘추억’으로 삼아 그 의미를 새롭게 풀어내는 공간이 있기에 잔뜩 위축된 도심 한복판이 한 해 동안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바로 충장축제의 현장으로 빠져라!

    전국 단위 행진단이 향토색 짙은 모습으로 가장행렬 경쟁을 벌이는 거리퍼레이드 경연 역시 볼거리다. 어떤 모습의 행렬이 거리를 누빌까?

    “전국에서 몰렸나 봐요. 우리만의 충장축제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내 눈에는 중국 관광단도 보이는구나. 동남아연합문화단에 어린이, 청소년 단체 등 팀들이 각양각색 풍물, 묘기를 하며 지나가네.” “저기 마당극을 하며 행렬하는 저 팀, 참 인상적이에요!”

    1960~80년대에 볼 수 있었던 각종 생활도구부터 학교, 군대, 시장골목 등 추억 속 공간을 하나하나 재현한 전시관도 눈길을 끈다.

    “올해도 금남로3가 옛 중앙교회에서 ‘추억의 전시관’을 열고 이발소, 상점, 다방 등으로 관람객을 맞네요. 그런데 작년보다 공간도 넓히고, 프로그램을 더 풍성해진 느낌이에요.”

    “그렇지? 실제 전당으로 옛 물건을 가져오면 비싸게 팔 수 있고, 가게에서는 도시락, 노트, 사탕, 핀, 성냥 등을 살 수 있다는구나. 나도 이 구슬을 조금 가져와봤지!”

    7080세대뿐만 아니라 충장로에서 미래의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는 2030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라고.

    “저기 특설무대를 보세요! 힙합댄스 경연대회인가 봐요?” “그뿐이 아닌 듯하구나. 요들송, 마술쇼, 라틴댄스 등 전국에서 몰려든 참가팀이 100개가 넘는다니, ‘지역문화그룹공연’이 전국대회 급으로 진행되고 있어.”

    “과거를 회상하는 축제가 사실상 미래세대의 추억까지 만들어가는 역할도 하고 있군요!”

    음악·무용 등 여러 장르의 팀이 밤낮없이 금남로와 충장로 골목을 누비는 ‘골목길 문화제’도 관심이다. 골목에 들어서면 어떤 진풍경이 연출될까.

    “저기는 무대 없이 골목에서 돗자리만 펴고 공연하는 ‘충장로 골목길 문화제’도 열린다죠? 지금 <이수일과 심순애>를 무언극으로 무대에 올리고 변사의 해설로 감상할 수 있는 연극이 볼 만하겠어요!”

    “보물찾기도 준비되어 있구나. 곳곳에 숨겨진 보물딱지를 틈틈이 찾아내면 뭘 줄까?”

    금남로공원에서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루에 한 학교씩 동창생과 은사가 만나는 ‘추억의 동창회’도 열린다는데?

    “선생님!” “오~ 이게 얼마만인가? 자네도 왔구먼!”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이렇게 동창생과 은사가 만나는 자리가 충장축제 기간마다 마련이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싶어요! 앞으로 더 자주 찾아뵐게요!”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 캄보디아 출신 등 다문화 가족들의 추억이야기도 이 지역 축제에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어떤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있을까?

    “이날만큼은 귀화한 외국인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국의 전통민속공연을 보여주고 연극,춤을 선보이며 모두 한 공간 안에서 하나가 되어가는구나!”

    ”정말 멋져요! 이 충장축제를 영국의 에딘버러축제를 연상시켜. 앞으로 이 축제가 세계적 이벤트로 발전될 수 있지 않을까요?“

    30∼40년 전 충장로에는 40대 이상이 이곳을 들리면 옛 거리를 40대 이상이라면 옛 다방을 그대로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데?

    “누구나 알다시피 충장로의 우다방은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다방이야. 그럼에도 어엿하게 존재하는 것인 양 우리는 아직도 그렇게 부르고 있지. 봐봐. 모던보이도 그대로구나.”

    “많은 이름들 가운데 구태여 ‘다방’이라 부르는 걸 보면 우리에게 다방이 아주 특별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술집 빼곤 변변한 문화적 소통구가 없었던 시절 광주에서 다방은 문화적으로 사뭇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는데, 그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충장로2가의 아카데미다방은 김현승과 박봉우 같은 문인들, 김중배 같은 언론인들, 박서보 같은 화가들이 기웃거렸던 곳이지. 충장서림 일대 아폴로다방은 1950년대 이해동의 시화전이 열렸던 곳이고.”

    “다방이 문화공간으로 애용됐던 예는 이밖에도 많다지요?”

    광주시 동구 충장로5가 광주극장 옆 300m 골목길에는 1970~80년대 시절 이발관과 사진관, 의상실, 만화방, 다방, 오락실 등으로 꾸며진 ‘추억의 테마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충장축제만으로 돌아본 이곳 일대는 한마디로 위대한 다양성이 공존하고 사람의 원초적인 욕망들이 여러 갈래의 향기로 뿜어져 나오는 공간이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 거리의 생명이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것이란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향기가 여전히 짙게 배어나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충장축제에 한번 들러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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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C4000 선사시대로의 초대

    BC4000 선사시대로의 초대

    지역서울특별시 강동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BC4000 선사시대로의 초대

    • 프롤로그
    • 1.움집터로 가자!
    • 2.조상 숨결 살피는 고고학 산책
    • 3.쿵쿵쿵~ 원시의 소리를 찾아서
    • 4.배배 꼬아 내가 만드는 움집
    • 5.신기한 토기 제작과정
    • 6.신석기인의 하루
    • 7.선사시대 역사와 현대문명의 만남
    • 8.또 하나 볼거리, 암사동 유적지 탄생과정
    • 에필로그

    BC4000 선사시대로의 초대

    - 서울특별시 강동구 -

    21세기 서울 한복판에 6000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 매머드가 움직이고 시조새가 날아다니는 원시세계에서 돌도끼, 돌칼을 든 원시인과 조우할 수 있는 기회는 강동의 암사동선사유적지에서 주어집니다! 그야말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 독창적인 색깔을 담아내 선사시대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여행입니다. 원시로 가는 문이 열리면 이곳은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할까요?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암사동 유적지에서 시간의 문이 열리면 원시세계로 떠나라!’

    암사동선사유적지를 찾았다면 가장 먼저 움집터를 들르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었을까?

    “암사동선사주거지유적에 대해 알고 있니?” “그 정도 공부는 했어요! 지금으로부터 약 6,000여 년 전 우리의 조상인 신석기시대의 사람들이 살았던 집터 유적이죠.”

    “맞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밝혀진 신석기시대의 최대 집단취락지가 바로 여기야.”

    이곳은 단순한 전시 형태의 움집이 아니라 직접 안으로 들어가 신석기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도록 꾸며진 점이 특징이다.

    “이 토기들 좀 봐요! 다 모형이네요. 진짜 유물은 볼 수 없는건가요?”

    “그럴 리가. 신석기시대의 생활상뿐 아니라 청동기시대까지 이어지는 토기가 발견된 암사선사유적지에는 현재 야외에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토기모형뿐만 아니라 방금 봤던 복원움집과 원시생활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지. 진짜 토기를 보고 싶니?”

    선사주거지 경내는 움집을 중심으로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정돈된 흙길 사이로 100여 개의 소리통을 배치해 그 소리의 맛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쿵쿵쿵쿵~ 퉁퉁퉁퉁~’ “마치 아프리카에 온 것 같아요.” “정말 그렇구나. 아프리카에서 직접 공수해온 타악기도 있네. 나무, 돌, 동물뼈, 열매 등으로 만든 악기도 있고.”

    “이게 진짜 원시의 소리였을까요?”

    선사시대로의 시간여행의 필수코스, 신석기 시대 원시인들의 주거공간이던 움집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지금 고깔모양으로 만들고 있는 게 대체 뭐니?” “선사인들이 살았던 집 지붕을 억새풀을 이용해 만들어보고 있어요.”

    “아~ 바로 움막에 쓰인다는 서까래라는 거구나.” “맞아요. 이게 다 완성되면 구덩이를 파서 덮으면 끝이에요! 의외로 쉽죠?”

    신석기시대 사용했던 빗살무늬토기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굽는 과정도 함께한다. 특히 토기 굽는 과정을 선사문화 그대로 재연해 놓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고.

    “제가 만든 빗살무늬토기예요!”

    “와~ 소질 있는데? 이제 선생님께 가져다 드리렴. 화덕자리에서 나무땔감을 이용해 구워주신다는구나! 암사동 유적에서 나온 첨저형 빗살무늬토기는 이 시대 생활예술 중 가장 완성도가 높아. 인류의 예술 진화상 획기적 단계로 평가되고 있지.”

    6000년 전, 인류가 이제 막 농업과 정착 생활을 시작했던 시대에 마른 나뭇잎에 불을 피우는 일은 쉬웠을까?

    “누구 도움 없이는 힘들어요. 불은 라이터 같은 도구로 한번이면 됐는데,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피우려니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심도 되고요.”

    “교과서에는 쉽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까 어렵지? 원시인들이 이렇게 힘들게 살았구나 생각하니까 뜻 깊고 보람도 있을 거야.”

    입구에서 통나무로 된 다리를 건너면 선사시대와 현대의 시간이 흐르는 ‘시간의 길’을 만날 수도 있다.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의 길’로 들어서니, 돌도끼를 쥐고 짐승을 사냥하던 6000년 전 선사시대가 현재와 공존하면서 두 개의 시간이 흐르는 듯해요.”

    “정말 그렇구나. 내부 모습 실물 사이즈로 재현된 원주민 당시 생활상이 실감나게 재현되어 있어. 30m 길이의 동굴로 만들어진 이 길을 따라가면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

    선사유적지 유물전시관에서는 4차에 걸친 유적지 발굴 광경을 보여주는 등 선사주거지 발굴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고 있다. 또 어떤 볼거리가 자리하고 있을까?

    “6000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집단적으로 생활해온 실제의 움집의 유적과 석기문화, 발굴 당시 모습까지 재현해놓았어. 게다가 정보검색코너까지 모든 정보를 총망라해놓았구나..”

    “특히 선사주거지 발굴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모습이 꽤 인상깊어요. 우리나라 선사 주거지와 유물 현황 등에 대해서 꼼꼼히 짚어볼 수 있어 더 유익한 시간이 됐어요!”

    선사시대 원시인들은 어디서 자고 어떻게 사냥을 했을까요? 움집을 짓고 물고기와 짐승을 잡아먹었던 그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있습니다. 국내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 취락지 중 최대 규모인 강동구 암사동 선사유적지에서는 매년 10월 축제를 열로 과거여행을 위한 문을 활짝 엽니다. 전통문화예술과 현대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자리, 과거와 21세기의 만남의 장, 현대인과 원시인이 한바탕 춤판을 벌이는 축제의 장으로 떠날 채비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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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덜컹덜컹’ 향수를 부르는 장항선 기차여행

    ‘덜컹덜컹’ 향수를 부르는 장항선 기차여행

    지역충청남도 예산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덜컹덜컹’ 향수를 부르는 장항선 기차여행

    • 프롤로그
    • 1.소담스러운 장항선 여행
    • 2.예산역에서 어디로 가지?
    • 3.좋은 길동무 예당호
    • 4.예당호에서 광시한우를 찾는 이유
    • 5.삽교역 앞 김정희 생가
    • 6.다시 살아난 역사
    • 7.수덕사의 고즈넉한 매력
    • 8.사방팔방 먹을거리 천국
    • 에필로그

    ‘덜컹덜컹’ 향수를 부르는 장항선 기차여행

    - 충청남도 예산군 -

    기포가 톡톡 터지는 사이다와 삶은 계란 그리고 덜컹덜컹 흔들릴 때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던 창밖의 풍경들, 이제 기차여행에서 떠오르는 아스라한 추억입니다. 빠르기로 치자면 고속열차나 비행기에 비할 것이 못되지만 조금 느리기에 가질 수 있는 창밖의 풍경과 추억 그리고 여유는 다른 쪽에선 대신 할 수 없습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잔뜩 굳어있던 어깨 힘 빼고 손목시계와 휴대폰도 조금 밀어둔 채 떠나는 기차여행은 어떨까요?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 장항선 타고 만나는 예산의 또다른 정취를 느껴라!’

    90년 역사의 장항선은 충남의 평야지대를 덜컹거리며 가로지른다. 그중 열차가 지나가는 예산의 예산역, 삽교역 일대는 소담스럽고 고즈넉한 여행으로는 제격이다.

    “장항선은 천안을 거쳐 예산, 홍성 등 충남의 평야지대를 지나 강경역이 종착역이었으나 요즘은 전북 익선역이 종착역이 됐어.”

    “하지만 여전히 어느 역에서 내리든 예산의 고요한 호수, 오래된 고택과 사찰, 맛집 골목들이 어우러져 있는 건 여전해 다시 찾고 싶은 곳이었다고.”

    예산역에 내리면 발길을 가장 먼저 옮길 곳은 이미 정해졌다. 온천놀이시설로 북적거리는 덕산 일대와 달리 예당호는 ‘고요하고 느린 예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예산역이로구나. 예당호, 봉수산, 느린 꼬부랑길 등이 이어져 있으니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한번 걸어볼까?”

    “봉수산 아래 예당호와 맞닿은 대흥면 일대에 ‘핫 플레이스’가 됐다더니 이렇게 여행객들이 북적일 줄 예전에는 미처 생각 못했는데.”

    어느 곳을 거닐어도 예당호는 좋은 길동무가 된다. 대흥향교, 대흥동헌 등 오래된 가옥을 지나면 호수와 나란히 뻗은 시골길이 나오고 그 길은 봉수산 숲길로 연결된다.

    “느린 꼬부랑길은 옛이야기길, 느림길, 사랑길 등 느린 꼬부랑길을 경유하는 길목에는 새로운 쉼터와 사연 가득한 공간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봉수산 내에 위치한 봉수산 휴양림은 예당호가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나무데크로 연결돼 있어 호젓한 산책에도 안성맞춤이야.”

    대흥면에 실존했던 의좋은 형제 테마공원, 예당호 생태공원까지 걷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하지만 1시간 넘게 걷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면 예당호 남쪽으로 향해보자.

    “상당히 출출한데. 저쪽을 봐. 절묘하게도 예당호 남쪽 광시 한우마을까지 도달했어. 1등급 한우 암소고기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니 우리에겐 기회라고!”

    “한우 정육점과 식당이 30여 곳 옹기종기 모여 있네. 직영 농장에서 사육돼 공급되니 육질이 꽤 부드럽겠어. 정육점에서 한우를 직접 사다가 식당으로 가져가서 먹는 게 좋겠다.”

    다시 장항선에 올라 다음 정거장인 삽교역에 내리면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저택까지 걸어서 금방이다. 이곳에서 바로 ‘예향의 예산’을 만날 수 있다는데.

    “신암면 용궁리의 추사 김정희 고택은 ‘예향의 예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지. 추사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추사고택은 ‘ㄱ’자 모양의 사랑채 자태가 정말 위풍당당하다.”

    “기둥에 글씨를 써 붙인 ‘주련’들이 빼곡해.” “방에 와봐! 추사가 유배시절 그렸다는 세한도가 걸려 있어.”

    추사고택에 들어서면 그림 속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소나무를 볼 수 있다. 눈앞에 살아있는 듯한 세한도는 어디에 걸려 있을까?

    “세한도 속 허리를 구부리고 서 있는 이 소나무들, 이곳 백송을 표현한 작품 아닐까?”

    “맞아. 천연기념물이자 우리나라에 7그루 밖에 없다는 그림 속 바로 그 백송이야. 약 200년 됐다지?” “정말 대단해!”

    덕산온천 관광지를 지나 덕숭산으로 향하면 충남 북부를 대표하는 천년고찰인 수덕사가 위치해 있다.

    “수덕사의 목조건물인 대웅전은 1308년에 지어진 것으로 국보 49호로 지정돼 있다지. 다른 사찰들의 대웅전과는 달리 맞배지붕의 형태를 지녔으면서도 웅장한 모습을 함께 간직하고 있어.”

    “수덕사 일주문 옆의 수덕여관은 고암 이응로 화백이 작업을 하던 곳이라는데 암각화가 고스란히 남아 운치를 더하는구나.”

    삽교역 인근에는 더덕산채정식과 연탄불에서 구워 질감이 살아있는 삽다리 곱창 등 숨겨진 먹거리가 예산 여행을 더욱 든든하게 만든다.

    “아까 삽교역 근처에 삽다리 곱창집이 즐비하던데, 돼지곱창을 연탄불로 익힌 그 꼬들꼬들함~ 이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수덕사 앞까지 왔으니 근처에 삽다리 더덕으로 만드는 더덕산채정식을 맛보는 건 어때?” “식당마다 ‘수십년 전통’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으니 메뉴 고르기도 참 고민이로구나!”

    1922년 출발해 90년을 이어온 장항선은 충남 평야지대를 달려 예산의 예산역, 삽교역에 머뭅니다. 오늘날 KTX, ITX 등 쾌속열차들이 등장했지만 돌이켜보면 이곳을 지나는 열차들은 무궁화호, 새마을호가 주를 이룹니다. 역사는 새롭게 단장됐어도 덜컹거리며 달리는 열차여행의 묘미는 예전 향취 그대로입니다. 장항선이 경유하는 화려한 서해바다는 아니지만 예산은 소담스러운 여행지로 이방인들의 발길을 유혹합니다. 여러분은 장항선을 경유하며 예산과 어떤 만남을 갖고 돌아올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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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으로 느끼는 농익은 가야금 선율

    가슴으로 느끼는 농익은 가야금 선율

    지역충청북도 충주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가슴으로 느끼는 농익은 가야금 선율

    • 프롤로그
    • 1.우륵이 되어
    • 2.최남선 선생의 비문을 들여다보면
    • 3.가야금을 벗삼아 풍류를 즐겼던 선조의 멋
    • 4.12월의 율과 12곡 속 풍류
    • 5.신립 장군의 비극이 열두대에 서려
    • 6.충주호에 새긴 신립장군의 충절
    • 7.눈으로 만나는 우리 소리
    • 8.마음에서 울리는 가야금 선율
    • 에필로그

    가슴으로 느끼는 농익은 가야금 선율

    - 충청북도 충주시 -

    거문고, 향비파와 더불어 3현(絃)으로 일컬어지는 단아하고 해맑은 가야금 소리가 있기에 탄금대입니다. 악성 우륵(于勒)의 넋이 가야금 열두 줄에 서려 있기에 탄금대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선인들이 창조하여 가꾸어온 우리의 소리는 현(絃)마다에서 신묘한 소리로 당대 사람들을 감동시켰을 것이 자명합니다. 하지만 선인들의 애환을 가락에 얹은 전통적 운율 위에 또 하나의 구슬픈 소리는 가슴으로만 들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명암이 교차하는 농익은 가야금 선율을 가슴으로 느껴라!

    우륵이 가야금을 타서 얻은 이름 탄금대는 충주에서 북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탄금대에 선 우륵이 되어 청풍명월(淸風明月)을 느껴보자.

    “무심히 흐르는 달천(達川)이 남한강과 조우(遭遇)하는 구릉지대에 위치한 이곳 탄금대는 보게나. 빼어난 주변 풍광이 수려하기 이를 데 없지 않은가.”

    “나직하여 편안한 숲에서는 가득 생기 머금고 달려오는 계절이 신록을 준비하는 듯 햇살을 회유하고 있어요.”

    숲 향기에 이끌려 오솔길을 돌아나가자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이 펼쳐지고 강을 조망하기 좋은 벼랑 끝 한 지점에 오랜 역사의 갈피를 접고 선 비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육당 최남선 선생이 지은 탄금대비로구먼. 비문에는 삶의 애환을 올올이 가락으로 승화시킨 우륵에 대한 예찬을 적었구나.”

    “이밖에도 병자호란 때 혁혁한 공을 세운 임경업 장군 등을 칭송하고 있지만, 같은 반열에서 패장 신립(申砬:1546~1592) 장군에 대한 음각은 다소 옹색한 느낌을 주네요.”

    우리 고유의 악기 가야금은 오동나무 긴 널에다 명주실을 곱게 꼬아 열두 줄을 매고, 줄마다에는 기러기발을 세워 만든다. 그 소리를 들어보자.

    “가야금은 오른손으로 줄을 퉁기면서 왼손으로는 기러기발의 바깥쪽을 눌렀다 놓았다 하면서 연주하는데, 그 모습이 아주 고풍스럽고 우아하지. 우리 선인들은 가야금을 벗하여 때로는 연군지정(戀君之情)의 충의를, 때로는 임과의 애달픈 이별을 담아내기도 한단다.”

    “때로는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찬탄을 소박하고 넉넉하게 담아내고 있음이 느껴져요.”

    우륵은 원래 가야국 사람으로 신라에 귀화한 후 왕의 배려로 충주에 머물며 자연을 벗삼아 풍류를 즐기고 살았다. 이맘때 우륵이 만든 가야금의 12줄에 담긴 의미는 뭘까?

    “우륵은 우리나라 12월의 율(律)을 상징하여 12줄 현악기 가야금을 만들었고, 상하 가야(伽倻) 등 12곡의 노래를 지어 ‘가얏고’라 했다지.” “가히 탄금대는 우리 가락과 노래, 춤이 어우러진 진정한 풍류의 진원지라 하겠군요.”

    “그래서 탄금대를 알면 우리 가락에 충분히 자긍심을 가지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게야.”

    이곳에 풍류만 있었던 건 아니다. 벼랑 끝 바위에 내려서면 임진왜란 당시 최후의 격전 끝에 전멸한 신립 장군이 장렬하게 투신한 열두대에 닿는다. 어떤 느낌이 전해질까?

    “애간장을 도려내는 선율을 환청이 들리는 듯하구나. 유장하게 흐르는 탄천의 물줄기가 산기슭을 떠받치며 굽이도는 낭떠러지에서 열두 대가 얼룩진 역사의 한 자락이 바위 끝에 매달린 듯 애처롭기까지 하구나.”

    “비극적인 한을 아직까지 아우르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유난히 물색이 짙푸른 듯해요.”

    열두 대 낭떠러지 아래 충주호 물길을 따라 계속 산길을 걷다 보니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신립 장군의 순절비가 앞길을 막아선다. 그의 죽음은 어떻게 기록됐을까?

    “비문에는 임진왜란 때 장군의 행적이 비교적 객관적 문장으로 나열되어 있어. 이중 ‘중과부적(衆寡不敵)’과 ‘고군분투(孤軍奮鬪)’라는 성어가 공감이 가는구나.”

    “다행히 신립 장군은 사후에 영의정에 추증되고, 나라에서 충장공(充壯公)이라는 시호까지 내려 그의 장렬한 죽음을 애도했군요.”

    물길 따라 가까이 다가온 용섬에는 한적한 오후의 평화가 드넓게 자리를 펼치고, 단청으로 채색된 탄금정(彈琴亭) 처마로 미풍이 스치며 풋풋한 풀냄새가 기분 좋다.

    “탄금정에 오르니 솔가지 사이로 살며시 내비치는 물색이 솔잎과 초록색으로 한데 어우러져 싱그럽기 그지없네요.”

    “달천의 도도한 물줄기가 저 아래 남한강의 또 다른 물줄기를 만나 하나가 되면서 더욱 당당해지는 모습이 마치 우리의 가야금 소리의 멋을 대변해주는 듯하구나.”

    미세한 진동음의 환청이 있어 귀를 기울이니 어디선가 오동나무 고목의 천년 숨결을 머금은 가야금 곡조가 잔물결처럼 파랑으로 번진다. 잠시 그 소리를 따라가 보자.

    “실개울처럼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환청과 같은 진동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가야국을 그리워하는 우륵의 탄식일까요?”

    “바로 계고가 엮어내는 가야금의 고뇌어린 회한이 되고, 법지가 부르는 애조 어린 그리움의 노래가 되고, 만덕이 추는 번뇌어린 소망의 춤사위가 내는 소리로도 들릴 수 있겠지.”

    탄금대에 가면 계절이 아무리 앞으로 내달아도 결국 춘하추동의 예정된 사계절을 되새김질하는 일에 불과하듯 역사도 같은 여정의 되풀이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양지 바른 길목에 선 장군의 순절비는 더없이 초라하고 작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회한은 이쯤에서 걷어내고 청명한 바람을 타고 너울너울 춤을 추다 바위에 부서지는 물결의 끝자락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아보세요. 지금 여러분은 풍류에 찬 우륵의 가야금 소리를 듣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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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의 전설을 깨우다

    가야의 전설을 깨우다

    지역경상남도 김해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가야의 전설을 깨우다

    • 프롤로그
    • 1.가벼운 발걸음
    • 2.봄이 찾아드는 길목
    • 3.가야로 가는 시간여행
    • 4.범상치 않은 언덕
    • 5.영원한 사랑
    • 6.와글와글 재래시장
    • 7.가야에서 온 선물
    • 8.2천년의 향기
    • 에필로그

    가야의 전설을 깨우다

    - 경상남도 김해시 -

    경남 김해에는 가야유적지 위에 아름다운 꽃과 봄향기 가득한 ‘가야사 누리길’이 있습니다. 대성동고분박물관을 시작으로 국립김해박물관~연지공원~구지봉~수로왕비릉~동상재래시장~북문~수로왕릉 등 가야의 역사문화 유적지를 하나로 연결하는 이 길은 특히 봄이면 곳곳에 이팝나무, 은목서, 꽃사과, 조팝나무, 백철쭉, 비비추 등을 함께 보며 걸을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가야시대 찬란했던 유적을 탐방하면서 봄을 만끽하는 당일치기 여행,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미션입니다.

    수로왕릉역, 박물관역 등 이름만 봐도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한 김해 경전철역. 여기서 국립김해박물관이 곧바로 연결되기에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박물관 앞 광장에도 봄나들이객들이 굴렁쇠를 굴리며 뛰놀고 있어. 이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체험 프로그램의 하나인 것 같아.”

    “내 생각도 그래. 그렇다면 우리도 본관 옆 가야누리관에서 직접 가야의 생활상을 체험한 후 본관에 전시된 가야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게 좋겠다.”

    김해박물관 뒤편에 있는 100년이 넘은 벚꽃나무도 호젓한 볼거리다. 하지만 이곳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더 제대로 된 여유와 휴식이 가능한 연지공원을 만날 수 있다.

    “아직 파릇파릇한 새순이 돋지 않은 탓에 푸른 잔디를 볼 수 없어 조금 아쉽군.”

    “이제 막 겨울의 문턱을 넘어섰는데 뭘 더 바라겠어. 겉옷을 벗어 던질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볕은 따습지?” “앗, 저기 좀 봐! 호수 내 설치된 분수가 가동되기 시작했어!”

    국립김해시박물관과 함께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도 가야민족을 상징하는 여러 전시물을 구경할 수 있다. 김해박물관 바로 옆에 대성동고분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가야인의 생활상과 통일신라시대 이후의 변화된 삶을 담고 있군. 가야에서 김해로의 변천사와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였어.”

    “아직 끝이 아니야. 이 박물관에서도 매월 가야토기 만들기, 청동거울 만들기, 가야무사 활쏘기 등 가야인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대.”

    김해박물관 뒤편으로는 작은 언덕이 하나 있다. 해발 200여m에 불과한 동산에 불과할 것 같지만 가야왕국 시조인 김수로왕 탄생설화를 간직한 곳이다.

    “여기가 고대 국문학상 중요한 서사시인 ‘구지가(龜旨歌)’의 발상지라는 사실 알고 있니?” “그렇다면 여기가 알속에서 수로왕 등 6가야 시조왕들이 태어났다는 전설이 깃든 구지봉?”

    “맞아. 동네 뒷산처럼 보이는 이 작은 동산이 역사적으로 국문학적으로 ‘구지가’의 산실인 만큼 탄강 설화와 함께 김해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평가되고 있지.”

    구지봉에서 내려오다 보면, 이역만리 길을 떠나 영원한 사랑의 결실을 맺고 김해 땅에서 왕비가 되어 영원한 사랑의 화신으로 잠든 김수로왕비릉 앞에 발길이 멈출 것이다.

    “허황옥 공주가 잠들어 있는 곳이야. 서역 땅에서부터 공주의 신분으로 길을 떠나 멀고도 험한 길을 걷고 또 걸어 마침내 김수로왕을 만난 공주의 이야기는 아직도 심금을 울려.”

    “맞아. 그녀의 이야기는 2000년 전의 영원한 사랑의 화신이 되었고 지금까지 산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영원히 기억되겠지.”

    이 가야사 역사탐방 코스에는 재래시장도 포함되어 있어 다소 의문이 들 수 있다. 김해재래시장(동상동)과 가야문화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가야정찬, 허왕후 만찬, 수로왕 만찬 같은 궁중음식들을 팔고 있을까?”

    “아니야. 이 시장의 몇 십년 전통 음식점들은 약40년 전통을 가진 김해고유의 탁주 김해수로막걸리나 칼국수 같이 철저히 서민 위주의 음식을 팔고 있지.” “그렇다면, 김해수로막걸리 맛 좀 보고 갈까?”

    이번에는 분산성으로 가보자. 조선시대 김해와 부산을 왜적으로부터 지켜온 김해 읍성의 4대문 중 하나인 북문의 위풍당당한 자태를 발견하게 된다.

    “높이 솟은 문루 아래로는 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둥글게 쌓아둔 옹성이 보여.”

    “김해읍성 중 북문이로구나. 양쪽에 날개처럼 쌓인 체성까지,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복원되어 있어. 조선 세종 때부터 김해와 부산의 왜적방어에 큰 몫을 했다지.” “120년 만에 되살아난 김해읍성을 마주한 느낌은 어때?”

    수로왕릉역 해반천 교량에 새겨진 두 마리 물고기 문양은 김수로왕릉의 정문 납릉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상징적 의미가 담긴 걸까?

    “이 납릉 문설주에도 두 마리 물고기가 있어! 허왕후가 인도 아유타국에서 왔다는 강력한 증거가 아닐까?”

    “글쎄, 어찌됐든 이 두 마리 물고기처럼 허왕후와 수로왕은 높지도 낮지도 않게 서로를 마주 바라보면서 영원한 사랑을 이루었을 거야. 그 교화가 백성을 다스리는데도 일조했겠지?”

    ‘가락의 동쪽’이란 뜻을 가진 낙동강, 그 하구에 자리 잡은 김해는 2000년 전 금관가야의 찬란한 문화가 꽃피었던 곳입니다. 그래서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1990년 대성동고분군 발굴을 통해 가야가 가장 철을 잘 다룬 국가였음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또 김해 땅의 흙과 낙동강의 물이 만나 이뤄낸 가야토기의 문화는 지금까지도 이어져오는 조선시대 민요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걷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가야의 전설이 깨어나는 가야사 누리길, 여러분은 걸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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