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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촌풍경에 취한다, 취해~

    어촌풍경에 취한다, 취해~

    지역울산광역시 북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hotmark

    어촌풍경에 취한다, 취해~

    • 프롤로그
    • 1.7번 국도를 따라
    • 2.항구운치 맛나다
    • 3.어촌풍경
    • 4.물길 따라 간 곳에 빨간 귀신고래가?!
    • 5.붉을 밝히는 빨간 등대
    • 6.여기가 명당자리
    • 7.싱싱함이 춤춘다
    • 8.풍경에 취하고 맛에 취한다
    • 에필로그

    어촌풍경에 취한다, 취해~

    - 울산광역시 북구 -

    대게가 생각나는 계절이면 한적하던 어촌풍경에 활기가 돕니다. 영덕대게 만큼이나 인기가 좋은 정자 대게는 울산 북구의 자랑입니다. 정자항 활어직판장은 싱싱한 대게로 가득하고 구경하는 사람들과 흥정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정겨운 흥취를 돋웁니다.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먹는 싱싱한 회 한 접시에 코끝이 찡해지는 정자마을은 해양수산부 선정 아름다운 어촌마을로 선정되기도 하였는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정자마을에서 3樂즐기기’입니다.

    부산에서 7번 국도를 따라 가다 아름다운 해변풍경이 보이면 멈춰 서자. 한껏 물오른 어촌풍경에서 노닐다 가자.

    “부산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쭈~욱 올라가면 나온다고 했으니까 이제 곧 도착이야.” “이쯤인가? 바닷가 풍경이 예사롭지 않은데?”

    “방파제와 어촌풍경이 한껏 운치 있는데, 보자~ 여기가 맞네. 자 내려!” “공기부터가 다르다. 비릿한 바다냄새도 좋구나, 좋아~”

    어딘가에서 한 번쯤 봤음직한 장면임에도 이내 눈앞에 펼쳐진 항구운치에 절로 감탄이 새어나온다. 항구운치를 두 눈에 담았다면 그 다음은?

    “바닷가나 항구는 여러 번 가보았는데도 볼 때마다 새롭고 그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

    “그건 아마 그 이름과 어우러진 분위기 때문일 거야. 정자항은 오래 전 마을에 24그루의 느티나무 정자가 있어서 정자(亭子)라는 지명을 얻게 된 거래.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과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다니까 더 운치 있지?”

    비로소 만난 어촌풍경에 가슴속 케케묵은 먼지가 쓸어 내려가는 듯하다. 오늘만큼은 알코올보다 어촌풍경이 선사하는 낭만과 분위기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

    “이야~ 어촌풍경 끝내준다. 이런 풍경을 바라보고 싱싱한 회 한 접시에 소주 한잔 딱 마셔줘야 되는데, 안 그래?”

    “오늘 같은 날은 이 낭만과 분위기에 취할 순 없어? 어민들의 고단한 삶이 녹아있는 항구에 어민들의 전부인 낡은 배 한척을 보고도 그저 술 생각이야?”

    구불구불 물길을 따라 간 곳에 무시무시한 빨간 고래가 있다는데? 색은 물론 이름까지도 무시무시한 이 빨간 고래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바닥 한 번 봐봐. 붉은 색으로 구불구불하게 길이 나있어. 마치 물길 같다. 이 물길 끝엔 무엇이 있을까?”

    “난 알고 있지! 길을 따라 가면 바로 무시무시한 귀신 고래가 나타난다고! 그것도 아주 붉은 색을 한 귀신고래 말이야.”

    빨간 귀신고래는 바닷길을 비추는 등대다. 그런데 왜 붉은 귀신고래형상으로 등대를 만들게 된 것일까? 궁금증을 품은 여행은 하나의 즐거움을 주기 마련.

    “자세히 보니 등대잖아! 그런데 왜 하필 붉은 귀신고래형상을 하고 있을까?”

    “그건, 암초가 많은 곳에서 귀신같이 출몰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귀신고래들이 새끼를 낳기 위해 이동하는 경로라 자주 출몰했다고 해. 지금은 자취를 감춰 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울산을 상징하고 있지!”

    정자 대게뿐 아니라 동해안의 오징어, 우럭, 가자미 등이 잘 잡힌다고 알려진 낚시 명당자리, 정자항. 손에 짜릿함이 느껴진다면 힘껏 당겨보자!

    “벌써 여러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도 얼른 준비하자. 오늘은 어떤 물고기가 손맛을 짜릿하게 해줄까? 혹시, 귀신고래 잡는 거 아니야?”

    “꿈도 야무지셔. 동해안의 여러 고기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라서 그런지 고기가 잘 잡힌다고 하는데, 난 큰 우럭이나 한 마리 잡았으면 좋겠다!”

    낚시까지 즐겼다면 이제 맛에 취하는 즐거움을 누릴 차례. 활어직판장에 다다르면 파닥이는 싱싱함에 절로 입맛이 돈다.

    “낚시로 힘을 빼서 그런지 출출하다. 날도 곧 저물 것 같고. 듣기로는 근처에 바로 활어직판장이 있다는데, 거기서 싱싱한 회 한 접시 먹어야지!”

    “그래, 가서 어떤 수산물들이 있는지 구경도 하고 맛도 봐야지. 정자항의 한껏 운치 있는 풍경을 보면서 말이야.”

    정자마을의 아름다운 어촌풍경은 낯익은 듯 새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정자마을에서 3가지 보물을 발견했다면 숨어있는 보석과 같은 또 다른 아름다움도 찾아보자.

    “밤이 되니 정자마을의 분위기가 또 다른데?” “그렇지? 아무리 익숙한 풍경이라도 시간의 변화나 마음의 변화에 따라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진다니까!”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나? 내일이 기대되는 정자마을인데?”

    정자마을에서 3가지 즐거움(樂)을 맛보셨나요? 코끝이 저릿한 정자항의 어촌풍경과 짜릿한 손맛 가득한 낚시 그리고 싱싱함이 펄떡이는 활어직판장까지. 아름다운 어촌마을 정자마을은 3가지 이외에도 숨겨진 아름다움이 보물처럼 숨어있는 어촌마을입니다. 가끔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쉼표 하나 찍고 싶을 때, 낯익은 풍경에서 오는 아늑함과 기대감으로 보물을 찾는 기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정자마을에서 한껏 오른 흥취에 취하고 정자 활어직판장에서 싱싱한 맛에 한 번 더 취해 보는 삶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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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지역충청북도 증평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 프롤로그
    • 1.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뻥튀기
    • 2.장터 나들이의 요깃거리
    • 3.생선노점에서 풍기는 시골장터의 맛
    • 4.재래시장에서 만난 오디, 자랑할 만하네!
    • 5.쿵쾅쿵쾅, 망치질 소리
    • 6.장뜰시장 또 하나의 명물
    • 7.형형색색 슬리퍼가 단돈 2천원
    • 8.없는 거 빼고 다 있는 골동품가게
    • 에필로그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 충청북도 증평군 -

    비교적 작고 한적한 읍내라지만 장이 서는 1일과 6일에는 장 보러 나선 사람들로 마을은 그야말로 활기가 넘쳐나는 곳, 시골 인심으로 상거래를 하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나 소탈한 웃음이 절로 나는 곳, 바로 증평 장뜰시장입니다. 비록 홀로 나선 장보기 나들이일지라도 수십 년간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은 대장간을 둘러보다가 모자람 없이 몇 번이고 채워주는 인심 좋은 국밥집에서 출출함을 달래도 보고, 떡만 40여 년 동안 팔아온 시장 토박이 아주머니와 수다도 떨고. 그야말로 심심할 틈이 없죠.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오늘의 미션입니다. 느릿느릿 장뜰시장을 걸으며 구석구석 숨어 있는 재미를 찾아보세요!

    장 한가운데서 벌어진 엿장수의 각설이타령 소리도 가르며 들려오는 “뻥이오~!” 외침. 코끝을 자극하는 뻥튀기 냄새가 나는 곳에는 어떤 풍경이 있을까? 그곳으로 가보자.

    “(뻥이오~!) 자자, 거기 아가씨도 군침만 흘리지 말고 한번 맛이나 보시구랴. 튀밥도 맛있으니 한번 잡숴봐.”

    “제가 어릴 적에 맛보았던 뻥튀기가 바로 여기 있었네요! 다이어트에는 이만한 게 없는데 어디 가도 도통 배불뚝이 뻥튀기를 찾을 수가 있어야죠!”

    ‘한 봉지에 천원’이라고 대충 갈겨 쓴 손글씨마저 정겨운 떡 파는 노점상 앞을 그냥 지나치려니 입이 심심하다는 느낌이 불현듯 밀려온다. 어디 하나 골라볼까?

    “안녕하세요, 할머니. 시루떡부터 바람떡, 인절미, 송편에 약식까지! 와~ 없는 떡이 없네요. 이중에 무슨 떡이 제일 맛있어요?”

    “여기 맛없는 떡은 없어, 이 아가씨야. 아무거나 골라도 다 맛나. 지금 먹으려면 바람떡 사가. 방앗간에서 가져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따끈혀.”

    생선노점 앞에는 사람들이 꽤 붐빈다. 호주머니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고, 상인아주머니에게 흥정을 걸어보는 사람도 있다. 얼마까지 싸게 주시려나?

    “조기 만원에 5마리 줄게! 이 싱싱한 것 좀 봐봐! 물도 참 좋고, 어디 가서 이 가격에 절대 못 사.”

    “에이~ 아주머니, 두 마리만 더 얹어주세요. 그게 재래시장 오는 맛 아닌가요?” “허허~ 이 아가씨 고집 꺾기 힘들겠네. 옜다, 인심 썼다!”

    엉덩이 붙일 만한 곳에는 할머니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철 맞은 오디를 들고 나온 할머니도 있다. 판매 품목은 오디 딱 하나. 오디는 어떻게 먹을까?

    “이건 손으로 못 따. 저녁 때 나무 밑에 돗자리 펴놓고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저절로 떨어져서 이만큼씩 쌓여 있어. 그러니 웬걸. 오늘 아침에 오디 거두느라 야단을 했지.”

    “고놈들 참 실하네. 그런데, 이걸 그냥 먹나요?” “술 담가먹으면 몸에 좋아. 그냥 먹어도 맛있고. 한번 먹어봐.”

    1974년 문을 연 이래 쇠 녹이는 화덕에 불 꺼진 날이 없다는 이 지역 명물 증평대장간을 찾았다. 쇠를 다루는 일이 제일 쉽다는 대장간 주인장의 망치질을 구경해보자.

    “우리 대장간 물건 참 좋아. 청주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온다니까.” “남들이 호미 150개 만들 때 아저씨는 500개를 만드신다고요? 그게 정말 가능한 거예요?”

    “내가 일을 혼자 해도 워낙 손이 빠르니까 전국에서 주문이 와도 다 해내지. 얼마 전에도 TV 드라마에서 쓴다고 창을 수십 개나 만들었어.”

    장뜰시장에 대장장이 말고도 또 다른 장인도 있다 해서 들른 곳. 장뜰시장의 대표 맛집 장터순대다. 돼지고기를 손질하고 국밥을 끓여낸 30년 넘는 세월의 맛을 느껴보자.

    “순대 모자라면 순대를 더 드리고, 국 모자라면 국을 더 드리고. 배고파서 왔으니 배가 불러서 가셔야지.”

    “입에 착착 감기는 게 얼큰하니 속이 다 개운해져요. 국밥집은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애들 아빠는 아픈데 여섯 식구가 먹고 살려니 처음에는 혼자 고생도 참 많이 했지요.”

    ‘단돈 2천원’. 종이상자를 뜯어다 써붙인 문구 아래 화려한 색깔의 슬리퍼들이 수북하다. 이것저것 신어보며 쇼핑 삼매경에 빠져보자. 여인네의 장 나들이는 요런 재미 아닐까?

    “대형마트보다도 슬리퍼 종류가 더 많네요.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슬리퍼 치곤 발에 착착 감기는 게 한 켤레로는 부족하겠어요.” “다 신어봐~. 신어도 보고 만져도 보고 해서 제일 마음에 드는 놈으로다 가져가. 내 오늘 인심 써서 3개에 5천원 줄게.”

    화로에 향로, 꽹과리가 앞줄에 서고 뒤편에는 금박의 돼지인형, 앙증맞은 주전자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골동품점. 이곳에 들르고 싶다면 시장길을 끝까지 걸어가 보자.

    화로에 향로, 꽹과리가 앞줄에 서고 뒤편에는 금박의 돼지인형, 앙증맞은 주전자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골동품점. 이곳에 들르고 싶다면 시장길을 끝까지 걸어가 보자.

    “장독대 덮던 망부터 칼, 안마기계, 귀이개 등은 죄다 1천원이야. 가격이이 싸니 한가득 담아서 가도 부담 없다니깐.”

    “언뜻 보면 유치하고 조악하지만 들여다볼수록 정겨워요. 옛 물건들이 하나같이 깨알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현대적으로 탈바꿈하면서 시골장터의 분위기를 잃은 재래시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뜰시장의 5일장은 그렇지가 않죠. 영수증을 가져오는 사람은 경품을 주는 새로운 모습도 더러 생겼지만, 이곳은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고단한 일상의 짐보따리를 풀어놓고 잠시 쉬며 삶의 여정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입니다. 그렇게 세월이라는 염료로 덧칠해진 기억의 풍화작용으로 퇴색되어갔던 시골 재래시장의 추억을 장뜰시장에서 되찾을 수 있습니다. 정겨운 인심에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이곳 시골장터에서 옛 추억을 만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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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깨춤이 절로 나네

    어깨춤이 절로 나네

    지역경기도 평택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어깨춤이 절로 나네

    • 프롤로그
    • 1.땅과 함께 숨 쉬는 놀이
    • 2.판굿과 고사
    • 3.흥겨운 가락
    • 4.아슬아슬 버나놀이
    • 5.누가 등장할까?
    • 6.무동 놀이 시작!
    • 7.꽃이 피네
    • 8.아름다운 곡선
    • 에필로그

    어깨춤이 절로 나네

    - 경기도 평택시 -

    북쪽에 화성시, 동쪽에 용인시와 안성시, 남쪽으로는 충청남도와 접하는 경기도 남서부에 있는 도시, 평택. 평택 국제 중앙 시장, 삼봉집 목판, 팽성읍 객사 등 평택에서 보아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평택 농악을 꼽아야 할 것입니다. 귀를 때리는 꽹과리 소리와 흥겨운 소고 소리, 구성진 태평소 소리가 한 데 어우러져 나오는 농악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입니다. 평택 농악은 지방 농악 중에서도 특별한 것이라고 하니, 한 번 들어봐야겠지요?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평택 농악을 즐겨라!’

    소샛들을 끼고 있는 평택은 농경문화가 발전한 곳. 평택 농악은 평택시 팽성읍 평궁리를 중심으로 웃다리 농악과 평궁리 두레농악이 결합된 형태다.

    “하루 종일 땀 흘려 일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야. 흥겨운 농악을 통해 의욕을 북돋웠기 때문에 농사를 더 잘 지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예로부터 농사를 많이 지어 왔던 고장이기 때문에 농악이 발전할 수 있었군요? 그야말로 땅과 함께 숨 쉬며 발전해 온 놀이네요.”

    평택 농악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간단한 상식을 먼저 알아두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두 가지의 순서는 바로 판굿과 고사. 알기 쉬운 말로 배워 볼까?

    “판굿은 기예를 보여주기 위해 벌이는 풍물놀이야. 여러 가지 놀이와 함께 농악대가 진을 짜서 움직이는 진풀이가 펼쳐지지. 평택 농악에서는 무동놀이가 유명해."

    "고사소리는 비나리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복이 오기를 비는 소리라는 뜻이야. 현재 평택 농악의 기능 보유자인 최은창은 현존하는 최고의 비나리꾼이란다.”

    평택 농악은 꽹과리, 북, 징, 장구, 소고, 태평소 등을 중심으로 하여 10여 가지의 가락이 빠르고 변화무쌍하게 변주하는 것이 특징. 그 소리를 한 번 들어볼까?

    “자, 귀를 잘 기울여 보렴. 평택 농악의 가락은 맺음이 분명한 겹가락을 많이 쓰기 때문에 아주 경쾌한 편이지. 평택 농악의 자랑 중 한 가지로 이 빠른 가락에 맞춰진 화려한 진풀이와 고사소리도 꼽아 볼 수 있단다.”

    “저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여지는데요? 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춰야 할 것 같아요!”

    ‘버나’는 곡물을 거르는 데 쓰는 체를 돌리기 쉽도록 가죽으로 만든 것. 버나놀이는 농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이지만 평택 농악의 버나놀이는 한층 더 아슬아슬하다?

    “마치 접시돌리기 같은데요? 어휴, 버나가 떨어질 까봐 심장이 두근두근해요. 어라? 잠깐만! 버나를 공중에 띄운 채로 뛰고, 돌고, 재주까지 넘고 있어요!”

    “하하, 눈을 가리면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없잖니. 피나는 연습을 거친 공연이니 안심해도 좋아. 평택 농악은 언제 만나도 볼거리가 정말 풍부하구나!”

    평택 농악에는 가장한 인물들이 재담을 주고받는 ‘잡색놀이’는 존재하지 않으나, 무동과 사미, 양반, 농부 등의 잡색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차림새를 살펴볼까?

    “양반과 농부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염을 붙이고 갓을 쓴 인물이 양반, 흰 바지저고리에 삿갓을 들고 있는 인물이 농부지요?”

    “맞아. 무동은 노랑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고 남색 쾌자를 걸친 아이들로 총 일곱 명이 등장해. 흰 옷을 입고 고깔을 쓴 것이 사미인데, 어린 중을 의미하는 말이지.”

    평택 농악은 우리나라 풍물의 맥을 이어오는 중요 무형문화재이다. 그 중에서도 무동과 사미가 등장하여 펼치는 무동놀이는 단연 뛰어난 볼거리.

    “어른의 어깨 위에 아이들이 올라섰어요!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정말 대단해요.”

    “저것을 동니라고 부른단다. 어른들이 원형 대열을 맞추어 달리고 있는데도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지? 하지만 동니는 시작일 뿐이야. 동니받기에 동거리까지 보면 아마 기절할 걸?” “동니받기? 동거리? 동니가 끝나기 전에 어서 알려주세요!”

    동니받기는 동니를 하고 있는 무동에게 사미를 더 안기게 하는 것, 던질사위는 동니를 하고 있는 사람이 무동을 머리 위로 올린 다음 다른 동니에게 무동을 던져주는 것.

    “세상에, 저게 정말 제 키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꼬마들이 펼치는 묘기가 맞나요?”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겠니. 판 위에 알록달록한 꽃이 핀 것 같지? 앞뒤곤두는 어른의 어깨 위에 어른 한 사람이 더 올라서고, 그 위에 다시 사미나 무동을 세우는 것을 말하고, 동거리는 이 3무동을 세운 상태에서 무동 두 명을 양 어깨 위에 하나씩 더 세우는 거야.”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평택 농악이지만, 기억에 가장 많이 남게 되는 것은 상모 끝자락에서 돌아가는 한지의 유려한 곡선. 어떤 모습인지 들어보자.

    “넘실넘실, 모자 끝에서 한지가 춤을 추는 것 같아요. 마치 하얀 학 한 마리가 우아하게 날아가는 것 같은 모양새인걸요?”

    “아주 좋은 표현이야. 상모돌리기를 주제로 글을 한 편 써 봐도 좋겠는 걸? 징소리와 북소리가 더해지니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기도 하구나.”

    화려함 속에 소박함이 공존하고 있는 평택 농악. 어느 농악에서나 그러하듯이, 관중들과 함께 어우러져 한 바탕 신명나게 노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납니다. 즐겁게 공연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 전통을 지키기 위하여 수 년 간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 또한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앞으로 수 십 년도, 그리고 수 백 년도 더 이런 아름다운 공연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평택 농악의 아름다움에 반하셨다면, 우리 전통 놀이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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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동시장에서 만나는 진짜배기 광주

    양동시장에서 만나는 진짜배기 광주

    지역광주광역시 서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양동시장에서 만나는 진짜배기 광주

    • 프롤로그
    • 1.Old & New
    • 2.이름마다 참 다양한 사연들
    • 3.요즘 장사? 좀 거시기하제!
    • 4.사동에서 양동으로 옮겨온 까닭
    • 5.우리의 슬픔을 아는 것은 우리뿐
    • 6.그때 그 시절을 아시나요?
    • 7.무지개마을에 걸린 미소
    • 8.광주 본연의 리얼리티
    • 에필로그

    양동시장에서 만나는 진짜배기 광주

    - 광주광역시 서구 -

    ‘거시기, 머시기’는 이도 저도 아닌 흑백의 경계를 넘어선 애매하고 이상한 전라도 말입니다. 대체 그 속뜻은 뭘까요? ‘거시기’는 이미 알고 있지만 설명할 수 없을 때 그 답답함을 나타내는 주어로, ‘머시기’는 언어로는 줄긋기 어려운 삶의 의미를 행위의 술어로 대략 쓰입니다. 아슬아슬하게 곡예 넘듯 줄타기하는 이 두 단어를 가지고 서로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위로해온 시장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광주인의 인생고락도 들여다볼 수 있을까요? <트래블아이>의 오늘 미션은 바로 ‘양동시장에서 광주인의 진짜 삶을 들여다보라!’입니다.

    광주역에서 양동시장으로 이동한다. 5·18 민주화운동 때 시민군에 식량을 제공했던 이 시장은 전남 최대의 상설시장으로 변모를 거듭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양동시장이 그간 여러 차례 보수와 신축을 통해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정리됐구나. 시내 번화가의 모던한 느낌 역시 시간의 변화에 따른 풍경이겠지?”

    “예전에 처음 광주에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바로 이곳 양동시장이었는데, 왠지 이곳 시장에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100여 년 전까지도 이 자리는 그저 갈대밭이었으나 일제 때 큰 장이 서기 시작했다. 그때 축구장, 씨름판도 있었다. 당시 이 장터를 명명했던 이름도 참 다양했다는데?

    “‘샘몰’, ‘천정’, ‘동명’ 등등 이 시장자리는 왜 그리 이름도 많았는지.” “그래도, 여러 직종에서 드센 사람들이 모이는 데라 그런가, 일제가 동명(洞名)이라고 이름짓자마자 그 잔영을 없애려고 양동(良洞)이라고 바로 바꿔 불렀다지?”

    “지역적 특성에 착안했다는데, ‘양동’은 무슨 뜻이지?”

    1910년 광주교 아래서 노천시장으로 출발한 양동시장. 농수산물, 공산품, 식품 등이 주로 팔리지만 이 시장에서 제일 인기 좋은 물건은 따로 있다는데?

    “신혼용 침대와 12자짜리 장롱을 합해 100만원? 어떻게 이렇게 싸진 거죠? 그런데 예전보다 활기는 좀 떨어지네요.”

    “아, 근처에 백화점 들어서면서부터 거리에 냉기가 팍팍 흐르제. 늦게까지 술 마시는 사람도 없고. 사람 없는 거 보면 모르겠소.”

    1932년 지금의 사동에 처음 장터가 생겨난 양동시장은 현재 호남 최대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그 변화의 과정 속에 품게 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국밥집’으로 알려진 하나분식이 이곳에 있다는 거 알고 있었니? 대선 5일전 시장을 방문했을 때 이곳의 국밥을 남김없이 비웠다해 유명해졌지.”

    “어디 그뿐일까. 여기가 대인시장과 함께 광주시민에게 주먹밥, 약품 등을 제공하며 지원도 많이 했지. 지금 이 시장자리가 쫓겨난 곳이라는데, 혹시 그 사연을 알고 있니?"

    양동시장 상인들은 1980년 5월에도 언제 계엄군에게 보복당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나눠준 주먹밥. '우리의 슬픔을 아는 것은 우리뿐'이라는 심정으로 주먹밥을 만든 것일까?

    “술에라도 취해 볼거나. 술집 색시 / 싸구려 분 냄새라도 맡아 볼거나 / 우리의 슬픔을 아는 것은 우리뿐….”

    “신경림의 ‘겨울밤’이구나. 광주가 무참히 살육 당했지만 끝내 다시 살아난 까닭은 정말 이 지고지순한 주먹밥 때문이었을까?”

    굽이쳐 흐르던 광주천을 직강화 하천으로 만들고 광주천 주변에 근대식 공장과 운동장이 만들어지던 새마을운동 시기, 이곳 광주사람들에게는 또 어떤 삶이 있었을까?

    “그땐 부모님들에게 고난의 시작이었지. 시장에서 메리야스나 플라스틱 용기 같은 것들을 사서 머리에 이고 마을을 돌며 외상을 주고 추수 뒤에 받는 방식으로 장사를 하셨으니까.”

    “맞아. ‘명색이 가장이라는 사람이 쯧쯧쯧~’ 하며 겨울에 동상 걸려 한 걸음 떼기도 어려운 몸을 이끌고 다니는 어머니를 보다 못한 집안 어른들이 아버지를 크게 꾸짖을 정도였으니.”

    양동시장 신용협동조합 옆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양동문화센터’가 있다. 이곳에는 자기 둥지를 떠나와 시장옥상에 새롭게 둥지를 튼 그들만의 공간이 있다는데?

    “말 안 통하는 짐승이야 삼시 세끼 밥만 챙겨줘도 되지만 이역만리까지 시집 왔응께 여그서라도 말 배워 편하게 살아야지라. 보믄 짠해 죽겄소.” “정말 애틋한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야. 가족은 서로에게 그런 존재기도 하네.”

    “무지개마을이 물건만 파는 가게인 줄 알았는데 공방도 마련되어 있구나. 작은 쉼터 같아.”

    전라도 사람을 닮아 때때로 드세고, 때때로 곰살맞으며, 때때로 서럽고, 때때로 흥에 넘치한 치는 양동시장, 이곳에서 광주만의 리얼리티를 발견할 수 있을까?

    “1980년대 군부독재가 레코드판마다 강제로 주입시킨 검열 받은 건전성 짙은 음악은 없지만 독립운동하다 포목장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의 이야기와 따뜻한 아무 의미 없는 국밥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가 한치의 꾸밈없이 좌판처럼 즐비해 있어.”

    “그래서 이 시장을 광주 본연의 리얼리티 전당이라고 하는 걸까?”

    이 별에 인류가 정착하고 산 이래로 양동시장처럼 독특한 공간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만들어져 사고 팔리는 물건과, 그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 그들이 모인 공간과 그들이 함께하는 시간, 사람이든 물건이든 저마다의 사연을 가득 품고 시장살이를 함께합니다. ‘머시기, 거시기’를 연발하며 웃음도 눈물도 끊이지 않던 세월만큼 강하게 서로를 품고 의지합니다. 전라도 사람을 닮아 때때로 드세고, 때때로 곰살 맞으며, 때때로 서럽고, 때때로 흥에 넘치는 양동시장에서 여러분은 광주의 어떤 삶을 만나고 돌아올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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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알이 맺힌 산수유열매

    알알이 맺힌 산수유열매

    지역경기도 이천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알알이 맺힌 산수유열매

    • 프롤로그
    • 1.시의 한 구절처럼
    • 2.마을은 온통 붉은 빛
    • 3.왜 시의 제목이 성탄제일까?
    • 4.백사 산수유나무의 유래
    • 5.산수유 열매의 효능?
    • 6.연인들을 위한 산책로
    • 7.잠시 머물다
    • 8.봄이 기대돼
    • 에필로그

    알알이 맺힌 산수유열매

    - 경기도 이천시 -

    봄이면 노란 꽃망울이 온 동네를 수놓는 산수유 꽃은 가을 문턱을 넘어서면 붉게 물든 열매가 알알이 맺힙니다. 이천 산수유마을도 붉게 물든 산수유를 보니 시인 김종길의 시 <성탄제>가 생각납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성탄제>에 등장하는 붉은 산수유 열매는 아버지의 사랑으로 표현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이천 산수유 마을에서 산수유를 닮은 붉은 사랑을 느끼고 돌아오라’입니다.

    시인 김종길의 시 한 구절을 떠올리며 도착한 이천 도립리 산수유마을. 한적하고 조용한 농가의 모습이 한 없이 정겹기만 한데.

    “아침부터 시 한 장 뽑아주더니 이천은 왜? 여기는 또 어디야?” “아까 뽑아 준 시는 읽어 봤지? 오늘은 이천 산수유마을을 둘러볼거야.”

    “산수유마을? 산수유마을을 둘러보려면 봄에 왔어야지!” “물론 봄을 알리는 산수유도 아름답지만 붉게 열매가 무르익을 때 찾는 것도 나쁘지 않아!”

    마을은 온통 산수유 열매로 붉은 빛이다. 쌀쌀한 늦가을의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산수유 열매로 훈훈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산수유나무가 정말 군락을 이뤘네. 이렇게 누가 심어놓은 걸까? 온 동네를 산수유나무가 빙 두르고 있는 것 같아.”

    “휑하게 아무것도 맺히지 않은 나무보다는 이렇게 붉은 산수유나무가 알알이 맺혀있어 더 따뜻한 것 같지 않아?”

    시의 제목이 왜 성탄제일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것은 산수유 열매의 붉은 빛 때문이 아닐까? 성탄절이 오면 온 거리가 붉은 빛으로 물드는 것처럼.

    “그런데 이 시 말이야. 제목이 왜 성탄제일까? 내가 시인이라면 산수유라고 지었을 텐데.”

    “시는 말이야 원래 그런 거야. 그렇게 너처럼 노골적이지가 않다고. 아마 산수유열매의 따뜻함 혹은 성탄절 전야의 분위기가 산수유열매를 닮아서가 아닐까? 매해마다 성탄절이면 거리들도 붉게 물들곤 하잖아.”

    전국 최고의 산수유 군락지인 이천의 백사 산수유나무의 유래는 <육괴정>이라는 정자와도 얽혀 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

    “아까 검색해보니까 백사 산수유나무에 유래가 있다던데?”

    “맞아, 조금 더 걸어가면 육괴정이라는 정자가 나오는데, 육괴정이라는 이름은 당대 선비 여섯 사람이 연못 주변에 각자 한 그루씩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는데서 유래가 되었다고 해. 이때부터 심기 시작한 산수유나무가 마을을 점차 감싸고 군락을 이룬 거지.”

    붉은 산수유 열매를 따오신 아버지의 사랑도 중요하겠지만 이렇게 산수유마을을 둘러보다보니 산수유 열매의 효능 또한 궁금하다.

    “그런데 보니까 산수유 열매를 먹기도 하던데. 산수유 열매의 효능은 뭐지?”

    “산수유는 콜레스테롤감소와 피부미용에 좋고 특히 신장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집중력을 향상시켜주고. 먹는 방법은 차로 끓여먹거나 술로 담가 먹기도 한다고 하는데?”

    산수유마을에는 연인들을 위한 산책로가 있다. 연인들을 위한 곳이라 하여 특별히 아기자기한 공간이 펼쳐진 곳은 아니지만 꽤 운치가 있고 조용하여 연인들이 선호하고 있다.

    “아, 여긴가 보다. 연인들을 위한 산책로!” “연인들을 위한 산책로? 그냥 일반 시골길 같은데?”

    “낭만도 없다. 물론 네가 생각하는 그런 길은 아닐 테지만 꽤 낭만적이고 운치 있다고. 산수유열매를 배경으로 하여 걷는 이들의 불타는 사랑, 어때?”

    산수유 마을을 둘러보다 보면 <도립서당>과 <육괴정>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산수유열매에서 잠시 눈길을 돌려 이곳에 머물러 본다.

    “너무 오래 걸었나? 조금 쉬고 싶은걸?” “그럼, 조금 더 가면 나오는 육괴정에서 좀 쉬다가자.”

    “어! 육괴정이라면 아까 산수유나무의 유래가 나왔던 곳 아니야?” “맞아, 그곳에서 남아있는 한 그루의 느티나무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붉은 산수유열매를 바라보니 문득 노랗게 핀 새봄이 기다려진다. 온 동네를 노랗게 물들일 봄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가을에도 이렇게 멋진데, 봄은 또 얼마나 예쁠까? 4월에 산수유 축제가 열리면 한 번 더 오자!”

    “좋아, 그땐 더 다양한 체험도 즐기고 더 많은 산수유 꽃을 보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봄의 전령사로 알려진 산수유 꽃은 군락을 이루며 온 동네를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그래서 매년 4월 초순이면 산수유꽃축제가 열리는데요. 이천 백사면은 수령이 100년이 넘는 산수유가 군락지를 형성하여 많은 이들에게 새봄을 선물합니다. 경기도 이천은 백사면뿐만 아니라 경사리, 도립리 등의 기슭 농가에서도 산수유를 만날 수 있는 산수유 산지인데요. 봄이면 봄의 아름다움으로, 가을이면 가을, 겨울이면 붉은 빛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이천의 산수유마을에서 붉은 사랑의 추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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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바이마을의 가을동화

    아바이마을의 가을동화

    지역강원도 속초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아바이마을의 가을동화

    • 프롤로그
    • 1.아바이? 청호동?
    • 2.가슴 아픈 이야기의 서막
    • 3.추억을 나르는 갯배
    • 4.이야기는 국경도 넘나든다
    • 5.아바이 순대 한 접시
    • 6.‘이제나 돌아갈까 저제나 돌아갈까’
    • 7.눈물이 마른자리에 피어나는 새살
    • 8.이야기의 끝
    • 에필로그

    아바이마을의 가을동화

    - 강원도 속초시 -

    멀리서부터 풍겨오는 속초의 바다냄새는 다른 곳보다 진합니다. 파도가 부서지며 만들어내는 바닷바람은 바다에서 세월을 보낸 어부들의 진한 세월의 냄새가 더해져서겠지요. 속초의 이곳저곳 소소하고 소담하게 피어나는 이야기들이 많지만 실향민들이 눈물 젖은 지난날을 뒤로하고 새롭게 자신들의 가을동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아바이마을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합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아바이마을에서 들려오는 가을동화의 뒷부분을 완성해보자!’

    아바이마을은 속초시 청호동의 다른 이름이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아바이마을로 알려져서 일까? 청호동이라는 동네 이름이 어쩐지 낯설다.

    “기사님, 아바이마을로 가주세요.”

    “오늘은 청호동 가는 사람들이 많네. 역시 청호동이 인기가 많구만. 원래 거기가 사람이 살지 않던 백사장이었는데 수복 이후 피난민들이 거주하면서 마을이 만들어 진거에요. 아바이마을 이라는 이름도 함경도 사투리를 따서 만들어진 것이고.”

    처음 이곳에 정착한 거주민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속 시원히 울지도 못했을 것이다.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라도 살아야겠기에 그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을 것이다.

    “아바이 마을이 실향민들의 거주지였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그저 드라마 촬영지로만 알고 있었는데. 괜스레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70년대 이전까지 이곳 사람들은 사람 허리 높이의 땅을 파고 창문과 출입구만 보이는 토굴 같은 집을 짓고 살았어. 해일에 밀려나가지 않기 위해서였지.”

    단돈 200원이면 드라마에서 준서와 은서가 가슴 아프게 스쳐지나가던 갯배를 탈 수 있다. 이곳에서 저마다 동화 한편씩 만들고 간다.

    “다 도착했네. 갯배는 꼭 타보고 가.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거기서 다들 드라마 한 편씩은 찍고 가더라고. 누가 알아? 거기서 비련의 여주인공이 신데렐라가 되어서 돌아올지."

    "아참, 갯배 타고선 움직일 때까지 가만히 있지 말고 쇠줄을 잡아 당겨 배도 직접 한번 끌고 가봐. 멀지 않으니까.”

    시골의 한 부둣가를 연상시키는 마을의 풍경에 조금은 낯선 언어가 들린다.

    가을동화를 타고 이곳을 찾았다고 하니 아바이마을이야 말로 한류동네로구나.

    “이야. 갯배를 타러 온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네. 확실히 한류열풍이 맞긴 맞나보다. 갯배를 직접 끌기도 하고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을 보니 아바이마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분명해.”

    이곳에서 아바이순대 한 접시 안 먹고 돌아가면 섭섭하다. 실향민들의 텅 빈 마음을 순대 속으로 꼭꼭 채워넣듯 통통한 순대 한 접시로 빈속과 허전한 마음을 달래본다.

    “여기 오징어순대는 서비스에요 서비스. 혼자 온 것 같아 먹어보라고. 통통하니 맛있다고. 돼지 대창 속에 선지, 찹쌀, 우거지, 숙주를 넣고 버무려 속을 채워 만든 거라 아주 통통하고 맛나지. 오징어순대는 말 그대로 오징어가 대창 역할을 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아바이순대, 아바이순대하던데 역시나 정말 맛있어요.”

    통일 하나만을 바라보고 애절한 삶을 악착같이 버텨온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을. 이곳에 왔다면 울부짖으며 버텨온 그들의 삶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본다.

    “전쟁은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 같다.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왜 고향땅에 돌아갈 수 없는지 왜 부모를 잃고 무너져야하는지 그들도 그들의 상황을 따져 물을 곳이 없었을 것이다."

    ‘내일이면 돌아가겠지. 모레면 돌아가겠지’하고 머문 것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상처가 아물고 나면 흉터나 남겠지만 새살이 돋는다. 흉터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세월에 묻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실향민들의 애환을 엿볼 차례다.

    “여기 팔작 기와로 만들어진 것이 평양집. 저기 초가지붕 보이지? 저것이 황해도 집이야."

    “그럼 저기 똬리집이라고 쓰여 있는 저 집은 무슨 집이에요?” “저게 바로 개성집이야. 집집마다 구조며 생활공간들이 다 다르게 만들어져 있으니 천천히 둘러봐.”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는 법.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가 나오기 전까지 이야기의 끝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향민들이 만들어 나가는 가을동화 그 이야기의 끝은?

    “어! 기사님. 또 이렇게 뵙네요.” “다 둘러보고 가는가? 다시 보니 반갑네. 많은 것들 담아갔으면 좋겠어. 좋은 추억으로 말이야.”

    “충분히 그럴 것 같아요. 그것도 아주 행복한 기억으로요.”

    누군가 청호동 마을에 가 본적이 있냐고 물으면 그 냄새를 맡은 적이 있다고 말할 것이고 작은 갯배를 타고 들어간 마을에서 따뜻한 아바이 순대를 먹고 왔다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누군가 아바이마을에 가 본적이 있냐고 물으면 슬픔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희미하게 번지는 웃음으로 퍼져 언제나 언제나 행복한 기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실향민들의 가을동화에서 이제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곳, 속초. 여러분들은 이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오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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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그러운 일탈, 블루로드

    싱그러운 일탈, 블루로드

    지역경상북도 영덕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싱그러운 일탈, 블루로드

    • 프롤로그
    • 1.코스마다 재미도 낭만도 제각각
    • 2.치유의 공간
    • 3.
    • 4.대게의 다리로 덮인 참포말등대
    • 5.야생화의 미소
    • 6.동해 트레일의 진수
    • 7.블루로드에서 만난 대게원조마을
    • 8.걱정은 내려놓고 자연과 함께 걷다
    • 에필로그

    싱그러운 일탈, 블루로드

    - 경상북도 영덕군 -

    맑고 푸른 바다(Beach),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들(Legend), 가보고 싶은 관광지(Utopia), 일상생활의 탈출구(Exit)… 각 단어의 앞 글자를 조합하면 ‘Blue’가 됩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경북 영덕에는 걷는 내내 푸른 동해가 함께하며 그 비경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는 동해 블루로드가 있습니다. 강구항을 출발해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이 해파랑길을 걸으면 그야말로 답답한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탈출도 가능할까요? 팍팍한 도시를 벗어나려는 자, 이곳에서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만끽하라! 이것이 바로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끝없는 해안선을 따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색적 트레킹코스 영덕 블루로드는 4개의 코스마다 다양한 볼거리와 특색 있는 풍경이 갖춰져 있다. 어떤 코스를 밟아볼까?

    “블루로드 백미 구간이라면 단연 여기 아닐까? 특히 코스가 끝나는 끝지점인 축산항 죽도산은 세종시와 같은 위도의 정동쪽에 위치한 데다 풍광도 가히 일품이라지?”

    “그렇다면 오색향연의 빛의 거리, 창포말등대, 야생화 군락지 등이 끝내준다는 해맞이공원부터 한번 도보여행을 시작해볼까?”

    해맞이공원은 치유의 공원으로도 알음알음 소문이 나있다. 이곳에 가면 정말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행복도 얻을 수 있게 될까?

    “좌우로 설치된 빛의 거리는 자연 속에서 천지 발광하는 LED 빛의 천국이로구나. 달빛, 조경 빛, 루미나리에 등 공원이 발광하는 무대가 이토록 화려할 줄 누가 알았겠어!”

    “집채마한 이 시비는 눈을 뗄 수 없게 하는구나. 주인은 누구일까? 여기 기록을 보니 이것이 변반산 봉수대까지 조성되어 있다는데, 이곳이야말로 답사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음이야.

    해맞이공원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작은 어촌마을인 창포리 물양장으로 향한다. 이곳 창포리에선 반가이 오신 손님들을 그냥 보내는 법이 없다는데?

    “잠깐, 이곳은 지금 축제가 열리고 있나? 꽤 시끌벅적한 걸?” “어쿠스틱 밴드가 두드리는 맑은 젬베소리와 귀에 익은 기타공연에 모두가 박수갈채를 보내며 즐기고 있어.”

    “영덕 칠보주와 대게를 맛볼 절호의 찬스야! 이 도보여행에 지친 몸도 잠시 쉬게 해주자.”

    대게발이 등대를 감싸고 있는 창포말등대부터 ‘푸른대게의 길’이 시작된다. 등대 안쪽 나선형계단을 올라 등대의 중간쯤 올랐다면 해안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난간을 잘 부여잡으라고!” “걱정 마! 바다를 시원스레 볼 수 있는 이 전망대가 나는 참 마음에 들어!”

    “사방에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하얀 포말로 덧칠해 놓은 해안선, 창공을 나는 갈매기와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코가 뻥 뚫리고 숨통이 제대로 트이는 기분이야!”

    등대를 빠져 나와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운이 좋을 땐 거친 바닷바람과 싸워 이긴 야생화의 미소를 보게 된다는데?

    “수선화를 시작으로 패랭이꽃, 해국, 벌개미취 등 야생화 15종, 30만 본의 꽃이 가을까지 피고 진다는데, 이제 철이 지났나 봐. 야생화가 그리 많지가 않으니 뭔가 아쉬운데?”

    “뭐 어때! 하늘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조각품을 감상해도 좋고, 시를 음미하며 눈을 지그시 감아도 좋다고. 스피커에 귀에 익은 클래식음악이 흘러나와 흥을 돋우잖니.”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해맞이공원에서 석리어촌마을을 거쳐 축산항까지 해안길만 걸어도 동해트레일의 진수를 맛보기에 충분하다는데, 그 이유는 뭘까?

    “여기가 원래 해안 간첩을 막기 위한 군 초소길이었다지?” “맞아. 하지만 철조망을 걷어내면서 이제는 관광객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었어. 옥빛 바다와 하얀 포말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은 생태탐방로가 또 있을까?”

    “오랜 세월동안 사람의 손때가 덜 탔기에 길에서 사색과 명상을 즐기며 걷기에 그만이야.”

    기암절벽 아래 작은 해변을 지나면 죽도산과 마주하게 된다. 이 산길을 돌아 나오면 바다와 함께 내려다보이는 축산항. 이곳에서 우리를 반기는 것, 과연 뭘까?

    “영덕 사투리로 ‘미주구리’라고 불리는 이놈, 참 싱싱하다! 횟감 한 마리 떠 달라고 하자!” “대게활어타운 가서 시원한 물회로 먹는 건 어때?”

    “아~ 그것도 좋지! 매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려 술안주로 곁들이면, 캬~! 뼈째 입에 넣고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이어서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준다지?”

    기암괴석의 바윗길, 해송아래 흙길, 파도가 넘실대는 백사장길, 포근한 어촌마을길까지 흥미진진한 코스가 이어져 걷는 내내 함박웃음이 가시지 않을 것 같다. 계속 가볼까?

    “깎아지른 절벽에 만들어진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전망대와 파도처럼 넘실대는 다리까지. 이 모든 걸 동해바다를 끼고 걸으며 만나볼 수 있다니.”

    “해파랑길에 놓인 보석 같은 풍경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데 어떻게 멈추겠어! 파란 바다와 초록의 소나무 세상에 뿌려놓은 듯한 이 블루로드, 스트레스가 전부 날아가는 것 같아!”

    길은 사람들이 걸어온 발자취입니다. 그 길과 길이 쌓여 역사가 됩니다. 경북 영덕의 블루로드 위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있고 추억이 깃들어 있어 더욱 좋습니다. 영덕 블루로드, 그 이름처럼 걷는 내내 푸른 동해가 함께합니다. 청정바다를 끼고 만들어진 블루로드를 걸으며 삶을 사색하고, 기분 좋은 바닷바람을 맞는 그 자체로 지친 몸과 마음의 치료제가 됩니다. 아름다운 길을 찾아 행복한 여행을 찾고 있다면, 푸른 바다를 보며 걷는 영덕의 블루로드 도보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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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이 정지된 철길 풍경

    시간이 정지된 철길 풍경

    지역서울특별시 구로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시간이 정지된 철길 풍경

    • 프롤로그
    • 1.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동네
    • 2.옛날과 현재가 공존하는 철길
    • 3.멈춘 듯 흐르는 시간
    • 4.철도 옆 비밀의 화원
    • 5.자연이 주는 치유의 공간
    • 6.우리말과 꽃의 화음
    • 7.자연에서 우리가 얻은 것
    • 8.그윽한 철길의 멋
    • 에필로그

    시간이 정지된 철길 풍경

    - 서울특별시 구로구 -

    침목 사이에 깔린 자갈의 좁은 틈으로 잡초가 듬성듬성 자라 있습니다. 선로 너머에는 애기똥풀과 이름 모를 들꽃들이 심심찮게 몸을 흔듭니다. 기찻길은 놓여 있으나 열차는 거의 오가지 않는 이곳은 오류동의 항동철길. 부천 옥길동을 연결하는 이 선로는 군산 경암동 철길처럼 운동을 하거나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뿐입니다. 명소라기에는 아직 어색하지만 물어물어 찾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기차가 떠난 자리에 뭔가 남겨지기라도 한 걸까요? <트래블아이>의 오늘 미션은 ‘항동철길의 은밀한 아름다움을 찾아라!’ 입니다.

    영화 실미도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과거 공군정보부대 자리를 지나면 오류동역이다. 이 일대는 서울에 속해 있지만 지역 특성상 조용한 시골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어, 여기도 서울인가?” “여기가 수궁동, 항동 같이 발전이 꽤 더딘 편이야.”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시골풍경이어서 그런지 특별한 명소로 보이지는 않는데?” “그래도 이 철길은 계절마다 물어물어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들꽃 흐드러진 철길을 따라 걷는 한 노인의 뒷모습이 애잔하다.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는 옛날과 현재가 공존하는 항동 철길을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방치된 듯한 녹슨 철 구조물로 만든 담벼락과 여유롭게 철길을 걷는 사람들, 항동 철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정취 아닐까?”

    “맞아. 하지만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언젠가는 이 철길도 없어질 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아려와.”

    지하철 오류동역에서 갈라진 항동 철길은 과거에는 화물차가 수시로 다녔다. 지금도 운송로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이 철길이 동부제강입구 교차로를 지나가고 있구나.” “원래 항동철길 이름은 오류동선이었지?”

    “맞아. 1950년대 생산원료를 운반했다는데, 이제 더 다니는 열차는 없겠구나.” “봐! 차단기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아직 이 선로 위로 기차가 다니고 있나봐.”

    개구쟁이들이 이따금 뛰어노는 놀이터 같은 교차로를 지나 아파트가 끝나는 곳까지 이어지는 철도는 낮은 언덕을 만난다. 이곳에 숨겨진 비밀의 화원이 있다는데.

    “항동철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점이 바로 여기야.” “이 나무에 둘러싸인 단선 선로에 뭐가 있다는 거야?”

    “저기 푸른수목원 보이니? 이 일대가 원래 전부 논, 밭 경작지였다지.” “궁금해서 못 참겠다. 빨리 가보자.”

    푸른수목원에 들어서면 잔디광장 ‘푸른뜨락’과 그 뒤로 너른 항동저수지가 반긴다. 항동 저수지까지 2㎞ 구간을 천천히 걸어보자.

    “여기 수목원을 거닐다 보니 특이한 이름의 정원이 나와!”

    “어, 정말. 각종 허브식물이 가득한 ‘내음두루’, 돌을 중심으로 식물이 자라는 ‘돌티나라’, 무궁화가 한 아름 있는 ‘겨레울’, 사계절 푸른 나무가 심어진 ‘늘푸른누리’까지 정말 다양한 테마를 가진 정원이야. 몇 가지나 되는 걸까?”

    테마 하나하나마다 독특한 이름의 정원들은 모두 외국어를 탈피한 순수 한국어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이 이름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데?

    “향기원이나 암석원, 무궁화원, 침엽수원 등 간단하게 이름을 붙였으면 더 알기 쉬었을 텐데. 내음두루나 돌티나라 같이 써붙여 놓으니 도통 감을 잡기가 어려워. 설명문구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정원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연상되는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보다 쉬울 거야.”

    정원의 이름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바로 정원 가득 피어 있는 꽃송이들. 잠시 멈춰 서서 그 향기를 맡아보면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진다는데?

    “이렇게 활짝 핀 꽃을 본 지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화분에서 얌전히 자라는 꽃이나, 길거리 화단에 있는 꽃들은 아무래도 생생한 아름다움이 없단 말이지. 이 선명한 빛깔을 좀 봐!”

    “맞아.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

    수목원을 빠져나와 그냥 지나치기 못내 아쉬워 다시 철길로 들어선다. 작은 동산 사이를 가르는 구간에서 운이 좋다면 항동기찻길의 진짜 백미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가 기차를 타고 지날 때 빈번하게 등장하는 시골의 숲이로구나! 판자촌을 가로지르는 군산 경암동이나 상가 앞을 오가는 목포의 삼학로 못지않은 항동기찻길만의 매혹이지.”

    “웃자란 나무들 아래 길을 따라 길게 뻗은 철도의 위용을 봐. 좌우로 허리 높이의 낮은 옹벽을 쌓았어. 그마저도 시간을 쌓아놓은 듯해.”

    과거에는 화물열차가 수시로 다녔으나 지금은 군용 철길로 가끔 군용 화물열차만 지나다니는 4.5㎞의 항동철길은 주변 빌라들과 다소 언밸런스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라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이 바로 이 철길입니다. 이곳 철길 그 끝자락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바쁜 일상의 모음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철길 위에 서면 복잡한 시간들은 이내 멈춥니다.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마음의 여유를 예스런 항동철길 위에서 찾아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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