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풍경이 현실로

박경리의 ‘토지’는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일대를 주 무대로 삼는 대하소설이다. 극 중 영남의 대지주로 나오는 최참판댁도 섬진강이 감싸고도는 평사리에 자리 잡고 있다. 소설이 쓰이기 이전부터 최참판댁이 거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참판댁이 지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인 2001년의 일로, 소설 속 공간을 재현해 만들어졌다. 맨 먼저 최참판댁 본 건물과 함께 주변 인물들의 생활공간으로 한옥 14동이 구현됐다. 서희의 조모인 윤 씨 부인이 생활하던 안채, 서희가 지내던 별당채, 치수가 지내던 사랑채 등이다. 이후 평사리문학관, 농촌문화예술체험관, 전통문화전시체험관, 읍내장터 등이 차례로 조성되었다. 그런가 하면, 이곳은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토지’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토지 세트장까지 조성되면서 하동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소박한 풍경이 아름다운 곳

최참판댁이 자리 잡고 있는 평사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의 형태를 띠고 있다. 지리산 능선의 완만한 기슭에 자리한 마을은 너른 평야와 섬진강의 물줄기를 그림처럼 안고 있다. 실제로 소설 속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다. 최참판댁은 비록 후에 관광자원으로 꾸며진 공간이기는 하지만, 우리 전통 가옥 양식을 따르고 있어 자연과 퍽 잘 어울린다. 이처럼 잘 가꾸어진 덕에, 실제로 소설 ‘토지’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많이 찾아 온다. 최참판댁과 평사리의 편안한 풍경은 언제 보아도 좋지만, 소설을 읽은 이들이라면 더욱 깊은 감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나눴던 대화, 그들이 오고 갔을 거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은 배가 된다.

 

제2의 토지를 기대하며, 토지문학제

최참판댁 일원에서는 매년 10월 즈음 토지문학제가 개최되고 있다. 소설 토지와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신진 문인을 배출하기 위해 시작됐다. 2001년부터 시작된 이 문학제는 소설 속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최참판댁과 드라마 ‘토지’의 오픈세트장, 평사리문학관 등과 함께 하동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전국에서도 명망 높은 문학제로 매해 그 위상을 더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신진과 작품을 많이 배출하여 한국 문학사에 있어서도 커다란 업적을 도모하고 있다. 매년 토지문학제에서는 토지백일장과 문인의 밤, 판소리공연과 토지길걷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