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이 둑과 댐으로 막히지 않았을 때는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회유성 어종을 별미로 즐기는 곳이 많았다. 매화향을 몰고 올라온다는 섬진강의 황어, 노오란 피부톤이 혹여나 독을 품고 있을까 두려운 임진강 황복, 수박향이 일품이라는 은어, 가을이면 살이 실한 채로 돌아오던 참게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양산에서도 빠지지 않는 별미가 있었으니 바로 웅어다. 갈대 속에서 잘 자라 위어, 칼처럼 생겼다고 해서 도어라고도 불리던 것이 어느새 웅어로 이름이 정착되었다. 백제 의자왕이 보양식으로 먹었고 조선 후기에는 대궐 안 식사 공급을 책임지던 사옹원에서 따로 위어소를 차려 웅어를 진상하기도 했다니, 실로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별미다.
 
양산에서 웅어회가 별미로 정착된 것은 순전히 낙동강의 덕이라 볼 수 있을 법하다. 낙동강 하굿둑이 생기기 전에는 여름 더위가 본격적으로 찾아오기 전에 웅어회를 먹는 것이 물금지역의 풍습이었다고. 지금이야 하굿둑으로 인해 낙동강에서 웅어 찾기는 모래 속 바늘 찾기만큼 힘들어졌지만, 알을 낳기 직전 부들부들하고 구수한 맛이 나던 웅어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물금 주변의 생선전문점에서 웅어회를 찾는다. 지금은 부산, 목포, 군산 즈음에서 잡히는 웅어를 가져다 만든다고. '가을 전어 봄 웅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별미지만 그물에 걸리면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에 옛날에는 산지가 아니면 먹기 힘들었던 음식이기도 하다. 여름이 오기 전에는 뼈째로 송송 썰어 초장과 야채랑 한데 먹는 웅어회를 즐기고 살이 빠지며 뼈가 억세지는 여름이 오면 말려서 구워 먹는다니, 보리 익는 시기에 웅어가 제맛이라는 것도 여기서 기인했으리라.
 
이와 함께 발달한 음식이 민물매운탕이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민물고기들은 맑은 탕을 끓이는 일이 드물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민물고기가 가진 특유의 흙내가 맑은 탕에는 적합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민물고기 요리를 하는 곳들은 대부분 매운탕을 주종으로 삼는 곳들이 많다. 양산도 예외는 아니다. 양산에서 민물고기 매운탕은 지역대표 향토 음식으로 선정되었으며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된 10곳 중 8곳이 민물매운탕을 파는 곳이라고 하니,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에서 향토 음식이 발달한다는 것이 사뭇 실감이 난다. 

 

유명 사찰이 있는 곳이라면 산채요리를 찾아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절이 공기 좋고 물 맑은 산에 자리해 있는 데다, 육식을 하지 않던 스님들의 식생활이 산채를 한층 다양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절 주변에 산채비빔밥 전문점이 많은 것도 이런 영향을 받았다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약선요리다. 약선 요리는 '식재료에 있는 각종 독성을 빼고, 사람마다 다른 체질을 고려해 저마다 약이 되게 하는 음식' 정도로 말할 수 있다. 또는 ‘각종 한방약의 재료로 쓰이는 것들을 요리에 사용하여 만든 건강식’이란 의미로 사람의 몸을 튼튼하게 해주고 병의 치료를 도와준다는 요리라고 할 수 있다.
 
89개 암자로 유명한 천성산 주변에도 약선음식을 다루는 가게들이 간간이 보인다. 이들의 특징은 산채요리를 겸하거나 사찰음식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사실 산채요리와 약선요리, 사찰음식은 서로 조금씩 다르면서도 매우 가까운 관계다. 산채를 이용한 음식 중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얼마든지 사찰음식으로 응용할 수 있는 것이 그렇다. 더욱이 약선요리도 지나치게 간이 세거나 기름이 많은 음식은 지양하고 담백하게 조리하는 경우가 많으니 사찰음식과도 궤를 같이한다. 다만 약선요리 경우에는 자신의 체질에 잘 맞는지 판단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가격대가 상당히 높아 부담은 되지만 한번 먹으면 몸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쉽게 해보지 못할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