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당신께

잘 지내고 있나요? 당신이 사랑하던 순돌이는 지금도 잘 지내고 있겠죠. 그곳이 어디일지라도 말이에요. 진도에 오게 되었으니 진도의 명물인 진돗개를 보고 가지 않을 수가 없어서 진돗개를 찾아보았답니다. 진돗개를 마주치게 되니 어찌나 순돌이와 당신 생각이 나던지요. 그거 아시나요? 전 가끔 당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순돌이를 질투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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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은 강아지들도 곧 늠름한 모습으로 자라나겠지요?

아무튼, 이렇게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금은 그 마음이 이해도 가네요. 오늘 찾은 곳은 진도랍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진돗개 훈련장이라 해야겠군요. 우선 가볍게 진돗개에 대해서 설명해 볼까 합니다.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 용맹성, 대담성, 결벽성, 수렵본능, 경계성, 비유혹성 등 정말 뛰어난 품성을 지니고 있답니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덕분에 진돗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견이자 세계적인 명견으로 유명해졌답니다. 이런 말 하면 억지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저도 진돗개의 뛰어난 품성과 비슷한 점이 많답니다. 이렇게 말했는데 억지 부리지 말라고 하시진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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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용맹스럽다는 녀석들도 주인 앞에서는 어리광 넘치는 표정이더군요.

우선 주인에 대한 충성심을 들 수가 있겠네요. 진돗개는 한번 주인이면 평생주인으로 섬기며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진돗개는 성년일 때 기르면 새 주인과 친숙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매우 어렵다고 하네요. 그래서 진돗개는 어려서부터 정 들여 길러야 한다죠. 저도 비슷하죠. 한번 내 사람이라 생각하면 절 때 배신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내 사람이라 생각한답니다. 다음으로는 용맹성을 들 수 있습니다. 진돗개는 그렇게 큰 체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용기와 기백이 넘쳐 굽힐 줄 모르는 용맹성과 대담성을 갖추고 있지요. 저도 그렇지요. 보기엔 작아 보여도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자신감과 용기가 넘친답니다. 혹시 고개를 갸우뚱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모습은 열정적으로 일 할 때나 당신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더욱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을 거라고 조심스레 외쳐봅니다.

깨끗함을 좋아하는 결벽성도 비슷하답니다. 진돗개는 별도의 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불결한 곳을 찾아서 대소변을 가리고 자신의 몸을 항상 깔끔하게 하려는 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상시 저를 보셔서 잘 아시겠지만, 저 역시 항상 깔끔한 모습을 추구한답니다. 밖에선 깔끔해도 집에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 전 집에서도 깔끔하니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아마 우리가 결혼하게 된다면 청소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귀가본능을 들 수 있겠네요. 진돗개는 아무리 먼 곳에 두어도 영리하게 집을 찾아온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실제 이야기는 워낙에도 유명해서 당신도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아무리 술에 취해도 집에는 꼬박꼬박 잘 찾아가는 걸 보면 귀가본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네요. ······. 죄송합니다. 마지막엔 그저 당신이 한 번 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장난을 좀 쳐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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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를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언젠가 꼭 다시 와 보고 싶었던 곳들입니다.

진돗개 훈련장에 찾아가면 귀여운 진돗개의 귀여운 모습과 신기한 묘기를 감상할 수 있답니다. 공연장을 앞에 두고 좌석에 앉아 있으니 조련사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하네요. 사실 전 이때부터 웃음이 터졌답니다. 오토바이에 조용히 앉아 등장하는 진돗개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요. 조련사의 소개로 알게 되었지만, 녀석의 이름은 ‘강토’라고 하네요. 녀석은 반원형의 구름다리 위로 올라가 현수막을 펼쳤는데 현수막에는 ‘진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어요. 이때도 저는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죠. 느닷없이 애국가가 들려오자 강토는 계양기로 달려가 태극기를 계양하지 않겠어요? 요 영리한 녀석 같으니라고.

강토는 좁아 보이는 링을 점프해서 통과하고 높아 보이는 울타리도 훌쩍 뛰어넘는 등 다양한 묘기를 보여주었답니다. 녀석은 사람들의 사랑과 박수갈채를 독차지할 정도로 멋진 묘기를 선보였어요. 강토도 자기가 잘난 걸 아는지 미소를 지어 보이네요. 강토의 묘기가 끝나고 저는 이곳을 둘러보며 다른 진돗개도 만나 보았답니다.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졸고 있는 녀석도 있고 활기 넘치는 녀석도 있고 사람만큼이나 녀석들도 다양한 모습으로 여름을 나고 있더군요. 뭐랄까요. 어쩐지 당신이 왜 그렇게 순돌이를 사랑했는지 알 것도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오늘따라 유독 당신과 순돌이 생각이 나네요. 저 위에 떠 있는 달 위에 둘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그런 밤입니다.

 - 당신 따라 강아지를 사랑하게 된 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