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3대 시장 중 하나, 영천 5일장

영천은 옛날부터 대구에서 경주, 포항, 그리고 안동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동해안의 수산물과 내륙의 농산물 교류가 활발했던 곳이다. 조랑말을 타고 여행하던 옛날에는 대구, 경주, 포항, 의성 등의 중심인 영천이 꼭 하루 여정에 포함돼 있었다고 하는데, 특히 영천은 이른 아침에 출발해 어두워지면 도착하게 되는 곳이었다. 때문에 영천의 객주와 주막에는 항상 사람들이 몰려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주린 배를 채우며 각자 가지고 있는 수산물이나 곡물 등 농산품의 가격 정보도 교환하는 상인들의 모임 장소가 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상인들이 영천을 거쳐 가며 5일마다 큰 장까지 서게 됐는데, 이 때문에 자연스레 가마솥을 내걸고 사골을 푹 우려내 끓여내는 장터 국밥이 성행했다. 경상도 최대 규모인 ‘영천 우시장’이 지척에 있으니 영천의 장터 국밥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소머리곰탕이었다. 영천시장의 장날은 2일과 7일로 정해져 있는데 요즘은 꼭 장날이 아니더라도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고 인정이 넘치는 시장으로 입소문이 나 매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 먹고 가면 섭섭한 그 맛, 영천시장 소머리곰탕

영천시장의 곰탕골목은 언제나 가마솥에서 펄펄 끓는 국물의 열기로 가득하다. 구수한 곰국 냄새가 입맛을 자극하니, 영천시장을 찾았을 때 곰탕골목은 외면할 수 없는 곳이 된다. 뽀얀 국물에 소 볼살, 소양, 소 껍데기 등이 듬뿍 담겨 나오니 그 모양새만 보아도 절로 배가 불러오는 것만 같아진다. 커다란 가마솥에 이틀 동안 푹 고아낸 소머리곰탕은 빛깔에서부터 그 맛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맑고 담백하니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한 술 두 술 떠먹은 국물이 옴 몸을 후끈 데워준다. 

담백한 국물과 어우러진 쫄깃한 소고기 맛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국물이 넘쳐날 듯 듬뿍 채워진 내용물이 영천 소머리곰탕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잡뼈와 함께 천엽, 양, 혓바닥 등 잡고기들도 섞여 있어 곰탕 맛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남은 진한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 칼칼한 배추겉절이와 깍두기, 새우젓을 곁들여 먹으면 어느새 이마에 맺힌 구슬땀이 힘을 잃고 떨어지는 것을 알게 되곤 한다. 

소머리곰탕에 으레 곁들여지곤 하는 음식은 수육이다. 곰탕 그릇보다 배는 커다란 수육 그릇에서는 정겨운 시골인심이 느껴진다. 수육에 찍어 먹는 양념도 맛깔나다. 여기에 소주나 막걸리를 곁들이면 조랑말을 타고 여행하던 중 영천에서 잠시 쉬어갔던 옛사람들의 행복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