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에서 시작하는 경치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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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이 내리쬐는 날의 진남교반은 한층 푸르른 자태를 드러낸다.

신현리 진남교반은 날씨 좋은 날이면 주변의 경치를 즐기려고 나오는 사람을 심심지 않게 볼 수 있는 문경의 명승지다. 두 개의 물길이 합쳐져 그만큼 물이 많아지는 것도 눈이 즐겁지만, 구불구불한 물길 사이에 나 있는 다리들과 아찔하게만 보이는 절벽이 어우러지면 문경 8경중 으뜸으로 뽑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 진남교반 국도변에 있는 진남휴게소에서 고모산성과 토끼비리를 오를 수 있는 등산로를 찾을 수 있다. 휴게소 오른쪽, 문경 카트랜드를 지나 오른쪽으로 쭉 걸어가면 소박한 등산로가 나타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선택해 천천히 걷다 보면 별달리 오래 걷지 않고도 석현성 진남문에 당도한다. 남쪽방향에서 고모산성으로 올라오는 적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모산성의 익성이다.
 
이 길에서 결정을 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행선지의 선후 문제다. 이제까지 느긋하게 걸은 것처럼 고모산성 주변을 천천히 돌아봐도 좋고 한층 험해지는 길이지만 그만큼 스릴있는 토끼비리를 먼저 가도 좋을 것이다. 필자가 추천하는 것은 토끼비리를 먼저 가는 것. 토끼비리에서 하산하려면 진남문으로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 만큼 고모산성의 일정을 신축성 있게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토끼가 알려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험준한 고개다. 되도록 지치기 전에 이 곳을 짧게라도 둘러보는 것이 체력을 배분하는데도 유리할 수 있다. 

 

반들반들하고도 울퉁불퉁한 길, 토끼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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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르고 좁은 길을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삼태극이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하게 된다.

토끼비리. 토끼가 알려준 벼랑이라는 말이 사투리가 섞여 토끼비리라는 단어가 되었다. 태조 왕건이 남쪽으로 진군하다가 이 곳에 이르러 길이 없어졌는데 토끼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는 모습을 보고 길을 개척한 것이 토끼비리의 유래가 되었다. 이 유래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올라갈 정도였으니 그만큼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이었을 터. 그러나 임도를 정비하고 곳곳마다 나무데크길을 설치해 정비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좁고 험한 길을 보면 과연 이 곳이 문경새재를 넘을 때 꼭 지나쳐야 하는 길이었는지 사뭇 의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실제로 과거를 보러 올라가는 선비들의 경우, 이 좁은 길을 말을 타면서 지나쳤다니 놀랄 노릇이다. 개중에는 팔 한 아름이나 될까 싶은 너비의 길 옆에 미끄럽고 경사가 급한 내리막이 위치해 있을 때도 간간이 보여 사뭇 겁이 날 때도 있다. 그래도 바위를 파서 만든 천도를 보면 반지르르하게 윤이 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었을까 상상하게 된다. 더욱이 이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예상치 못한 경치는 길을 한층 즐겁게 만든다. 경강의 물줄기와 오정산의 산줄기가 태극 형상으로 어우러지는 것을 보게 될 때는 삼태극이라는 의미가 절로 와 닿는다. 

 

고모노구와 마고노구의 시합, 고모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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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옛날 천하장사가 세웠다던 산성은 다시금 복원의 손길을 거쳐 문경의 등산로로 새롭게 떠올랐다.

토끼비리의 유래를 후삼국 시기부터 잡는다고 하면 진남문 부근에서 지나쳤던 고모산성은 그보다 한참 전, 삼국시대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전해지는 말로야 천하장사라는 별명이 붙은 고모노구와 마고노구가 서로 산성을 쌓는 시합을 하다가 만든 것이 고모산성과 마고산성이라고. 마고산성은 거의 다 허물어져 봉명산 주변에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정도지만 고모산성은 새롭게 꾸며 그 옛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끔 꾸며놓았다.
 
진남문에서 고모산성 방향이 아니라 산 쪽으로 더 올라가면 꿀떡고개가 나온다. 토끼비리를 다 넘고 한숨 돌리던 사람들이 쉬어가던 주막촌, 앞으로 갈 여정에 큰 일이 없도록 빌던 성황당 사이 즈음이다. 토끼비리를 넘어왔으니 얼마나 숨이 꼴딱꼴딱 했을까. 그래서 쉬어가던 고개가 어느새 이 곳에서 꿀떡을 먹으면 급제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꿀떡고개가 되었다. 진남교반이 휘둘러싸고 있는 이 일대는 어디를 가든 이와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곳이 많다. 뚜벅뚜벅 걸어다니며 그 이야기 구슬들을 하나로 꿰어보는 것도 문경에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여행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