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움이 가득 담긴 곳, 마비정벽화마을
벽화마을은 작고 평범했던 마을 낮은 담장에 그림을 그려 관광명소로 개발시키는 것으로 우리나라에도 수십여 곳의 벽화마을이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긴 벽화마을 중에서도, 대구에는 어딘가 조금 특별한 벽화마을이 있다고 하는데? 담장이 그림이 되는 곳, 마비정 벽화마을로 떠나보자.
23개에 얽힌 추억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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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정벽화마을에 들어서면 지금껏 보아온 다른 벽화마을과는 어딘가 다른 것이 느껴진다. 마비정벽화마을은 대구 달성군에 위치하고 있으며 2012년에 벽화마을로 개발되어 대구 여행의 인기 코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벽화의 그림을 그린 화가는 놀랍게도 단 한 명, 마을 전체의 벽화가 통일성과 연관성을 갖게 하기 위해 한 명의 작가가 그림을 작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개월간 밤낮 없는 작업으로 완성한 벽화마을. 그래서인지 마비정벽화마을은 전체 분위기가 비슷하며 튀거나 이질감이 느껴지는 곳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예쁜 벽화마을이지만 실은 마비정(馬悲亭) 마을은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 옛날, 마고담이라는 사람이 말이 화살보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한다며 말을 죽였고, 후에 사람들이 이 말을 추모하기 위해 정자를 세운 것이 마비정이다. 23개의 벽화 그림 중 마비정의 전설과 관련된 이야기도 시와 함께 그려져 있다.
벽화는 총 23개의 스토리가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미리 계획해서 그린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담장의 상황에 맞게 작가가 순간적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그래서 생뚱맞게 등장하는 캐릭터나 그림이 없고 무조건 화사한 형형색색의 그림도 없다. 전체적인 그림 톤이 일정하며 농촌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그려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훈훈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마을이 그림이 되고, 그림이 마을이 되는 풍경
제일 먼저 마비정 문지기 벽화가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이어 쭉 길을 따라가면 담 넘어 뉘가 오시는지 까치발을 들고 살포시 내려다보는 오누이들의 모습이 정답게 다가온다. 여기서 누렁이와 지게 벽화로 가기 전에는 소원을 적으면 이뤄진다는 낙서판을 만날 수 있다. 마비정벽화마을의 공식적인 낙서판으로, 낙서하는 데 필요한 연필 등 필기구도 마련돼 있다. 소원을 적은 후 1~2년 후 찾아와 확인해보는 타임캡슐 역할로도 좋다. 이곳을 지나 발길이 닿는 '누렁이와 지게'는 외양간 누렁이와 옛 고향의 지게가 그려진 벽화가 있는 곳으로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꼽힌다. 그림 속 지게를 직접 착용해보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쭉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도토리 등 만찬에 정신없는 다람쥐와 사계절 내내 지지 않는 목련도 만날 수 있다. 새하얗게 또는 자색으로 활짝 피어 그 농염함을 한껏 발산하고 있는 봄의 목련을 사시사철 감상할 수 있다. 목련을 등지고 걸으면 보이는 동심의 벽에서는 기존 마비정 마을의 향토적인 벽화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심의 세계가 눈길을 끈다. 티 없이 깨끗한 순수미를 느낄 수 있다. 이 벽을 지나 연이어 나오는 여름 풍경, 가을과 겨울 풍경 등의 벽화에서는 70~80년대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먹음직스러운 참외와 수박, 물놀이, 연날리기 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고향의 추억에 심취했다가 다시 길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마비정 벽화마을의 명물 ‘움직이는 소’ 벽화가 보인다. 이 벽화에서는 그림 속 소를 보면서 오르락내리락 걸으면 마치 소가 따라오는 듯한 착시효과를 경험해볼 수 있다. 착한 사람만 따라온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온다.
직접 체험해보는 옛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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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정벽화마을이 인기 있는 또 다른 특별한 이유는 바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벽화마을들이 그림을 구경하며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마비정벽화마을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농촌체험프로그램이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체험프로그램은 전통의 맛이 살아있는 먹거리를 직접 만드는 ‘전통음식체험’, 비누나 솟대 혹은 제기와 같은 놀거리를 만들어보는 ‘만들기체험’, 민속놀이를 직접 해보는 ‘전통민속체험’,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을 어린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을 쌓게 해주는 ‘외가집 민박체험’이 있다. 이름도 정겨운 다양한 농촌체험프로그램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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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겨움이 그려진 곳, 마비정벽화마을. 이곳의 벽화들은 우리가 한 번쯤은 겪어본 고향 풍경이 담겨 있다. 또, 벽화의 내용이 담장과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도록 배치되어 조화로움이 느껴진다. 벽화마을로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경우도 많은데, 마비정벽화마을은 체험프로그램등과 같이 주민과 함께 만들어 나갔기 때문에 더욱 뜻깊은 것이 아닐까?
20여 편의 그림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이렇게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이 나는 마비정 벽화마을! 4계절 농촌 풍경은 물론 70~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벽화가 그리운 고향 생각을 더욱 아련하게 하네요.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11월 14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