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단장의 미아리고개’ 평화의 상징으로,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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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단장의 미아리고개’ 평화의 상징으로


1950년대 가요는 한국전쟁의 시대상이 노랫말에 그대로 투영된다. 1956년 발표된 이해연의 ‘단장의 미아리고개’ 역시 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여인의 절절한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단장의 미아리고개’에서 ‘단장’(斷腸)은 ‘장이 끊어지다’라는 뜻이다. 장이 끊어지는 듯한 처절한 고통을 맛봐야 했던 과거의 미아리고개는 눈물과 한의 상징이었다. 그랬던 이 고개는 정전협정 60주년을 기점으로 이제 ‘아픔’ 대신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연 많고 한 많은 고개, 미아리고개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인 묘지가 있었고 한국전쟁때는 인민군이 남한 반공인사를 끌고 가던 곳이다.

임의 마지막 모습을 애달프고 구성지게 노래하는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실존해 있는 미아리고개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애써 피 눈물을 닦아 내고, 애끊는 가슴을 움켜쥐고 일어서던’ 구구절절한 노랫말에서도 짐작하듯 이곳은 참 사연 많고 한 많은 고갯길이다. 

서울 북쪽의 유일한 외곽 도로였던 미아리 고개는 6·25전쟁 당시에도 서울에서 북한으로, 북에서 남으로 넘어가기 위해 통로로 삼아야 했다. 그렇게 인민군 탱크가 서울로 침투하던 루트로 이용됐던 치욕의 역사가 이곳에 있다. 인민군이 패퇴할 때(1950.9.28. 서울수복)도 이 고개를 넘어갔지만, 그냥 순순히 물러갔다면 ‘축복’의 상징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때 역시도 이 고개는 애통함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당시 퇴각하던 인민군은 남한 반공 인사 2만 500명을 처형하고 주요 인사들은 강제로 끌고서 이곳을 넘었다. 끌려가는 인사들이 가족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으며 생이별을 해야 했던 곳이 이 미아리고개였다. 

 

생이별의 기억 ‘단장의 미아리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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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고개의 유래 비석. 미아리고개에는 수많은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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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고개의 시비. 시비로 아픈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

“화약 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맬 때 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그들 사이에서 직접 그때의 처절한 아픔을 맛봤던 반야월의 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동시대 사람들과 현재 이산가족의 아픔까지 아우르며 지금도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픈 역사길, 치유와 평화의 상징으로

‘단장의 미아리 고개’라는 대중가요로 이 고개가 대중에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주민들에게 그것이 그리 유쾌하게 인식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슬픔과 한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서린 탓이다. 그러한 미아리 고개가 ‘평화’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났다. 치유와 평화를 주제로 한 해금 연주와 전쟁 희생자의 떠도는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넋풀이 공연 펼쳐진 미아리고개 구름다리 위에서 ‘정전 협정 60주년 기념 미아리 고개 추모·평화의 밤’(2013.7)이 열리던 날이었다. 성북구를 대표하는 ‘평화 60인’과 주민들의 종전과 평화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미아리고개가 품고 있는 비극적 스토리는 오히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주어진 우리의 과제임을 주민들은 되새겼으리라. 

 

넓은 언덕에 자리한 평화로운 마을 ‘미아’

한국 전쟁의 상흔뿐만 아니라, ‘미아리에서 자리 깐다.’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미아리 근처에는 수많은 점집과 철학관이 들어서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인 공동묘지가 무수히 조성되기도 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해서 미아리는 이별과 눈물, 통탄의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미아리(彌阿里)는 이러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지명 풀이를 하면 ‘넓은 언덕’이란 뜻인데, 고려 말기 이곳의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을 그려 ‘미아’로 명명됐다고 전해진다. 

‘정전 협정 60주년’ 이후 이제 비극과 평화가 공존하게 된 독특한 공간 미아리고개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기 위해 성북구의 과제도 하나 남아 있다. 성북구는 이 고개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중이다. 그러면서 그 빛나는 성과를 이곳 미아리고개 앞에 내놓을 날을 예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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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의 슬픔이 담긴 미아리고개. 미아리고개를 걸으며, 전쟁 희생자들을 위해 마음 속 깊이 묵념을 해보는건 어떨까요?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6년 05월 1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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