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발전의 역사와 함께한 하수도의 ‘깊은’ 역사

2017년 개관한 서울하수도과학관은 서울에 있는 네 곳의 물재생센터(하수종말처리장) 중 하나인 중랑물재생센터 인근에 있다. 이곳 과학관에서는 상설 전시로서 하수도의 역사와 현대 하수시설의 기술적 발달과정을 다루고 있다. 고대 로마와 중국, 그리고 한반도에서 도시가 성장하면서 등장했던 초보적인 하수관부터, 산업혁명 이후 생겨난 현대적인 하수도까지 하수시설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개항 이후 한국의 하수도 역사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자그마치 100년도 더 된 대한제국 시대에 이미 수도 서울에 근대적인 하수시설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서울시청 광장, 숭례문, 명동성당 일대에 벽돌로 쌓아 만들어진 이 하수시설은 쉽게 접근할 수 없지만, 개화기 서울을 대표하는 근대유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한국 하수시설의 과거와 현재까지 이어져 온 발전상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도시를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을 수많은 사람의 헌신을 느낄 수 있다.

 

전문가와 함께 ‘직접’ 확인하는 하수 처리 과정

서울하수도과학관의 특징은 하수처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과 호기심이 많은 아이를 위해 연령대별로 교육과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하수도에 대한 전시자료 제공에 그치지 않고 사전예약을 통해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동화낭송, 진로교육 등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 일반인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것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이 가능한 하수도과학관 전시해설 서비스이다.
 

전시해설에서는 물재생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관람객들과 동행하여 서울하수도과학관의 전시자료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혼자 둘러볼 때보다 전시자료의 이해가 훨씬 수월하다. 특히 전시해설 동선 중에는 실제로 운영 중인 중랑물재생센터를 방문해서 우리가 사용한 물이 어떻게 정화되는지 확인하는 견학체험도 포함되어 있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악취를 풍기는 초기 단계의 오·폐수가 여러 정화 절차를 거쳐 방류 직전에 이르러 깨끗해지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하수시설은 사람들에게 위생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번쯤 서울하수도과학관을 둘러보면서 이곳의 중요성과 함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존재들의 고마움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