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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천탑의 신비, 천불산 운주사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도무지 인간의 힘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공간들을 일컬어 그렇게들 부른다. '불가사의', '미스터리', '수수께끼'와 같은 수식어가 붙는 공간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런 공간은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좋아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공간은 어디일까. 사람마다, 또 보는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이곳'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모두들 반론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전남 화순에 자리 잡은 운주사 얘기다. 

                    
                

기기묘묘한 천불천탑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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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주사의 대웅전(좌)과 산신각(우) 전경.

화순군 도암면 천불산 기슭에 자리한 운주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의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다. 보통 유서 깊은 사찰들이 '천년고찰'로 알려진 데 반해, 운주사는 '천불천탑'으로 알려져 있다. 경내 곳곳에 기기묘묘한 석불과 석탑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운주사의 창건연대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때 법당과 석불, 석탑 등이 상당 부분 훼손되어 방치되었다가, 1918년 박윤동, 김여수 등에 의해 중건되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사찰이 번성했던 당시 운주사를 중심으로 천불산 산등성이에 천여 개의 석불과 석탑이 있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1940년경까지만 해도 석불 200여 좌와 석탑 30기 이상이 남아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석탑 12기와 석불 70기만이 남아 있다. 1980년 사찰 주변 전체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한편, 운주사라는 명칭은 물 같은 중생들이 모여 바다를 이루고, 세계라는 배가 그 바다 위에 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동국여지승람>에 보면 본래 운주사(雲住寺)라는 한자를 썼다가, 이후 운주사(澐舟寺), 다시 두 명칭이 섞인 운주사(澐舟寺)로 변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운주사의 신비함에 매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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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차하고 있는 2기의 7층 석탑(좌)과 광배를 갖춘 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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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조불감(좌)과 원형다층석탑(우).

운주사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석불과 석탑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운주사에 남아 있는 불상과 불탑은 예전 신라나 백제 때의 양식과 많이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정교하다기보다는 투박하고 어떤 것은 엉성하다. 운주사에 남아 있는 불상과 탑들이 불교미술의 미스터리라 불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완성도가 높다거나 정교하진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신비롭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넓은 길이 산책로처럼 펼쳐진다. 천불천탑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입구에서부터 길을 따라 불상들이 즐비하다. 사천왕문을 나서면 바로 우측에 자리 잡고 있는 석불군을 만날 수 있다. 정면에는 남다른 규모를 자랑하는 9층 석탑이, 9층 석탑의 뒤로는 7층 석탑 2기가 나란히 교차하며 서 있다. 탑 주위로는 또 다시 각양각색의 석불군이 펼쳐진다.

입구의 석탑 무리를 지나면 광배를 갖춘 불상과 석조불감이 기다리고 있다. 각각 유형문화재 제274호, 보물 제297호로 지정돼 있다. 석조불감은 팔작지붕 형태로 만들어진 돌집으로 안을 살펴보면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석조불감 뒤편으로는 독특한 형태의 석탑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보물 제298호로 지정된 원형다층석탑이다. 둥근 탑신석에 둥근 지붕돌을 갖춘 원형탑은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다. 현재 6층만 남아 있으나, 과거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형다층석탑의 백미는 기단갑석에 새겨진 연꽃문양이다. 이 탑은 연꽃문약 때문에 연화탑이라 불리기도 한다.
 

 

투박하지만 친근한 불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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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주사의 석불들은 정교하진 않지만 투박한 멋을 간직하고 있다.

경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불상들은 하나 같이 개성이 넘치는 모습이다. 전신상, 반신상, 좌상, 와상, 입상 등 무엇 하나 같은 모습을 한 불상이 없다. 불상 사이 사이로는 석탑들이 펼쳐진다. 사찰에서 전각보다 불상이나 탑이 먼저 들어오는 곳은 운주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들 불상과 불탑들은 보물, 지방문화재 등으로 지정돼 있다. 단청문양이 어여쁜 대웅전을 구경하고 나면, 조금 힘이 들더라도 운주사 뒤편의 산을 올라 보자. 천천히 걸어도 10분 정도면 닿는다. 이곳에 있는 불사바위에서는 운주사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서쪽 산등성이에는 와불과 칠성바위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산등성이 곳곳에 불상이 자리 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운주사의 와불은 국내에 있는 와불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그 모습 역시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형태다. 이 와불에는 옛날 운주사를 창건한 도선국사가 천불천탑을 세운 후 와불을 마지막으로 일으켜 세우려고 하였으나 새벽닭이 울어 누워있는 형태로 두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렇게 운주사 한 바퀴를 모두 돌고 나면, 운주사가 어째서 수수께끼의 사찰이라 불리는 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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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운주사의 불상과 불탑들. 그 기기묘묘한 자태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천불산 자락의 운주사를 방문해보세요!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2년 07월 2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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