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역호감도

그날의 승리를 기억하다, 황룡전적지

드넓은 논과 밭이 황금 물결을 일렁이는 전남 장성군은 그 옛날 가슴 아프고도 치열한 격전이 이곳에서 펼쳐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모습이다. 조용하고 풍요로운 모습을 간직한 이곳 장성 황룡면은 욕심 많은 관리의 수탈과 횡포에 고달픈 삶을 살던 농민들이 스스로 들고일어났던 동학농민운동의 많은 격전 중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던 곳이다. 대체 왜 이 아름다운 땅에서 서로가 서로를 향해 총과 창대를 겨눌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황룡전적지 기념탑 앞에 서서 손에 땀을 쥐게 했던 당시 전투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권력에 맞선 민초들의 목숨을 건 저항

동학 농민군과 경군의 격전이 벌어졌던 황룡전적지의 모습이 웅장하다.

장성의 황룡전적은 정부에서 파견된 경군에 대항하여 반봉건, 반외세의 정신으로 최초의 승리를 거둔 동학농민혁명의 최대격전지이다. 고창, 영광, 함평을 차례로 점령한 동학 농민군은 전라도의 중심인 전주까지 점령하기 위해 이학승을 선두로 경군과 일대 접전을 벌였다. 이 전투는 동학 농민군이 신식무기와 훈련을 받은 정부의 정예부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던 전투로 동학군에게는 사기를 불어넣고, 경군에게는 당혹감을 안겨주어 경군의 기세를 위축시킨 계기가 되었다.
 
반봉건, 반외세라는 한뜻으로 단단히 뭉쳐 목숨을 던져가며 전투에 임했다 하여도, 신식무기를 갖춘 경군을 상대로 어떻게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까? 비록 농민군에게는 빠르고 강한 신식무기는 없었지만, 닭이나 작은 가축을 키울 때 쓰이는 작은 닭장인 장태가 있었기 때문이다. 농민군은 이 장태를 응용하여 경군을 공포에 떨게 할 무기로 재탄생시켰는데 황룡전투에서 처음 등장하게 된 장태는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장태를 굴리며 몸을 숨겨 경군을 향해 공격할 수 있었다. 경군의 신식무기에 비해 소박해 보이는 장태는 농민군의 지혜와 함께 빛을 발하며 총보다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황룡전투에서의 승리는 동학군이 경군이 보유하던 양총 1백여 정 등 많은 신식무기를 빼앗아 곧바로 전주성을 점령할 수 있게 했으며, 몇 차례 공방전을 벌인 후 동학군의 요구를 수용했던 전주화약의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였다. 스스로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육박해오는 농민군의 돌격은 신식훈련을 받았다는 경군도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학의 승리와 아픈 역사를 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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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창모양의 동학 농민군 승전기념탑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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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상이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장성군 중심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황룡전적지는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허허벌판에 안타까이 쓰러져간 동학농민군의 피와 땀을 기리고 있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전투가 있었던 장소처럼 황룡전투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조형물 외에는 특별히 볼 수 있는 유적은 없지만, 자주화의 발자취로 평가되는 동학혁명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는 곳이다.
 
황룡전적지에는 동학혁명을 상징하는 높이 30m의 죽창 모양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기념탑 전면에는 양총이라는 신식무기로 무장한 경군들과 장태와 죽창으로 항거하는 동학 농민군들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어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을 생생히 떠올리게 한다. 기념탑 앞에는 총알을 막기 위해 대나무를 엮어 만든 장태를 굴리는 농민군의 조형물을 볼 수 있다. 한낱 닭장을 이용해서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을 막아내던 승리를 향한 간절한 농민군의 움직임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만 같다.
 
기념탑 뒤편에는 동학농민운동의 큰 사상을 이루고 있는 사대강령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첫째 사람이나 생물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 둘째 충과 효를 함께하여 세상을 건지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 셋째 왜와 서양 오랑캐를 물리쳐 우리 도를 밝힌다. 넷째 군대를 몰고 서울로 진격하여 권신과 귀족을 모두 없앤다.’ 라는 4가지의 강령은 경군의 빠르고 강대한 무기에 겁먹지 않고 용맹함이란 굳센 무기로 맞서 싸워 승리를 이룰 수 있게 한 중요한 정신적 바탕이라 할 수 있다. 기념탑 앞에 서서 사대강령을 맘속으로 되뇌어 보며 그들이 염원했던 순고한 이상을 헤아려보자.
 
동학 농민군 승전 기념탑을 지나 우측으로 들어가 보면 군대장 이학승 순의비가 세워져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수풀이 무성한 감나무밭 중앙에 위치해 있어 찾아가기 쉽지 않았던 이곳은 장성군의 문화재 살리기 일환의 사업으로 현재는 표지판과 함께 길이 조성되어 역사를 되돌아보기에 한결 수월해졌다. 동학농민운동을 승리의 여세로 몰아주었던 황룡전투를 이끈 이학승 장군은 황룡전적지에서 전사하였는데 후에 최익현에 의해 이곳에 순의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이곳 앞에 서서 당시 민중들의 분노를 짐작해보며 지난날의 아픔을 딛고 웅비하는 새 역사는 어떻게 쓰여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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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이곳에 잠들었던 동학 농민군, 황룡전적지를 찾아가 그들의 염원에 답해보아요.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7년 09월 12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