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의 역사와 문화가 이곳에

400여 년 전, 전죽과 동백숲이 무성했던 이곳은 그 생김새가 꼭 섬의 모습과 비슷하여 죽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곳은 1975년부터 공원 조성 작업이 시작되면서 봄철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는 도심 속 시민들의 건강 휴식처로 거듭났다. 순천시는 지역 전체가 정원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게 조성된 자연이 인상적이지만 순천의 공원으로는 죽도봉 공원이 유일하게 자리하고 있어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죽도봉 공원은 순천시의 역사적 사건을 되새겨볼 수 있는 문화재들이 많이 있어 걸음 닿는 곳마다 그에 담긴 옛이야기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과거 순천시의 인재 양성에 힘썼던 우석 김종익 선생의 동상과 일제강점기 때 징용당한 동포들을 귀환하는데 큰 공헌을 했던 강계중 선생의 동상은 조국을 사랑했던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이를 비롯해 고려 충렬왕 때 부사 최석의 청렴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팔마탑, 1948년 여순사건과 6.25 전쟁 등 국가에 충성을 바치다 돌아가신 이들을 기리는 현충탑 등이 있어 순천시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공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죽도봉 공원이 낭만적인 데이트 코스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공원에 마련되어 있는 ‘청춘 데크 길’ 때문일 것이다. 청춘 남녀뿐만 아니라 노인, 아이, 주부 모두에게 아름답고 편안한 길이 되어주는 이 둘레 길은 산죽과 동백이 수려하게 어우러져 전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숲길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길 양옆으로 오래된 동백나무가 우거져 동백꽃 터널 길목에 들어서면 판타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황홀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밤이면 청춘 데크 길을 따라 야간 조명이 켜지면서 공원의 정상을 향해 하얀 불빛이 구불구불 이어지니 이곳에서 풍기는 환상적인 분위기에 낭만은 더욱 깊어져 간다.   

 

강남정에 올라서면

죽도봉 공원의 매력은 밤이면 더욱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공원에 올라서 시원한 밤공기를 들이쉬며 반짝이는 불빛들을 보노라면 낮에 보았던 그 도시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새롭게 느껴진다. 이곳의 야경을 더욱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죽도봉 공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강남정에 올라서 보자. 공원의 정상에 위치해 있는 강남정은 총 3층으로 구성된 팔각정으로 1층은 야경을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고 2, 3층은 순천시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는 편하게 앉아서 야경을 볼 수 있도록 벤치도 여러 개 있으니 이곳에 앉아 야경을 바라보면 도심을 밝혀주는 불빛들이 당신의 마음도 환하게 밝혀줄 것이다.  
 

야경뿐만 아니라 강남정 주변에 마련되어 있는 흥미로운 조형물들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공원의 정상에 올라온 이들에게 즐거운 쉼터가 되어주는 두루미, 게, 망둥어 모양의 벤치, 망둥어 식수대 그리고 순천의 상징인 흑두루미 포토존은 귀여운 모습에 저절로 사진을 담게 된다. 또한 선인장 모양의 철망 모형물에는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들이 가득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랑하는 이와 함께 이곳을 찾는다면 자물쇠를 채우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해보는 것도 좋다.
 
다른 한편에는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 혹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면 1년 뒤에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우체통, 느린 우체통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년 뒤, 편지를 받을 누군가의 행복한 표정을 떠올리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고이 접어 편지에 담아보자. 오늘의 편지가 훗날 좋은 추억이 되어 그대들 곁으로 배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