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이주민의 시련을 담은 신화마을

국내 경제성장이 전국적으로 논의되던 1960년대. 이 시기 울산 곳곳에서도 재개발이 일어나 대단한 경제적 발전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모든 빛에는 그림자가 있기 마련, 경제적 발전이라는 결실 후 생각지도 못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본래 석유화학 공단을 일군 자리에 살던 주민들이 갈 곳을 잃은 것이다. 그들은 산동네의 낙후지역으로 집을 옮겨야 했고, 그곳은 신화마을의 시초인 공단 이주민촌이었다. 그제야 비로소 신화(新和)마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정착한 사람들끼리 새로이 화합하여 잘 살자.’라는 신화마을의 뜻에 따라, 주민들은 새로이 정착한 터전에서 서로의 쓰라린 아픔을 보듬어주며 마을을 이끈 것이다.
 
그래도 현재의 신화마을은 전과 다르게 많이 발전하였고 바뀌었다. 울산이 지향하는 창조적 문화도시 컨셉의 일환으로, 문화관광부의 2010년 마을미술프로젝트 아래 벽화마을 조성사업이 실행되었기 때문. 그리하여 본격적인 예술마을로 거듭난 신화마을은 전에 없던 방문객의 웃음소리로 활기가 생겼다. 이는 모두 마을재생을 위해 지역, 예술가, 그리고 400여 명 주민의 협업 덕이다. 만약 트래블피플이 아름다운 변화를 거듭한 신화마을을 누비게 된다면, 어느샌가 마을에 가득한 정과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붕 없는 미술관, 신화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수호하는 상징물로 세워진 대형조형물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예술작품이 사방에서 펼쳐진다. 벽과 골목마다 그려진 가지각색의 벽화와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하는데,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다른 벽화마을과의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바로, 곳곳에 그려져 있는 벽화들이 일반 봉사자나 아마추어에 의해 그려진 것이 아닌, 실력파 예술가와 시인, 기획자가 함께 벽화 조성에 힘썼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욱 개성 있고, 해학적 요소까지 가미된 그림들은 대화의 골목, 동화의 골목, 꿈꾸는 골목 등 총 14개 테마로 나눠진 길목에 그려져 있어서 테마별 관람의 재미가 있다. 
 

벽화만 봤다고 이 마을의 볼거리가 끝난 것은 아니다. 기존의 마을회관에서 마을미술관으로 변신한 곳에서 전시 감상의 기회도 있기 때문. 각 지역의 젊은 작가와 실험 미술을 중심으로 항시 기획전시를 열고 있으므로 벽화, 조형물과는 또 다른 예술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을미술관의 전시까지 다 구경했다면 지역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신화예술인촌’으로 떠나보자. 이곳은 ‘지붕 없는 미술관 전시회’라는 행사를 매년 이어오고 있는데, 마을 내 입주한 작가들을 위해 마련된 건물 2층의 작업실이 오픈 스튜디오가 되어 재미를 더한다. 또한, 1층에는 갤러리가 운영된다니 참고하자.
 
 

알고 보면 더 신나는 신화마을 탐방

2011년 개봉. 이문식, 박지빈 등이 출연한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를 아는가. 바로 영화 속 주인공이 나고 자란 배경이 이곳 신화마을이기 때문. 아기자기한 벽화 사이로 아이들이 뛰노는 장면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반면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와르 영화 <친구2>의 촬영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어린 시절 우정을 키우는 곳의 배경이었던 것. 위에서 말한 두 편의 영화 모두를 관람한 사람이라면 화면 속에서만 보던 내용을 실제로 보는 묘미가 남다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신화마을 방문 후 영화를 본다면 장면마다 ‘어? 여기 내가 갔던 골목인데.’ 하며 찾는 재미가 있을 테다.
 
참,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의 사람과 함께 방문했다면 마을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마을 내 신화예술인촌에는 미술해설사가 상주하기 때문에 5인 이상의 단체 방문객이 신청할 시 무료 해설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예술인과 시민, 마을 주민이 모여 아트상품을 제작 및 판매하는 마을기업도 있으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음에 쏙 드는 상품이 있다면 살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다만 주민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어르신이기 때문에 마을 탐방은 되도록 차분하고 조용하게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