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문에서 깨달음을 바라다

전라남도 무안군 삼향읍에 위치한 초의선사 유적지에는 초의선사의 생가가 복원되어 있으며, 추모비와 추모각, 다도관, 유물전시관 등도 함께 위치하고 있다. 초의선사 유적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깨달음을 바라는 마음’ 이라는 뜻을 지닌 대각문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 모습이 꽤나 웅장하다. 과거 초의선사가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정신과 사상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모습이다.
 
초의선사의 유적지는 전체적으로 화려함보다는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깨달음을 위해서 마음을 비워놓는 의미인 것인지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는 건물들, 나뭇가지에 빽빽이 자리한 나뭇잎이 없는 나무들, 그들 사이에서 오목조목 깔려있는 돌길을 걸어보면 복잡했던 생각들과 사소한 욕심거리를 내려놓고 다도의 본질에 한 발 다가가는 기분이다.
 
깨달음을 바라는 마음을 품고 대문을 들어서면 차밭을 가로질러 길게 뻗은 길과 초의선사와 깊은 교류를 했던 추사 김정희가 쓴 글이 새겨진 비석, 그리고 초의선사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비석에 새겨진 글은 초의선사가 추사에게 차를 보내자 추사가 답장으로 보낸 ‘명선’이라는 글이다. 초의선사는 추사의 글씨를 좋아했고 추사는 초의선사의 차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초의선사와 추사 간의 깊은 우정을 엿볼 수 있다.
 
초의선사의 사상이 묻어나는 길을 걷다보면 조선 차 역사박물관, 초의선원, 차 문화 체험관 초의선사 기념관 등 멋스러운 여러 건물들에 도착한다. 그곳에선 조선 차의 역사나 문화, 초의선사의 일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초의선사의 정신을 기리다

초의선사 유적지에 있는 건물들 뒤편엔 봉수대를 재현해 놓은 봉수산이 불쑥 솟아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초의선사의 탄생을 기념하는 초의선사 탄생문화제가 진행된다. 여러 지자체에서 개최되는 공연 중심의 축제들과 달리 초의선사 탄생문화제는 정적인 분위기와 여유로움을 선사해준다. 바쁜 생활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휴식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축제가 바로 초의선사 탄생문화제다.
 
이 행사에서는 옛 조상들의 복장을 입고 이뤄지는 초의선사 헌다의식부터 글짓기 및 사생대회, 초의순례길 사진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초의선사와 관련된 축제답게 다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은 당연지사. 기존에 차를 즐기던 사람이라면 더 정확하고 제대로 된 다도를, 차를 즐기지 않던 사람이라면 다도가 무엇인지, 차에 대한 새로운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초의선사 탄생문화제를 즐기다 보면 어느덧 초의선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것과 차향에 흠뻑 취해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듯 몸과 마음이 경건함과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나도 바쁜 일상 속에서 바쁘게 사는 것만 익숙해지지 말고, 그럴 때일수록 차 한 잔과 함께 급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길러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도 여유롭고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다도의 본질 중 하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