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산업시설의 면면을 볼 수 있는 곳

강원도 동해시에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상수시설을 만날 수 있다. 설치될 당시에는 동해 상수시설이었으나 지금은 가동하지 않아 붙은 이름, 동해 구(舊) 상수시설이다. 동해 구 상수시설은 일제강점기 후반인 1940년대에 동해시 부곡동 일원 약 16,000제곱미터의 부지에 설치되었다. 비교적 최근까지 동해시에 공급하는 물의 정수처리를 담당했기 때문에 대부분 시설의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동해 구 상수시설은 보존이 잘 된 정수시설이라 관광지가 된 것일까? 물론 그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당시의 기술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정수처리를 위한 기술은 물론, 정수처리장 건립 기술이나 정수장의 활용 등 근대 토목시설물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근대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이러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동해 구 상수시설은 2004년에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142호로 등록되었다. 동해가 가진 근대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관광지로 거듭난 것이다.
 

동해 구 상수시설은 7개의 과정을 거쳐서 정수를 진행했다. 우선 수돗물을 만들기 위해 물을 모아 두는 취수댐에서 물을 가져온다. 동해 구 상수시설의 취수댐은 부곡수원지로 동해 구 상수시설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취수댐에서 가져온 물은 착수정에 보관된 후 침전지에서 큰 불순물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여과지에서는 작은 불순물을 걸러내며, 염소투입실에서 마지막 살균 및 소독을 실시한다. 이렇게 정수된 물은 정수지와 배수지에 보관되다가 가정집이나 공장, 농장 등으로 보낸다. 지금 동해 구 상수시설에 방문하면 이러한 과정을 볼 수 없다. 사용하지 않는 상수시설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구 상수시설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용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동해 구 상수시설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문화재로 탈바꿈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수처리를 위한 시설로 운영될 때보다 가동을 멈춘 지금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동해 구 상수시설, 이 안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오래된 상수시설에서 만난 문화의 즐거움

가동이 멈춘 동해 구 상수시설은 다양한 문화사업을 진행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곳의 소유주인 동해시와 문화재청은 동해 구 상수시설을 활용하여 생생문화재 사업이라는 활동을 진행했다. 생생문화재 사업은 각 지역이 가진 문화재의 다양한 모습을 문화콘텐츠로 활용하여 지역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활동이다. 이는 2008년부터 문화재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이며 동해 구 상수시설은 2014년부터 진행했다. 첫해에는 ‘물, 동심의 나래를 펴다!’, 2015년에는 ‘물, 동심에 스며들다!’를 주제로 다채로운 체험행사를 펼쳤다. 2016년의 주제는 ‘물, 동심에 꽃 피우다!’다. 
 

동해 구 상수시설의 생생문화재 ‘물, 동심에 꽃 피우다’의 첫 번째 마당은 ‘수리왕 선발대회’다. 4월에 진행되는 수리왕 선발대회엔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어린 학생들까지 누구나 참가가 가능한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천연 재료를 이용한 간이 정수기 만들기나 가장 빨리 물을 마시는 사람에게 선물을 제공하는 흡수왕 선발대회 시즌2, 그리고 OX퀴즈의 예선과 버저 퀴즈의 결승전을 진행하는 정수박사 선발대회까지 진행된다.
 
생생문화재의 두 번째 마당은 ‘우리가 쏘아올린 꿈‘으로 가정의 달인 5월에 진행된다. 원래 이 행사는 지난해 진행했던 생생 블루오션 시즌2의 프로그램으로 시작되며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단독 행사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가 쏘아올린 꿈‘은 초등학생 30명이 참가가 가능하며 물로켓을 시원하게 날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행사는 자신들의 꿈을 편지로 써보는 나에게 쓰는 편지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되어 더욱 의미 있는 행사로 거듭났다.
 
이외에도 6월 18일부터 8월 2일까지 주말에 진행되는 생생문화재 세 번째 마당, ‘생생 블루오션 시즌3’는 물과 관련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물풍선 릴레이 달리기와 서바이벌 워터건, 워터건 페스티벌 등의 프로그램을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세 번째 마당이다. 8월에는 ‘깨끗해지는 시간’이라는 생생문화재 네 번째 마당이 펼쳐진다. 이 행사는 초등학생 40명이 참가할 수 있으며, 장애물 달리기 국가대표전과 내 꿈이 퐁퐁퐁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이렇게 동해 구 상수시설은 동해 정수처리시설로 작동할 때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활동이 진행된다. 과거의 동해 상수시설이 많은 용도로 사용되는 물을 공급했다면 현재의 동해 구 상수시설은 다양한 문화의 파도를 시민들에게 공급한다. 가동이 끝난 폐 건물로 남을 수도 있었던 동해 구 상수시설, 하지만 이곳은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한 단계 발전하여 시민들 곁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