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들

예부터 우리나라는 가정에서 직접 담그는 가양주(家釀酒)를 기본으로 약 1천여 가지에 달하는 전통주가 있었으며, 지역, 가문, 재료, 방법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맛과 이름도 달랐다고 한다. 이렇게 많던 전통주가 지금은 왜 이전에 비해 극히 적은 종류만 남았는지,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개관식에 맞추어 방문하여 술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보기로 했다.

완주군의 경각산과 구이저수지가 맞닿은 곳,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에 위치한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은 산수가 빼어난 주위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물방울처럼 퍼져나가는 술을 원형으로 형상화한 모습으로 조성되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달수 있는 것은 ‘제1종 전문박물관’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니, 이를 참고해 둔다면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을 둘러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반 박물관과는 달리 박물관 초입 왼편으로 자연과 벗 삼아 흥겨운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인 야외무대 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박물관 건물 앞 중앙에는 신라인들이 모여 함께 술을 마실 때 서로 마시는 방식을 정하는 약속과 벌칙을 적어서 즐겼다는 주령구 모형과 각종 술을 빚던 항아리들이 늘어서있다. 주령구는 사각 6면과 육각 8면 등 총 14면체 주사위로 각 면에 금성작무(禁聲作舞:노래없이 춤 추기), 중인타비(衆人打鼻:여러 사람 코 때리기), 농면공과 (弄面孔過:얼굴 간지러움을 태워도 참기) 등과 같은 재미있는 벌칙들이 적혀있다. 드넓은 잔디정원 곳곳에 옛 선인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는 유상곡수연, 수풀미로, 휴게시설 등이 자리해 있으며, 구이저수지 둘레길과 연결돼 있어 힐링 산책 코스로도 잘 어울린다.
 

2층으로 올라가는 양쪽 계단에 술 빚는 도구들을 전시해놔 벌써부터 어디선가 술 빚는 내음이 나는 듯하다. 기획 전시실이 있는 2층에 오르자마자 개관기념 특별전으로 '세계 지도자와 술'을 테마로 2016년 1월 31일까지 전시를 한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와 모에샹동, 허레이쇼 넬슨(Horatio Nelson)과 럼,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과 스카치위스키,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과 드라이 마티니, 리처드 닉슨(Richard Milhous Nixon)과 마오타이, 보리스 옐친(Boris Nikolayevich Yeltsin)과 보드카 등을 소개하고 세계 지도자들이 사랑한 술 이야기를 통하여 탁월한 리더십으로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책임졌던 지도자의 고뇌와 결단, 성공과 환희의 순간에는 늘 그들이 사랑했던 술이 함께 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상설 전시관은 수장형 유물전시관, 입체영상관, 술의 재료와 제조관, 대한민국 술의 역사와 문화관, 주점 재현관, 전통주 르네상스관, 세계의 술, 향음 문화체험관 등이 있다. 술의 재료와 제조관에선 좋은 술을 담기 위한 원료와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발효원리, 풍부한 맛과 향을 위한 밑술과 덧술, 부엌마당에서 탁주와 청주를 거르고 불땀을 조절해가며 술의 제조과정을 상세히 모형으로 만들어 놓아 술의 제조과정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이해를 돕는다. 이 과정을 통해 좋은 술이란 정갈한 물과 깨끗이 씻은 쌀, 발효를 위한 누룩을 사용하고 알맞은 온도와 그릇, 그리고 좋은 술을 빚기 위한 마음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한다. 
 

대한민국 술의 역사와 문화관은 술의 시원부터 일제강점기 우리 전통주 말살까지의 역사적 자료 및 관혼상제 속에서 술의 역할과 의미를 재현, 전시한 공간으로 전통주의 조선시대 손님 접대와 제사를 위한 가양주 빚기, 술자리 예법, 주안상 차림을 통해 함께 발달한 음식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1905년 을사늑약 강제 체결 후 우리 민족문화의 모든 것을 말살하려던 일제는 직접 술을 제조해 막대한 이익창출을 남기고자 우리 전통주에 손을 대고 모든 술에 대해 세금을 매기기 시작하였으며 1909년 최초의 주세법을 제정하여 가양주 말살정책에 들어갔다. 1916년 주세령(酒稅令) 반포를 통하여 가양주 제조를 제한면허제로 변경 사실상 금지시켰으며 일본에서 들여온 주정이라 불리는 에탄올을 술에 섞어 우리 전통주를 일본식 청주로 변질시켰다고 한다.
 

주점재현관에서는 지금은 사라진 1960년대 주조장 모습의 ‘용진주조장’을 비롯하여 지금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술집, 일명 대폿집인 ‘옴팡집’, 1990년대 전주의 중심가에서 유명했던 맥주집  ‘뮌헨HOF’ 등을 옮겨 놓고 있다. 주점의 모습과 사람 모형에서까지 느껴지는 분위기와 표정 하나하나에서 술과 함께한 우리네 일상들이 느껴져 흥미로울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 코스인 세계의 술 코너에서는 제조방법에 따라 발효주와 증류주, 혼성주로 나뉘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술과 독특한 술병에 담긴 이야기 등 다양한 술 문화를 총집합해 놓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즐겨라!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내의 술테마체험장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전문 강좌와 술에 대한 독특한 경험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일일체험으로 나뉘어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체험을 직접 선택하여 경험할 수도 있다. 
 

술에 대한 이해도 제고와 건전한 음주문화 정립에 도움을 주고자 구성된 전문 강좌로는 전통주 만들기-전통주 빚기 및 술을 활용한 다양한 발효식품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 하우스 맥주 만들기-맥주를 직접 만들어 보며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아보는 프로그램, 와인 만들기-다양한 과일을 활용한 와인 만들기 및 와인의 상식 알아보는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되어 어른들 체험이나 교육으로 추천한다. 자녀와 같이할 수 있는 일일체험으로는 주령구 만들며 즐기기, 박물관이 살아있다! 발효체험 활동지, 쫀득쫀득 떡 만들기, 요리조리 쿡쿡 발효 빵 만들기, 바삭바삭 쿠키 만들기, 발효 비누 만들기, 발효 테라피 체험 등 다양한 체험들이 준비되어 있다. 체험접수는 전화와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술이라 하면 모임이 생각나고 하루의 회포를 풀고 왁자지껄 깔깔대며 격 없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음날 새로운 출발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가정에서 부모 자식 간에 거리낌 없는 담소를 나누는 연결고리이기도 하여 우리의 술 문화는 어쩌면 술잔 안에 정이 듬뿍 담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