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으면 문을 여는 가게

문을 열면 요술할머니가 맞아줄 것만 같은 아기자기한 와인바 맘마키키. 은은한 조명에 손때묻은 인테리어 소품이 마구잡이로 들어차 있지만 전혀 번잡스럽지 않은 곳이다. 서래마을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는 맘마키키는 이곳저곳 주인의 손이 타지 않은 곳이 없다. 벽에 걸린 액자, 은은한 향을 발산하는 식물, 물기가 잘 닦인 와인 잔까지. 널찍한 창으로 비추는 오후의 공기가 와인을 마시기 딱 좋게 만드는 곳이랄까.
 
맘마키키는 서래마을의 내로라하는 브런치 카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 내공이 탄탄하다. 위치상 서래마을에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서래마을 초입에 위치한 가게는 번잡한 길가도 아닌 주택가 골목 중간 즈음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아는 사람만 아는 곳으로 여겨지기 쉬운데, 그런데도 이 가게가 유명한 이유는 와인 맛도 와인 맛이지만 친구 집에 온 듯 편안한 공간도 한몫한다. 물론 한번 단골은 영원한 단골이라는 걸 말해주듯 단골관리도 철저하다.

 

분위기에 취하고 맛에 취한다

6시면 문을 여는 맘마키키는 와인을 닮았다. 잘 갖춰진 복장에 특별한 날에 찾아야 할 것 같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은 점이. 연극인 부부가 운영하는 맘마키키는 부부의 자유로운 예술혼이 속속 담긴 공간이기도 하다. 그들의 취향이 듬뿍 담겨 소박하면서도 멋스럽다.
테이블은 약 6~7개 정도. 생각보다 작고 아담한 공간이지만 분위기를 깨지 않을 정도의 여유는 있다. 테이블 위에는 삶은 달걀과 과자가 기본 안주로 세팅된다. 달걀이 와인과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빈속에 술을 마시지 말라는 주인의 따뜻한 배려이기도 하다.
 
와인이란게 비싼 건 한없이 비싸고 싼 건 또 싸기 마련인데, 이곳의 와인은 가격대가 착한 편이다. 그렇다고 싸구려 와인일 것이라는 편견을 갖긴 섣부르다. 그저 와인을 생활 속에서 좀 더 편하게 즐겼으면 하는 주인의 생각이 담겨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와인을 골랐으면 간단한 와인 안주도 바늘과 실처럼 따라오게 마련이다. 맘마키키는 예닐곱 개의 안주를 고를 수 있는데, 주로 찾는 안주는 모듬 치즈와 카르레제 정도다. 10개 정도 되는 치즈 조각을 맛볼 수 있는 모듬 치즈는 특유의 신선하고 짭조름한 맛이 와인과 잘 어울린다. 

 

그날은 정말 쇼비뇽 블랑같은 오후였어

사실 맘마키키의 여사장은 연극배우이자 산문집 『그날은 정말 쇼비뇽 블랑같은 오후였어』를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젊은 날의 이야기부터 와인 가게를 운영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인생 레시피 43편이 실려있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함께 담담한 독백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작가가 직접 말을 건네는 듯하다. 책에는 와인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일상에 덧입혀 화려하지도 소박하지도 않게 담았다.
그녀의 산문집을 읽고 맘마키키에 방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책을 읽다 보면 책에 담긴 그녀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그녀가 추천하는 와인 한 잔을 맛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어스름한 저녁, 퇴근길의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곳, 맘마키키. 그곳에서 만난 달큼한 와인과 우리 사는 이야기가 어쩌면 은은한 향을 머금은 쇼비뇽 블랑을 닮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