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과 자연의 향기로운 유혹, 청양 삼전고택(임영기 고택),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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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과 자연의 향기로운 유혹, 청양 삼전고택(임영기 고택)


한옥은 늘 자연과 가까이 있다. 자연에 기대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벗 삼아 자연 한 귀퉁이에 보금자리를 펼치면 자연은 심술 한 번 부리지 않고 두 팔로 고택을 끌어안는다. 그것은 한옥도 자연의 일부로 흙과 나무, 막돌로 만들어져 자연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기나긴 세월 모진 역경 다 받아내도 대대손손 머물다 갈 드넓은 그늘만은 그대로 남겨두는 것 아닐까. 

                    
                

청양의 청정 향기가 오롯이, 임영기 고택 

  • 충남 청양군에 위치한 임영기 고택

    충남 청양군에 위치한 임영기 고택

  • 세월의 흐름이 물씬 풍기는 임영기 고택

    세월의 흐름이 물씬 풍기는 임영기 고택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 위치한 나무가 바람의 심술에 부스스하고 몸을 비빈다. 충청남도 청양군 화성면 기덕리 덕명마을에 자리한 삼적고택은 이렇게 나무가 부스스하고 떨리는 소리에 아침을 맞는 고택 중 하나다. 이곳은 평택 임씨의 두 형제 집안이 나란히 집을 짓고 수백 년을 지켜오고 있는 곳인데 두 가문 중 삼전고택이 형님 집이다. 동생 집인 송운고택과는 두 형제의 우애만큼이나 가까이 처마를 맞대고 있을 정도로 지척의 거리이며 삼전고택이 앞에 있고 송운고택이 뒤에 있다. 긴 세월의 한파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듯 서로의 담장을 제 혈육의 등인양 비벼대며 온기를 나누고 있다. 덕분인지 아우의 집은 방이며 담장의 양식이 비교적 원형을 잘 보전하고 있다 한다. 

송운고택과 똑같은 형태로 지어진 삼전고택도 호서지방 특유의 가옥 구조를 잘 보여준다. 남도 아래 지방은 주로 ‘ㅡ’자 형태로 길게 지어진 집들이 많고 안동을 중심으로 한 중부내륙은 ‘ㄷ’자 형태나 ‘ㅁ’자 형태로 지어진 집들이 많다. 이곳 내포지방은 ‘二’자 형태로 집을 짓는데 삼전고택이 바로 그러하다. 장방형의 마당을 사이에 두고 바깥쪽으로 사랑채가 있고 안쪽에 안채가 배치되어 있다. 서로 제법 거리를 두고 서서 남녀가 유별함을 몸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는 남녀를 구별했던 내포지방 양반 가문의 유교적 정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집은 아우의 집 송운고택과 마찬가지로 대문이 두 곳에 나 있다. 사랑채 서편에 커다란 대문이 나 있어 안채나 마당에서 바로 밖으로 향할 수 있다. 동쪽에도 밖으로 통하는 일각대문이 하나 더 자리하였다. 고택의 안주인을 배려한 건축가의 지혜다. 이 고택은 안채 여인네들의 은밀한 외출을 위해 제 몸을 열에 젖혔을 것이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자태를 띤 임영기 고택의 사랑채

삼전고택의 사랑채는 꽤나 아름답다. 사랑채 앞 비스듬한 경사를 따라 키가 작은 수목을 심고 꽃을 가꾸어 놓았으며, 그 앞에 선 대추나무와 은행나무가 팔을 크게 벌려 그늘이 되었다. 그늘은 고택의 반가운 손님이다. 무더운 날 이 집안사람들이 그늘 아래서 땀을 훔치고 서 있으면, 희로애락으로 들끓는 세월의 열기마저도 사람들을 쉬이 해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고택을 빙 둘러 감싼 담벼락은 막돌과 황토로 지은 것이다. 그 가운데 대문이 나 있다. 대문 옆에 껍질 삭은 고목이 수호신처럼 버티고 서 있어 고택 지붕의 유려한 곡선이며 주변 산세와 조화를 이룬다. 사랑채 마루에 앉으면 얕은 담장 너머로 너른 들녘이 눈에 들어온다. 흩뿌려지고 익어가며 대지의 황금빛 속살인 양 장성해 가는 벼며, 사시사철 안면을 푸르게 누렇게 때론 붉게 물들이는 풀가지와 나무들의 변덕스러운 모습까지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고택의 뒤에는 야트막한 야산이 자리하여 빽빽이 들어선 수백 년 묵은 소나무들을 끌어안고 있다. 야산이 풍기는 맑고 향기로운 체향에 이 고택 사람은 마음의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산을 탔을 법하다. 야산의 품에 안겨 짙은 솔향을 들이키며 자연과 밀애를 나누는 것은 그네들의 고단한 삶에 활력이 되었을 것이다. 하늘을 지붕 삼고 풀을 이불삼아 팔베개를 하고 누우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옅은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흐를수록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유혹은 치명적이다. 

지금 이 고택엔 사랑채와 더불어 민박을 위한 별채가 하나 더 들어서 있다. 공동주방시설과 현대식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집이 늘고 편해졌지만 이것이 다 좋을 순 없다. 묵혀둘수록 맛깔 나는 김치처럼, 인공의 조미료가 없을수록 우리 몸에 꼭 맞는 그 맛처럼 고택도 그 나름대로의 세월대로 익어가야 할 터. 하기야 세월엔 장사 없다는 데 고택인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제 몸 버려 가며 몸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현재를 사는 이들의 입맛에 꼭 맞게 치장한 곰살맞은 고택과 한참을 뒹굴다 지겨워지면 야산에 몸을 맡겨 보는 것도 좋은, 그러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주변관광지 

칠갑산 
충청남도 청양군 대치면·정산면·장평면에 걸쳐 있는 칠갑산은 1973년 3월에 도립공원(면적 31.97㎢)으로 지정되었다. 대치 주변은 봄에 벚꽃과 진달래가 장관을 이룬다. 고갯마루에는 최익현(崔益鉉)의 동상과 칠갑정(七甲亭)이라는 전망대가 있으며, 칠갑산에서 흘러내리는 계류들은 맑은 계류와 자연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승을 이루고 있다. 

천장호 출렁다리 
칠갑산 천장호 출렁다리는 총길이 207m, 폭1.5m의 국내최장 출렁다리로 청양을 상징하는 고추모형의 주탑(높이 16m)을 통과한 후 천장호수를 가로지르며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명물이다. 

고운식물원 
대표적인 수종으로는 단풍나무 300종과 비비추류 300종 장미 280종 무궁화 260종 작약 400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22개의 작은 테마별 식물원으로 조성되었다. 식물 내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관람객이 편이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있어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식물원에는 산양, 사슴, 염소, 반달곰, 공작, 오리 등 약간의 동물을 사육하는 곳도 있다.
 

 

긴 시간 모진 역경을 견뎌낸 듯한 비장미가 느껴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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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자연의 고장, 청양!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충남 청양군의 임영기 고택에서 고풍스러운 멋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7년 11월 1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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