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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을 잊는 곳, 거창 수승대


산이 많아 국경으로 활용하기 좋아서였을까, 거창군은 예로부터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였다. 백제가 멸망한 뒤 부흥운동을 일으켰던 사람들이 세웠던 거열산성, 신라와 백제의 경계관문이라고 말하곤 하는 나제통문, 전쟁이 났을 때 그 시체와 핏물로 파리들이 득실거렸다던 파리소 등은 두 국가의 끈질긴 다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다. 지금은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수승대도 예외는 아니다. 백제가 신라로 사진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배웅했던 장소라는 말이 내려오는 곳이다. 실로 그 오랜 옛날부터 이 곳에서 근심과 걱정을 지니고 길을 떠났을 이들을 생각하면 수심을 잊는다는 이곳의 이름은 다소 의아하게 느껴진다.

                    
                

수심을 실어 보내던 장소

  • 원학계곡의 일부로 너른 바위들이 조성되어 있는 수승대의 모습. 

수승대가 본디 불리던 이름은 수송대. 수심을 실어 보낸다는 의미다. 신라의 국력이 강성해지고 백제는 지는 달이 되어갈 때, 백제의 사신들은 이 곳에서 배웅을 받았다. 우호국이 아닌 나라와 협상을 하러 가는 길이 어디 쉽기만 했을까.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수심을 안고 이들을 보냈다 하여 붙은 이름이 수송대인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갔던 백제의 사신들이 무사히 돌아왔을 때, 이곳에서 수심을 다 털어버리고 귀향길에 올랐다 하여 수송대라고도 한다.
 
이 이름이 고쳐진 것은 퇴계 이황이 거창에 오게 되었을 때다. 거창의 처가를 찾아온 퇴계가 수송대라는 이름을 듣고 뜻이 좋지 않다며 수심을 잊어버린다는 뜻으로 수승대라는 이름으로 고친 것이다. 이를 함께 기념하는 퇴계의 시도 거북바위에 새겨져 있으니 이를 찾아 거북바위를 살펴보는 것도 수승대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겠다. 


 

수승대의 명물들, 지금도 살아있다

  • 거북바위의 뒷편은 천연의 시비로 활용되었다. 석곡 성팽년, 관아재 조영석 등 문인들의 시를 볼 수 있다.

수승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꼭 확인하는 명물로 거북바위, 요수정, 그리고 구연서원을 들 수 있다. 거북바위는 익히 알려진 대로 물속을 노닐러 들어가는 거북이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동그마니 펼쳐진 들과 고개를 쭉 내미는듯한 모습이 한층 귀엽고 앙증맞다. 이런 거북바위를 사방으로 꾸며주는 것은 거창지방의 문인들이 퇴계에게 답한 화답시들이다. 요수 신권, 갈천 임훈 등이 지은 시들은 몇백 년 전에 새겨졌지만 지금도 바위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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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수정은 거북바위와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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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수루는 자연목을 최대한 손을 대지 않고 구불구불한 자연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돌아보기 좋은 것이 바로 근방에 서있는 요수정과 구연서원이다. 둘 다 요수 신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 요수정은 본디 요수가 학생들을 가르치던 구주서당 강학당을 바탕으로 만든 정자다. 유유히 흐르는 옥빛 물을 감상하기에 좋은 정자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보통 정자라면 사방이 뻥 뚫려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 요수정에서는 특이하게 가운데에 방이 하나 앉혀져 있는 것이다. 이는 거창의 추운 날씨를 대비하기 위한 건축적인 고려가 깔려 있는 것. 분지지형으로 추운 만큼 겨울에는 방안에서 잠시나마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 관수유술 필관기란 (觀水有術 必觀其瀾)
    유수지위물야 불영과불행 (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군자지지어도야 불성장불달 (君子之志於道也 不成章不達)

  • 물을 보는데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그 물의 흐름을 봐야 한다.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다음으로 흐르지 않는다.
    군자가 도에 뜻을 둔 것도, 장을 이루지 않으면 통달하지 못함이라.


구연서원도 요수가 학생들을 가르치던 구주서당에 위패를 모시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이 곳을 향하면 제일 먼저 관수루가 눈에 들어온다. 왜 공부를 하는 서원을 사람의 마음이 홀릴법한 장소에 세웠던 걸까. 바로 이 자연을 닮는 것도 군자의 할 일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관수루라는 이름이 붙은 문루 역시도 이런 뜻이 담겨 있다. 그 이름처럼 물이 돌아나가는 것을 보기에 참 좋은 장소라는 것도 추가로 전한다.

 

현재와 발맞춰가는 모습, 수승대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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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수교 앞에 펼쳐진 야외수영장의 모습. 물이 잔잔하고 넓게 깔려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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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승대 일원에서 열리는 거창국제연극제의 공연.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한층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예전에는 수승대가 이처럼 시와 학문으로 가득 차 선비들이 답사하기 좋은 명승지였다면, 지금의 수승대는 한층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기 좋은 오토캠핑장과 야외수영장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문화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수승대 일원에서 진행되는 거창국제연극제다. 구연서원을 비롯해 야외수영장, 축제극장 등에서 이루어지는 이 행사는 이미 세계 3대 야외연극제로 그 뿌리를 내렸다.
 
수승대가 흥미로운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를 것이다. 물놀이를 하며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들 수도 있고 조선시대의 선비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도 있다. 소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어 삼림욕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가장 큰 장점은 이렇게 시대별로 뚜렷하게 결이 다른 문화를 배어들어 있다는 점 아닐까. 고대 역사부터 현대의 문화까지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수승대는 실로 수심을 잊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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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물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펼쳐져 있는 수승대! 이 외에도 다양한 재미가 숨겨져 있으니 함께 찾아보아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8월 2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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