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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날개옷, 서천 ‘한산모시’


햇빛이 쏟아지는 여름이 오면 옛사람들의 몸에는 투명하게 비치는 날개 같은 모시옷들이 휘감겼다. 비칠듯하면서도 여러 장이 겹쳐져 오히려 비치지 않는 가벼운 모시 속곳들은 겹겹이 여인들의 정숙함을 지켜주었다. 지금도 툇마루에 앉은 할머님들의 여름 모시에서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는 여름의 매미 소리보다도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한여름의 날개옷, 서천 ‘한산모시’

  • 지난 2014년 서울빛초롱축제에 전시됐던 한산 모시 베틀의 모습.

고려시대 때 모시는 중요한 물물교환 수단이었다. 당시는 쌀이나 모시가 화폐를 대신했기 때문에, 가내수공업으로 모시 생산을 하는 집이 많았다. 직조 기술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더욱 발달했다. 모시가 국내 수요뿐 아니라 수출에도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모시 생산지역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는데, 한산·서천·홍산·비인·임산·정산·남포 등 충청과 전라도 지방에서 특히 많이 생산됐다. 이곳들을 가리켜 ‘저포칠처(紵布七處)’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 중에서도 한산은 예부터 모시 짜기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한국 직물의 역사상 마직물은 견직물과 함께 가장 오래전부터 의류로 사용됐다. 이름난 천연섬유들 가운데서도, 서천에서 나는 한산모시는 특히 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우리나라의 대표 특산물로서 해외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는 서천이 우수한 모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자연 풍토적 여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시를 제직하는 기술 면에 있어서도 인근의 중국과 일본의 모시 생산 국가들에 비해 차별화된 기능과 여건을 갖추고 있다. 

 

기다림 그리고 정성(精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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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한산모시는 예부터 특산물로 중국과 일본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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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천을 찾으면 한산 모시에 관련된 체험을 해 볼 수도 있다.

모시는 저마(苧麻) 껍질을 쪼개 실로 짜는 우리나라의 여름철 대표 직물이다. 저마는 통풍이 잘되고 토양이 좋아야 잘 자라기 때문에 재배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 때나 생산할 수 있는 원료도 아니다. 보통 1년에 세 차례 정도 수확하는데, 시기가 이르면 섬유가 약하고, 늦으면 올이 굵고 거칠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산모시의 경우, 수확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인 8월 초순에서 하순 사이에 거둬들인다. ‘밥그릇 하나에 모시 한 필이 다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가늘고 곱기로 유명하다. 제작과정은 대개 재배와 수확, 태 모시 만들기, 모시 째기, 모시 삼기, 모시 굿 만들기, 모시 날기, 모시 매기, 모시 짜기, 모시 표백 순으로 이뤄진다.
 
첫 단계는 수확한 저마의 겉껍질을 벗겨 태모시를 만드는 일이다. 물에 담가 말린 후, 이를 다시 적셔 실의 올을 하나하나 쪼갠다. 다음으로는 쪼갠 모시 올을 이어 실을 만드는 ‘모시삼기’ 작업을 한다. 모시삼기는 실의 균일도가 가늠되는 과정인데, 한산은 모시삼기 기술이 우수해 균일도가 일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실을 체에 일정한 크기로 담아, 열 십(十)자로 굿을 만든다. 모시 날기란 실의 굵기를 따져 한 폭에 몇 올이 들어갈지 결정하는 것이다. 모시 매기라 불리는 풀 먹이기 과정을 거친 후 베틀을 이용해 모시를 짠다. 마지막으로 물에 적셔 햇빛에 말리는 과정인 모시 표백을 거치면 흰 모시가 완성된다.

 

모시에 색(色)을 입히다

우리 조상들이 하얀 모시옷을 즐겨 입었다고는 하지만, 물들인 모시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쪽 염과 치자 염, 홍화 염색을 들인 모시의 인기가 높다. 모시의 조직에는 힘이 있기 때문에 천연염료에 한 번 끓이거나 담그는 정도로는 짙게 물들지 않는다. 따라서 여러 번 물들여 깊이 있고 짙은 색상을 얻는 것이 중요하며, 이때 얼룩이 지지 않고 균일하게 색이 물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화학 섬유가 판을 치는 오늘날에도 한산모시가 각광 받는 이유는 천연 섬유만이 가진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속도와 효율성을 지향하던 산업화의 시대가 지나고, 근래 삶의 가치에 다시 주목하게 되면서 모시는 미래형 섬유 중 하나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앞으로 한산 모시가 날개를 훨훨 달고 더욱 날아갈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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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모시 짜기 기능은 1967년 국가 지정 중요 무형 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되었으며, 2011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답니다.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6월 2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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